중국의 세계 경제 통합은 현대 경제사에서 가장 극적인 발전이다. “세계적 불균형(global imbalances)”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이는 순무역 흑자와 중국 산업 역량의 증대에 관한 이야기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원자재, 에너지, 식량 수입이 존재한다. 농업 분야에서 중국은 매우 이례적인 “개방”을 겪어왔다.
세계 식량 무역은 생산과 소비가 강한 정부 규제 아래에서 발전했고, 기존 대기업 이해관계가 지배하는 정치경제 구조 속에서 형성된 블록들 사이에서 이루어진다. 이른바 “식량 체제(food regimes)”다(이 용어는 해리엇 프리드먼(Harriet Friedmann)과 필립 맥마이클(Philip McMichael)에게서 유래했다). 농업은 칼 폴라니가 말한 “이중 운동(double movement)”—시장 “개방”과 그에 뒤따르는 집단적 규제 반발—을 가장 먼저 경험한 분야 가운데 하나다. 위기의 순간이 아니라면, 이러한 고착된 정치경제 구조는 일반적으로 무역 흐름이나 생산 체제의 급격한 변화를 허용하지 않는다. 애초에 그것을 막기 위해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에는 중국의 수요 증가가 “신자유주의적 기업 식량 체제”를 움직이는 핵심 동력이 되어왔으며, 중국은 수출국이 아니라 수입국으로서 그 역할을 수행해왔다. 자유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이는 “자유무역” 시대의 가장 위대한 성공 사례 가운데 하나다. 문제는 이제 중국이 수많은 주요 산업 생산 부문을 뒤흔들었던 정책들을 “빅 애그(big ag, big agriculture의 줄임말이고 거대 농업기업 중심의 산업 체제를 비판적으로 부르는 표현)”에도 적용하는 새로운 국면의 문턱에 서 있는가 하는 점이다.
1990년대 중국은 세계와 아주 적은 규모의 농산물 무역만을 했으며, 소규모 무역 흑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러나 20년 뒤 중국은 농산물 수출을 상당히 확대했다. 동시에 훨씬 더 거대한 농산물 수입국이 되었으며, 세계 최대의 식량 무역 적자국이 되었고, 식량 자급률은 70% 이하로 추정되고 있다.
중국의 식량 무역 수지. 출처: CSIS 차이나 파워 프로젝트; 유엔 식량농업기구 통계(FAOSTAT); 유엔 코머트레이드(UN Comtrade)
중국 농산물 무역의 이러한 불균형적 발전이 이례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 절제된 표현에 가깝다. 세계 곳곳에서 농업 시장은 국가 정책, 로비 단체, 기업 이해관계에 의해 치열하게 경쟁되고 강하게 보호된다. 그런 상황에서 무역 적자로 급격히 기울어지는 현상은 매우 드문 일이다. 중국의 규모는 이를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로 만든다. 중국의 경로가 얼마나 이례적인지를 보려면, 세계 무역의 다른 주요 행위자인 미국과 유럽연합의 사례와 비교해보면 된다. 2000년 이후 미국의 농산물 수입 역시 증가했지만, 전체적으로는 대체로 균형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농산물 수출과 수입은 1990년 이후 전반적으로 증가해왔다. 출처: 「Detailed Trade Matrix」, 유엔 식량농업기구(FAOSTAT), 2023년 12월 21일 업데이트. 데이터는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 Bank of St. Louis)의 연방준비경제데이터(FRED) 「개인소비지출 연쇄형 물가지수(Personal Consumption Expenditures: Chain-Type Price Index)」를 사용해 2023년 달러 기준으로 환산되었으며, 2024년 9월 27일 업데이트됨.
중국과 함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제와 기타 지역(Rest of World, ROW) 범주가 미국 농산물 무역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명목상으로 멕시코의 1인당 국내총생산은 중국과 비슷한 수준이며, 1990년대 이후 멕시코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통해 상당한 규모의 무역 통합 충격을 겪었다. 그럼에도 2010년대 이후 멕시코의 대미 식량 무역 수지는 강한 흑자로 전환되었다. 같은 기간 유럽연합 역시 농업 분야에서 수출 흑자를 꾸준히 확대해왔다.

EU 농산물 무역, 2002~2022년
중국이 어떻게 이처럼 거대한 농산물 무역 적자로 급격히 기울어질 수 있었는지를 이해하려면, 개혁·개방 시기 중국 농촌의 종속적 정치경제를 훨씬 더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다음 기회에 다룰 문제다. 다만 이러한 변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한 가지 요소는, 이것이 기존 소비 위에 덧붙여진 변화였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다. 유럽과 미국은 최근 수십 년 동안 식생활 체제를 일부 조정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보카도 소비는 늘고 라드(lard, 돼지기름) 소비는 줄어드는 식이다. 그러나 기본적인 소비 패턴은 비교적 정적인 상태를 유지해왔다. 중국은 그렇지 않았다. 1990년대 이후 중국의 국민 식단은 완전히 변모했으며, 육류와 어류 단백질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주요 국가들의 육류 및 어류 소비. 출처: CSIS 차이나 파워 프로젝트; OECD-FAO 농업 전망 2024~2033
바로 이러한 단백질 소비 급증이 중국 농업의 세계화를 이끌어왔다. 기본 곡물 분야에서는 중국이 대체로 자급자족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 곡물 현황: 2026/27 시장연도 전망. 출처: https://millermagazine.com/blog/chinas-new-grain-equation-balancing-self-sufficiency-and-rising-feed-demand-6743
실제로 중국은 가격 보조금 덕분에 옥수수, 쌀, 밀 비축량을 대규모로 축적해왔다.

주요 국가들의 곡물 기말 재고. 출처: 미국 농무부(USDA)
그러나 고부가가치 사료 작물, 무엇보다 대두 분야에서는 적자 규모가 막대하다.

중국의 식량 수입 의존도(2023년). 출처: CSIS 차이나 파워 프로젝트; 유엔 식량농업기구 통계(FAOSTAT)
중국의 폭발적인 육류 수요 증가는 세계 대두 산업의 흐름을 사실상 좌우하고 있으며, 이는 2019년의 이 그래프가 보여주듯 매우 압도적인 수준이다.
대두 수입량, 1990~2028년. 출처: https://www.proag.com/news/ers-report-interdependence-of-china-united-states-and-brazil-in-soybean-trade/
지난 25년 동안 브라질과 미국의 대두 생산은 급증했으며, 특히 브라질이 그 흐름을 주도해왔다. 브라질 생산 증가의 원동력은 중국의 수요였고, 중국은 브라질 대두 수출의 73~83%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및 브라질 대두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 출처: 미국 농무부(USDA) 및 브라질 무역통계(Secex/Brazil)
요약하자면, 지난 25년은 인류의 6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에서 완전히 새로운 식량 체제가 등장한 시기였다. 그것은 훨씬 더 높은 수준의 단백질 소비를 특징으로 하며, 그 단백질 소비는 무엇보다 브라질에서 재배된 사료 작물에 의해 뒷받침되었다.
오늘날과 같은 변화의 시기에 자연스럽게 제기되는 질문은, 이러한 체제가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단백질처럼 기본적인 품목에서 중국 정도 규모의 수입 의존은 취약성이다. 미국이나 유럽연합(EU)은 물론이고 러시아 같은 다른 “글로벌 플레이어”들도 이런 취약성을 안고 있지 않다. 지정학적 긴장이 커지는 환경 속에서 “식량 안보”가 베이징 지도부의 핵심 관심사가 된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충격의 해였던 2022년, 시진핑은 이 문제를 닷새에 한 번꼴로 언급했다.

시진핑의 “식량 안보” 언급 횟수. 출처: CSIS 차이나 파워 프로젝트; 시진핑 중요 연설 데이터베이스 *해외 방문, 회담, 외국 지도자들과의 통화를 포함함.
물론 베이징에서는 정책 유행어가 자주 등장했다가 사라진다. 그러나 만약 중국이 이 문제를 정말 진지하게 다루기 시작한다면 어떨까? 이번 주말 <파이낸셜 타임스> 기고문에서 내가 던진 질문이 바로 이것이다. 만약 베이징이 신에너지 산업 같은 분야에서 엄청난 효과를 발휘했던 것과 동일한 다층적 “산업” 정책 도구를 농업에도 적용한다면 어떨까? 이는 고든 앤드 베티 무어 재단(Gordon and Betty Moore Foundation)의 의뢰로 시스템IQ가 작성한 최근 보고서에서 탐구된 시나리오다.
시스템IQ와 중국농업대학의 공동 연구진이 지적하듯, 그러한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제14차 5개년 계획과 제15차 5개년 계획 사이에서 “전 체계적” 정책 전환의 핵심 요소들이 배치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것이 산업 정책의 시간표에 따라 전개된다면, 향후 15~20년 안에 중국의 식량 체제에서 극적인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2000년대 초 이후 형성된 세계 농업 체제에 미칠 영향 역시 엄청날 수 있다. 중국의 대미 농산물 수입은 85% 이상 감소할 수도 있다.

브라질 및 미국으로부터의 현재 수입량 대비 예상 대두 수요 감소 비교
여기서 핵심은 세계 농산물 시장의 미래에 대해 특정한 예측을 내놓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핵심은 현재의 세계 농산물 무역 구조가 얼마나 급진적으로 새로운 것인지를 강조하는 데 있다. 특히 고부가가치 농업에 필요한 핵심 투입물에서 중국이 얼마나 비대칭적으로 의존하고 있는지, 그리고 2010년대 이후 중국 산업 정책의 전개가 세계 경제의 기본 조건들이 얼마나 빠르고 극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주었는지를 강조하는 데 있다.
[출처] Chartbook 445: Is a "China shock" coming for the "big ag" food regime?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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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투즈(Adam Tooze)는 컬럼비아대학 교수이며 경제, 지정학 및 역사에 관한 차트북을 발행하고 있다. ⟪붕괴(Crashed)⟫, ⟪대격변(The Deluge)⟫, ⟪셧다운(Shutdown)⟫의 저자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