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재난, 땅이 갈라지고 하늘이 무너져도 배송해야…”

CU편의점 배송노동자 총파업투쟁 이야기 ③

[필자 주] 지난 45일부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소속 서울경기·강원·광주·경남 4개 지역본부 CU편의점 물품 배송 노동자들이, △운송료 현실화 △대차비용 철폐 △원청 BGF리테일의 교섭 참여 △노동조합 인정 등을 요구하며 26일 간 총파업을 벌였다. 원청인 BGF리테일 측이 5차례(파업기간 포함 7차례) 교섭 요구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서, 조합원 물량 강제 축소와 계약해지 압박·판매가 기준 약 2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420(총파업 15일 차) 오전, CU진주물류센터 앞. 경남경찰청이 노동자들의 농성을 강제 진압했고, 그 직후에 출차하던 대체차량에 의해 화물연대 조합원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후 화물연대는 중앙집행위원회를 ‘CU 투쟁 승리 및 열사정신 계승 화물연대 투쟁본부로 전환해 투쟁을 이어갔다. 사회적 공분은 빠르게 확산했다. 427일에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화물연대의 CJ대한통운·한진택배를 상대로 한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공고 시정신청을 인정했다. 이는 원청인 BGF리테일에 교섭을 요구하는 CU 배송노동자 투쟁의 정당성에 힘을 싣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430, 화물연대본부와 BGF로지스(BGF리테일의 자회사)가 △운송료 인상 △분기별 유급휴가 1회 부여 △대차비용 상한 기준 마련 △노동조합 인정 △단체교섭 정례화 △파업 불이익 철회 △조합원 사망에 대한 사과와 명예회복 등에 합의하며 파업이 마무리되었다. BGF리테일의 보증 하에 이루어진 이번 합의는, 화물업계 특수고용 다단계 구조 속에서 책임을 회피해온 원청의 사용자성과 교섭 책임을 확인한 사례로 평가된다.

53() 서광석 열사 노동시민사회장이 치러졌지만, 화물연대본부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노사 합의 이행 여부와 함께 일부 CU가맹점주들의 화물연대에 대한 140억 손해배상 청구 준비·화물연대 조합원 배송 거부 문제 등 갈등의 불씨도 아직 남아 있다. 사측의 사회적 책임 이행과 함께,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권·단체행동권을 보호·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대응 역시 중요한 과제로 남겨져 있다.

CU편의점 배송노동자들이 한 달 가까이 운임을 포기하면서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의 목소리를 통해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412, BGF로지스 남사물류센터(경인도 용인시 처인구 소재) 앞에 걸려있는 편의점지부 CU지회 현수막. 출처: 연정

길 위에서 가해자도 피해자도 될 수 있어

제일 힘든 거요?”

CU 편의점 물품 배송 업무를 많게는 20년 가까이 해온 선배 노동자들도 있기에, 정광균 씨는 잠시 고민하는 눈치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이 3년 동안 광균 씨도 겪을 수 있는 대부분의 일을 경험했다. 누가 얼마나 했든 결코 녹록한 일이 아니다.

눈 오는 날?”

20241127일부터 28일까지, 평택·용인·수원 등 경기 지역에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다. 기이하게도 첫눈이었다. 이틀 동안 용인에 43.9cm 평택에 37.1cm의 눈이 쌓였다. 인명과 재산 피해가 속출했고 각종 사건·사고에 관한 언론보도가 이어졌다. 항공기는 결항하고, 전철은 운행 중단·지연되었다. 학교에는 휴교 조치가 취해졌다.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은 생산을 중단했고,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재택근무를 했다. 이 인근에 내린 117년 만의 폭설 앞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이틀 동안 광균 씨와 그의 동료들은 다른 날과 다름없이 배송 업무를 했다. 비슷한 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의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새벽에 첫 점포 도착하기도 전에 차가 안 움직이는 거예요. 집 근처에 주차를 하고 배송 못 한다고 전화하고 집에 들어갔어요. 근데 반장한테 전화가 와요. ‘배송해라.’ ‘... 이게 맞는 건가?’ 하면서 나갔어요. 옆에서 삽을 빌려서 얼음을 깼습니다. 평택 인근 코스 도는 기사들은 그날 다 얼음을 깨고 다녔습니다.” (정광균, 화물연대 서울경기지역본부 편의점지부 CU지회 조합원)

두꺼운 얼음을 못 견디고 삽이 망가지자, 광균 씨는 꽁꽁 언 얼음을 돌로 깨고 맨손으로 긁어가면서 이동했다. 한 점포 가는데 소요된 시간은 평균 2~3시간.

“하루 종일 배송했어요. 기록적인 폭설에도 아무 대응 매뉴얼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회사는 제설 장비 하나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게 다 배송 기사 책임입니다. 그 길 위에서 우리는 가해자가 될 수도 있고, 피해자가 될 수도 있잖아요. 이건 거의 재난입니다. 재난.”

20241127~28일 폭설로 경기도 인근에 쌓여있는 눈. 출처: 고동민

“그날 배송 못한 분도 계시지 않아요?”

“다 했습니다. 그날 배송 안 한 기사가 없어요. 해야 돼요. 무조건 해야 되는 겁니다.”

CU편의점의 전신인 훼미리마트 시절에 입사해 15년 동안 배송 업무를 해온 신성균 씨가 보충 설명을 해준다.

“눈이 오든 비가 오든 땅이 갈라지든 하늘이 무너지든 갖다준다가 기본이에요. 어떻게 갖다주느냐? 기사가 알아서 잘. 그게 기본이에요. 그거 외에는 없습니다.”

이 역시 노동자·시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로, 예외가 없지는 않다. 신성균 씨의 말에 따르면, 점주가 허락하는 경우 가능하다. 실제 그런 점주가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점주 클레임이 안 들어온다면 1년 후에 갖다줘도 된다는 거다. 점주가 발주를 하는 순간, 이미 매출이 발생하기 때문에 본사인 BGF리테일은 굳이 개입할 이유가 없다. CU편의점 배송노동자들의 파업과 이후 배송거부 등을 포함한 점주들의 반응에 대해 BGF리테일이 겉으로는 점잖은 태도를 보이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미 받을 거 다 받았는데,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될 일을 무엇 하러 나서 긁어 부스럼 만들겠는가.

2024년 폭설 당시, 평택·화성 등을 포함한 11개 지역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었다. 언론에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각종 복구지원금이 거론됐지만, 그 지원이 CU 배송노동자들에게까지 닿지는 못했다. 폭설 기간, 강제 배송 과정에서 차량 사고로 차를 폐차한 노동자도 있었다. 일을 그만두든 빚을 내 새 차량을 구입해 계속 일하든, 모든 부담은 고스란히 노동자 개인의 몫으로 남았다.

분류 업무 공짜노동과 진열 요구까지

CU편의점 배송노동자들은 통상 하루 1~2시간 가량의 공짜노동도 하고 있다. BGF리테일은 다른 회사들과 달리, 물류센터 상차 전에 점포별 물품 분류 작업을 배송기사가 직접 한다.

분류 작업 시간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요. 밸런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 명절 같은 행사 상품이 갈수록 많아지거든요. 물건을 통째로 주면 10~12개 점포별로 우리가 일일이 다 나눠야 해요. 담배는 또 다른 층에 있어서 매번 오가야 하고요.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자동화가 덜 된 물류센터일수록 분류 작업 시간이 더 길어진다. 작업 시간이 얼마가 되었든, 회사는 배송노동자들의 분류 업무에 대한 운임을 지급하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일부 점주들은 배송기사의 업무 범위를 넘어서는 일을 요구하기도 한다.

물건을 다 꺼내 달라, 개수를 세어달라, 진열대 어디에 넣어달라고 요구하는 점주들이 있어요. 원래 우리는 물품을 쌓아두는 오피스 공간에는 들어가지 못하게 돼 있습니다. 거긴 CCTV가 없어서 수량이 안 맞거나 물건이 파손됐을 때, 기사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거든요. 그런데 안 해주면 점주들이 센터에 클레임을 넣고, 센터는 대부분 점주 말만 들어주니까 결국 하게 되는 거죠.”

CU 편의점 매대에 삼각김밥과 샌드위치, 도시락 등 간편 식품이 진열되어 있다. 출처: 연정

감정노동과도 연결되는 지점이다물론 모든 점주가 그런 것은 아니다. 오랜 시간 관계를 쌓으며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는 가운데 노동자들을 우호적으로 대하는 점주들도 적지 않다. 파업에 들어가기 전에 노동조합이 가장 먼저 했던 일 중 하나가, 점주들과의 소통이었다. CU편의점 배송노동자들의 현실과 파업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는 호소문을 점주들에게 전했다. 대부분의 점주가 응원을 해주었는데, 최근 일부 점주들의 비난이 조합원들에게 향하는 모습을 보면 착잡한 마음이 든다.

우리가 물류를 멈추고 파업에 나서게 된 원인은 원청인 BGF리테일에 있습니다. 점주들도 결국 이 아닙니까? 우리와 힘을 합쳐 본사에 문제 제기를 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BGF가 책임을 회피하면서 점주들의 불만이 배송 기사들을 향하게 만들었습니다. 일부 언론이 여기에 편승하면서 갈등을 더 부추기고 있습니다.”

점주와 배송노동자에게 비용과 위험 전가해온 BGF리테일

BGF리테일의 점포 운영 정책을 둘러싼 점주들과의 갈등 역시 오랜 기간 이어져 왔다. 2013년에는 과도한 해지 위약금과 24시간 영업 부담 등에 시달리던 CU 점주 3명이 잇따라 세상을 떠났다. 당시 BGF리테일 측이 점주의 사망진단서를 ‘지병 원인’으로 위조하여 거센 사회적 비판을 받았다. 이 문제는 당시 박재구 BGF 사장의 사과로 일단락되었지만, BGF리테일 그룹의 총책임자인 홍석조 회장은 그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았고 처벌 역시 받지 않았다.

2013년 사태 이후 BGF리테일은 가맹점과 상생·동반성장 하겠다며 매년 가맹점 상생지원안을 발표해왔지만, 현장 점주들의 불만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본사와 건물주에게만 유리하게 설계된 기본 구조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CU편의점 가맹점주는 본사의 지침에 따라 발주를 넣고 본사가 정한 이익 배분율에 따라 수익을 나눈다. ‘브랜드 동일성 유지’를 이유로 필수품목은 다른 데서 들여와 판매할 수도 없다. 천재지변을 포함한 그 어떤 불가항력적인 요인으로 본사 공급망이 막히게 되면, 매대를 비워놓고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는 게 점주들의 숙명이다. 이런 가맹점주를 가맹본사인 BGF리테일은 ‘파트너’라고 부르다가, 리스크가 생길 때는 ‘독립 사업자’라며 선을 긋고 중재자인 척한다. 편의점 내 전산과 시설·유지보수 시스템마저 외주화되어 있어, 점주들의 불편과 피해가 크다. (“CU 물류 차질, 단순한 배송 지연인가? 편의점 가맹 구조의 민낯과 점주의 희생”, <편의점 신문>, 2026.4.28.) 2022BGF리테일은 그나마 초기에 있던 전기요금 지원 등 실질적인 지원마저 없앴다. 그리고 신상품 도입 지원금 등 본사 수익 확대 전략을 ‘(조건부)지원형태로 포장한 정책을 늘려가고 있다. 이번 파업에 나선 CU편의점 배송노동자들이 처한 현실 역시 다르지 않다. 이는 CU편의점뿐만 아니라 타사 편의점과 프랜차이즈 산업 전반의 고질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BGF리테일은 점주와 배송노동자의 영업활동·업무에 대해서는 의무를 강제하는 반면, 자신은 그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 가맹계약서상, 점포 영업활동에 대해 노력이라는 문구만 명시하고 있다. 이번 파업이 종료된 후에 BGF리테일이 상품 공급 차질과 관련하여 ‘CU 가맹점 지원안이라는 시혜적인 조치를 발표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327, BGF리테일 본사(서울 강남구 삼성동) 앞에서 진행된 ‘노조탄압 규탄! 성실교섭 촉구! 화물노동자 생존권 보장! CU편의점 배송 화물노동자 결의대회’ 장면. 출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편의점 점주들과 배송노동자들이 겪는 문제의 출발점에는 ‘위험의 외주화’가 자리하고 있다. BGF리테일은 수익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자영업자와 특수고용노동자라는 명분 아래 각종 비용과 위험을 점주와 배송노동자들에게 전가해왔다. 점주들은 과밀 출점과 수익 압박, 본사 중심 운영 구조, 해지위약금 부담을 감당해왔다. 특수고용노동자인 배송노동자들은 다단계 물류 구조 아래에서 저운임에 시달리며 2회전·3회전 근무를 이어왔고, 아파도 하루조차 쉴 수 없는 비인간적인 노동조건을 견뎌왔다. 24시간 편의점 영업 체계는 배송노동자와 점주 모두에게 장시간·고강도 노동을 강요하며 고통을 심화시켰다.

벼랑 끝에 몰린 점주들과 배송노동자들의 울분·절규가 메아리쳤던 2013년과 2026년 봄. 그 세월의 어디쯤이든 두 목소리가 서로 만날 수 있었다면, 지금과 조금은 다른 상황을 마주할 수 있었을까. 2026, 배송노동자들은 자신의 삶과 노동조건을 바꾸기 위해 원청인 BGF를 상대로 투쟁했고, 일부 점주들은 자신이 고용하는 노동자의 주휴수당을 폐지하고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하기 위해 정부를 상대로 투쟁하고 있다.

뻔뻔함과 없음 사이에 원청은 없어

파업이 끝난 뒤 현장에 복귀한 노동자들을 향한 일부 점주들의 행태에 대해 BGF리테일이 보이는 태도 역시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일부 점주들은, 손해배상청구 소송 준비뿐만 아니라 화물연대 조합원에 대한 배송 거부와 차량 훼손(스티커 부착) 조합원 신상정보 무단 유포 등을 했다. 노동자들의 생존권 위협이자, 노동조합 탄압이다. 이와 관련하여, 화물연대 서울경기지역본부(본부장 장정훈), BGF리테일 측에 실질적인 해결책 마련을 위한 면담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사측은 파업 이전과 달리, 제삼자의 입장에서 보일 법한 여유와 정중함이 느껴지는 회신 공문을 노동조합에 보냈다.

당사가 가지는 여러 지위를 이용해 개개의 별도 사업자들인 점주분들에게 법률적 범위를 넘어서는 행위를 할 경우, 당사가 그동안 이루어 놓은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의 최선의 상생 노력이 저해될 수도 있다는 점이 … 이에 당사는 상호 상생의 노력을 지속하면서 점주분들과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분들 사이의 이슈가 잘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BGF리테일 SCM운영팀, 2026.5.29.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서 편의점 점주가 된 염창희(이민기 분)와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노동자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 출처: JTBC 홈페이지

“얼마나 뻔뻔하면 일을 시키고 돈을 안 줘.”

“얼마나 뻔뻔하면이 아니고 얼마나 없으면일 수도 있다.”

몇 년 전 방영되었던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JTBC, 극본 박해영, 2022)의 한 장면이다. 편의점 냉동고 얼음을 깨고 퇴근 후 개인적인 하소연까지 들어주며 점주들 비위를 맞추던 편의점 본사 직원(SC, Store Consultant, 점주 관리 담당 본사 직원) 염창희(이민기 분) 우여곡절 끝에 편의점 점주가 된다. 염창희는 돈 못 받으면 어떤 기분인지 모르지 않지만, 이제 못 주는 사람 욕은 못하겠다고 이야기한다. 을과 을 간의 연민과 이해 그리고 역지사지를 권유하는 대화 속에, 막대한 이익을 독식하며 의무와 책임은 방기하는 원청 대기업은 없다. 씁쓸한 여운이 남는 이유다.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왔을 이들을 생각해본다.

“막막해서 어디 가서 기도라도 하고 싶은데 새벽에 열린 교회는 없고, 갈 데가 편의점밖에 없더라. 그날도 암담해서 여기 이러고 앉아 있는데, 동기놈한테 톡이 왔어. 니네 동네 편의점 하나 나왔는데, 해볼 생각 없냐고. 그게 여기였다.” -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JTBC, 2022) 중에서

덧붙이는 말

연정은 르포작가이다.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