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의 적은 규제가 아니라 독점이다

인플레이션 이야기를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수입물가지수 발표 시점을 확인하는 것을 깜빡했다. 이 지표는 화요일이 되어야 나온다. 그래서 오늘은 풍요(abundance, 진보 진영이 재분배에만 집중하지 말고,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공급하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흐름)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직접적인 계기는 미국 잡지 <아메리칸 프로스펙트>에 실린 기사다. 이 기사는 거액을 굴리는 실리콘밸리 인사들이 자신들의 풍요 의제를 지지할 민주당 정치인들에게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고 전했다. 이 의제는 대체로 건설에 대한 용도지역 규제와 환경 규제를 축소하거나 없애는 것, 그리고 공교육, 특히 교사 노조를 공격하는 것에 관한 내용인 듯하다.

내가 과거에도 말했듯이, 나는 이 이야기의 적어도 일부에는 공감한다. 과도한 용도지역 규제는 샌프란시스코, 뉴욕 그리고 다른 초고가 도시들에서 건물을 짓는 일을 극도로 어렵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 분야에서 진전을 이루기 어렵게 만드는 정치적·실질적 문제들이 모두 존재한다.

정치적 장애물은 명백하다. 이른바 님비(NIMBY) 집단은 대부분의 고가 주거 지역에서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개발을 매우 어렵게 만든다. 그러나 문제는 일부 지역에서는 그들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는 점 때문에 더욱 복잡해진다. 샌프란시스코와 파리 같은 곳은 거대한 관광 산업을 갖고 있다. 내 생각에 이 도시들의 오래된 동네들이 철거되고 그 자리를 중층이나 고층 건물이 대신하게 된다면, 관광객 수는 훨씬 줄어들 것이다.

그 도시들이 덜 활기찬 도시가 된다면 임대료는 더 낮아질 것이다. 주택이 더 많아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곳에 살고 싶어 하는 사람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일리노이주 피오리아의 임대료도 저렴하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이 있다. 나는 이 점을 여러 차례 지적했다. 국가 전체 차원에서 주택 부족 문제는 사실상 주택 거품과 그 이후의 붕괴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는 이 세기의 첫 6년 동안 충분한 주택을 건설하고 있었다.

그 뒤 건설은 2008년 이후 급격히 추락했다. 그것은 용도지역 규제 때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주택 거품의 붕괴 때문이었다. 여기서의 핵심은 더 나은 금융 규제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풍요 진영이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

풍요론자들은 또한 데이터센터와 자신들이 선호하는 다른 시설의 건설을 방해하는 환경 규제에도 불만을 갖고 있다. 분명 낭비적이거나 중복된 환경 규제들도 많이 존재한다. 문제는 어떤 규제가 그런 규제인지,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 그런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판단을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려는 사람들에게 맡기고 싶지 않다.

나는 풍요론자들의 공교육 공격에 대해서는 많은 말을 하지 않겠다. 좌파와 달리 우파는 전략적으로 사고한다. 공립학교 노조는 오랫동안 진보적 대의의 주요 지지 세력이었다. 그래서 우파는 언제나 이들을 약화시키려 한다. 바우처 제도와 공교육을 약화시키려는 다른 시도들의 주된 동기가 바로 이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허위 주장을 사용하는 데에도 거리낌이 없다. 많은 사람들은 미시시피의 초등학교 4학년 읽기 점수가 미국 최하위권에서 최상위권 가운데 하나로 올라섰다는 이른바 미시시피의 기적(Mississippi Miracle)’ 이야기를 들어봤을 것이다. 그러나 앤드루 겔먼(Andrew Gelman)이 보여주었듯이, 그들은 읽기 능력이 낮은 학생들을 3학년에 유급시킴으로써 4학년 평균 점수를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학생들을 유급시키는 것이 좋은 정책인지 아닌지는 별개의 문제다. 그러나 가장 성적이 낮은 학생들을 집계 대상에서 제외해 평균을 끌어올리는 것은 결코 기적이라 부를 만한 일이 아니다.

출처: Unsplash+, Getty Images

특허와 저작권: 우리를 실제로 더 가난하게 만드는 정부 개입

만약 풍요론자들 가운데 누군가가 비용을 초래하는 정부 규제를 없애서 우리를 더 부유하게 만들겠다는 데 진심이라면, 그들은 정부가 부여하는 특허와 저작권 독점을 겨냥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독점 때문에 매년 1조 달러가 훨씬 넘는 금액(가구당 8,000달러)을 더 높은 가격으로 지불하고 있다.

이 문제는 의약품과 의료기기의 경우에 특히 중요하다. 여기에는 단지 돈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건강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내가 여러 차례 주장했듯이, 특허 독점이나 관련 보호 장치가 없는 자유시장에서 판매된다면 의약품은 거의 예외 없이 저렴할 것이다. 대다수 의약품은 처방전당 30달러 이하에 판매될 것이며, 대부분은 그보다 훨씬 더 낮은 가격에 판매될 것이다.

의료 검사와 각종 영상 촬영 장비도 마찬가지다. 가장 첨단의 영상 촬영 검사도 장비가 특허 독점의 보호를 받지 않는다면 아마 수백 달러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제약회사와 의료기기 회사들은 제품 개발에 상당한 돈을 지출한다. 정부는 이를 공공 지출로 대체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NIH)을 통해 매년 약 500억 달러를 생물의학 연구에 지출하고 있다. 특허에 의해 뒷받침되는 자금을 대체하려면 이 금액을 세 배로 늘려야 하겠지만, 그렇게 하더라도 우리는 여전히 약 5,000억 달러를 절약하게 된다.

의약품 개발을 공공 자금에 의존하는 것에 반대하는 논리는 일종의 마법적 인간관에 가깝다. 연구자들은 어떻게든 공공 자금으로 훌륭한 기초 연구를 수행할 수 있지만(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를 제외하면 거의 모두가 이 점에 동의한다), 실제 의약품 개발 단계로 넘어가면 특허에 의해 동기를 부여받지 않는 한 갑자기 바보가 된다는 이야기다.

이 주장은 그 자체로 터무니없게 들려야 한다. 특히 NIH가 지원하는 연구와 제약업계가 지원하는 후기 단계 연구 사이에는 뚜렷한 경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의약품이 NIH의 자금으로 개발되었고, 심지어 임상시험까지 진행됐다.

공공 자금 지원과 자유시장 의약품 체제로 전환하는 것은 진정한 풍요의 이야기일 것이다. 처방약 가격이 얼마인지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는 세상을 상상해 보라. 의료 검사도 마찬가지다. 의사가 특정 영상 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비용이 수백 달러 정도에 불과할 경우 보험회사가 굳이 그 판단을 재검토하려 들 가능성은 크지 않다(실제로 의약품과 의료기기에 대한 특허 독점을 폐지하는 것은 보편적 메디케어와도 잘 어울린다).

더 짧고 더 약한 특허 및 저작권 독점은 다른 분야에서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와 컴퓨터 기기를 무료로 만들거나 적어도 훨씬 더 저렴하게 만들 수 있다. 또한 이는 래리 엘리슨이나 빌 게이츠 같은 소프트웨어 억만장자들의 부를 급격히 줄일 것이다.

이들의 부를 줄이는 것은 주택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들은 더 이상 최고 입지에 있는 넓은 토지를 묶어둘 수 없게 될 것이다. 또한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업들이 만들어낸 수많은 수백만장자들도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그리고 다른 지역에서 주택을 사기 위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안타깝게도 풍요론자들은 실제로 풍요를 창출하는 데에는 거의 관심이 없는 듯하다. 그들은 대체로 자신들과 같은 사람들이 파이를 더 큰 몫으로 가져가는 것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제거하고 싶어 할 뿐인 것으로 보인다.

[출처The Real Abundance Agenda: Weakening Patent and Copyright Monopolies

[번역] 이꽃맘

 
덧붙이는 말

딘 베이커(Dean Baker)는 1999년에 경제정책연구센터(CEPR)를 공동 설립했다. 주택 및 거시경제, 지적 재산권, 사회보장, 메디케어, 유럽 노동 시장 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세계화와 현대 경제의 규칙은 어떻게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드는가' 등 여러 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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