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가 사용자 측이 요구한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안을 부결했다. 노동계는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최저임금 탓으로 돌리는 접근이 현실을 왜곡한다”며 “프랜차이즈 본사와 플랫폼 기업 규제 등 구조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용자 측 위원들이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출처: 민주노총
최저임금위원회는 18일 열린 제7차 전원회의에서 음식점업 일부 업종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안을 표결에 부쳐 반대 14표, 찬성 11표, 무효 1표로 부결했다. 사용자위원들은 한식 음식점업, 외국식 음식점업, 김밥 및 기타 간이음식점업 등 3개 업종을 대상으로 최저임금 인상률을 일반 인상률의 절반 수준으로 적용하는 시범안을 제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차등 적용안 부결은 노동자 차별 시도에 대한 단호한 경고”라며 “사용자 측이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최저임금 탓으로 호도하고 노동자 임금 삭감을 해법으로 제시했지만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사용자 측이 수년째 추진해 온 업종별 구분 적용은 또다시 무산됐다. 업종별 차등 적용은 1988년 최저임금제 도입 첫해 시행된 뒤 폐지된 제도로, 사용자 단체들은 숙박·음식업의 높은 최저임금 미만율과 낮은 생산성 등을 근거로 재도입을 요구해 왔다.
노동자 측 위원인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소상공인 위기의 원인을 밝히고 있다. 출처: 민주노총
민주노총은 소상공인 위기의 원인을 최저임금에서 찾는 것은 사실관계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2025년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 경영 애로 요인으로는 동일 업종 경쟁 심화(61.0%), 원재료비·재료매입비 부담(49.6%), 상권 쇠퇴(33.5%), 보증금·월세 부담(28.6%) 등이 꼽혔으며, 최저임금은 17.5%로 다섯 번째 요인에 그쳤다.
이번 표결 결과는 최저임금 논의의 초점이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에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경영난을 해결할 실질적 대책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노총 추천 최저임금위원인 박정훈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지난 6년간 최저임금은 사실상 동결·삭감됐지만 자영업자의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며 “자영업자 대책은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프랜차이즈 본사와 플랫폼을 규제해 업종 내 불공정 경쟁을 바로잡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동계는 이번 부결이 단순히 최저임금 수준을 둘러싼 논쟁을 넘어 차별적 임금체계에 대한 사회적 거부 의사를 확인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특히 음식점업에 여성·청년 노동자가 집중돼 있는 만큼 차등 적용이 현실화될 경우 저임금 구조가 고착화되고 특정 노동자 집단에 대한 차별이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노총은 “플랫폼 독점과 프랜차이즈 갑질, 내수 침체 같은 구조적 문제가 핵심인데도 노동자 임금만 낮추려는 것은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임금을 낮춘다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저임금 일자리만 늘어나고 음식점업에 집중된 여성·청년 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심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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