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가 알던 위험, 감독은 장례 뒤에 왔다

[제6호] 2026년 8월 18일(화)

 
참세상
데일리 큐레이션
DAILY CURATION N°006
2026/08/18(화)
어제 16시 — 오늘 16시의 세계

거듭되는 사건 사고들. 쏟아지는 온갖 보도와 입장들.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읽고 이해해야 하는 거지? 답답했던 이들을 위한 참세상의 신규 콘텐츠, ‘데일리 큐레이션’을 시작합니다. 어제 오후 4시부터 오늘 오후 4시까지, 국내외 여러 매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떠도는 세상의 소식을 민중의 관점으로 고르고 톺아봐 매일 저녁 전합니다. 다른 세계를 향해 고민하고 투쟁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콘텐츠가 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의견 부탁드립니다.

01
오늘의 다섯 줄
1 한 달 전 엿새 간격으로 하청노동자 둘이 끼여 숨진 HD현대중공업에, 노동부 감독반 62명이 이제야 들어갔다.
2 미국-이란 전쟁 다섯 달째, 석유 메이저 8곳은 2분기에만 지난해의 거의 두 배인 930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3 종합특검이 관저 이전 공사 의혹으로 김건희 씨와 윤한홍 의원을 재판에 넘겼다.
4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연합훈련 대폭 축소 지시를 놓고, 보수지의 사설과 평화운동의 성명은 정반대 방향을 가리킨다.
5 국민연금이 팔레스타인 인권실사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다는 참세상 단독 보도를, 온라인 광장이 이어서 따져 묻는다.
02
오늘의 심층 분석
조선소가 알던 위험, 감독은 장례 뒤에 왔다
무슨 일이 있었나

노동부가 18일 HD현대중공업에 대한 고강도 근로감독에 들어갔다. 근로감독관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인력 62명이 울산과 군산 조선소, 본사를 들여다본다. 계기는 지난달의 두 죽음이다. 7월 18일 울산 조선소에서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26살 하청노동자가, 엿새 뒤 군산 조선소에서 39살 하청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숨졌다. 노동부 스스로 “이 회사에서는 과거에도 끼임 사망 사고가 반복됐다”고 밝혔다.

왜 특별감독이라고 부르지 않았나

이번 감독의 이름은 특별감독이 아니라 “특별감독에 준하는 고강도 감독”이다. 금속노조는 군산 사고 직후인 지난달 28일부터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해 왔다. 그로부터 3주, 두 번째 장례가 끝나고서야 감독반이 꾸려졌다. 노동부는 위반사항의 즉시 사법처리와 재감독을 예고했고,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같은 유형의 중대재해 발생 기업에는 무관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말들이 처음이 아니라는 데 있다.

알고 있던 위험은 왜 제거되지 않았나

숨진 두 사람은 모두 하청 소속이었다. 조선소의 가장 위험한 자리가 하청으로, 다시 이주노동자에게로 넘겨져 온 순서 그대로다. 같은 날 금속노조 만도지부는 다른 공장의 같은 구조를 폭로했다. 지난달 22일 평택 HL만도 공장에서 하청노동자 김승모 씨가 끼임 사고로 숨졌는데, 같은 유형의 사고가 이 회사의 미국 공장에서 먼저 있었다는 것이다. “글로벌 안전관리체계”를 내세워 온 회사가 이미 확인한 위험을 국내 대책으로 잇지 않았다는 물음이 남는다. 만도는 김 씨 사망으로 작업이 중지된 기간에 부품을 무단 외주로 만들어 기아차에 납품하기도 했다. 안전보다 납기가 앞서는 순서, 끼임은 그 순서의 결과다.

앞으로 무엇을 봐야 하나

셋이다. 첫째, 감독 결과가 경영책임자 처벌로 이어지는가. HL만도 수사는 이달 초 압수수색 대상에서 본사가 빠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둘째, 사망이 반복되는 사업장의 원청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논의가 움직이는가. 셋째, 현장의 대응이다. 금속노조는 19일 전국 노동청 앞에서 원청교섭 이행을 촉구하는 동시다발 기자회견을 연다. 죽음을 멈추는 힘이 감독반에서 나올지 교섭장에서 나올지, 이번 주가 가늠자다.

#중대재해 #HD현대중공업 #끼임사고 #하청노동 #이주노동자 #근로감독 #HL만도
 
전쟁 다섯 달째, 석유회사 금고에 쌓인 930억 달러
「석유 메이저, 이란 전쟁으로 930억 달러 횡재」 Oil Majors Reap $93 Billion Windfall From the Iran War · Oil Price ·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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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볼 기사 「이란, 미국과의 양해각서 만료 앞두고 ‘공세적 군사태세 전환’ 경고」 Iran warns of shift to offensive military posture as MoU with US expires · Al Jazeera · 08/17
함께 볼 기사 「이란 전쟁이 가족들에게 강요하는 선택, 학교냐 생존이냐」 The Iran war is forcing families to choose between school for their kids or survival · Kyodo News · 08/17
무슨 일이 있었나

에너지 전문지 오일프라이스가 16일 세계 석유 메이저 8곳의 2분기 실적을 합산했다. 930억 달러. 지난해 같은 기간의 거의 두 배다. 셰브론의 시추 · 생산 부문 이익은 82억 달러로 세 배가 됐고, 사우디 아람코도 34% 늘었다. 실적의 출처는 분명하다. 3월 말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시작된 미국-이란 전쟁이다. 2월 말 배럴당 68달러였던 유가는 5월 100달러 문턱까지 올랐고, 지금도 90달러 선에 있다.

왜 하필 지금 이 숫자인가

미국과 이란이 6월 17일 맺은 임시 양해각서가 17일 만료됐다. 각서는 체결 열흘 만에 교전 재개로 사실상 무너졌고, 두 달 동안 협상은 제자리였다. 만료일에 맞춰 이란 혁명수비대 정치국장 야돌라 자바니는 이란의 군사태세가 “공세적 양상을 띨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쪽도 전쟁을 끝낼 동력을 잃었다. 로이터 · 입소스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33%로 현 임기 최저였고, 응답자 80%가 전쟁 장기화를 내다봤다. 전쟁이 언제 끝나는가라는 질문의 답은, 전쟁으로 누가 버는가와 무관하지 않다.

누가 벌고 누가 치르나

셰브론 최고재무책임자는 이 실적을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세계가 필요로 하는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 공급”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이란의 가족들은 아이의 학교와 생계 가운데 하나를 골라야 했고, 전쟁 비용은 각국 정부의 청구서로 쌓였다. 한국의 밥상에도 고지서는 온다. 9월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일곱 단계 뛰어 3개월 만에 최고 등급이 됐다. 인천-뉴욕 편도에 붙는 할증료만 최대 9만4천800원이다. 비용은 모두에게 넓게 흩어지고, 이익은 여덟 개 회사의 분기 보고서에 모인다. 트럼프 대통령조차 석유회사들이 “너무 많은 돈을 벌고 있다”고 말했지만, 그 말이 세금이 된 적은 없다.

앞으로의 전망

첫째, 각서가 만료된 다음이다. 이란 의회는 호르무즈 통항금지법 심의를 이어가고 있고, 확전이면 유가 100달러 선이 다시 시험대에 오른다. 둘째, 물가다. 유가는 시차를 두고 공공요금과 물류비, 장바구니로 번진다. 셋째, 횡재세다. 2022년 에너지 위기 때 유럽 각국이 꺼냈던 초과이윤 과세 논의가 되살아날지가 이 930억 달러의 다음 장을 정한다.

#이란전쟁 #호르무즈 #유가 #석유메이저 #횡재세 #유류할증료 #전쟁경제
03
한 장의 세계
한 장의 세계
자료: https://cdn5.telesco.pe/file/odouI9o7En84zs0HWe4uBfwTrnHcNWA_-3oYLwFP8Ua7IQNTpxfH8ZOToaIt2xgzJn8HE0Ee8AKpBKTNkrUMdJHm32V08br8cRqc__9EMwqp3VpvfA0g6T-xQ4UmKdD--jbCawqpE5nC9kSF_u53MWEDGitqP3d9Fg5zhb9outMSYnxKLfDu62MHhuwA-I4rS8fSXbGD5q0RGo9vlqN-zQi16JPn3EAK3p2Y5FySM5dl-U4BAEE-SdEbyairpVTqXghjyGa1yB1HzBLw0mH1BrBfRg6qNQpLCKQPX4_B8GP06qAds7j8NW2AALLsJ2pIXhJoGzu9TuZce39vZIB3rg.jpg · 원문 보기 →
예산이 만들어지는 건물 앞, 천막 한 동

17일 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나라 예산 전산을 맡는 한국재정정보원 앞에 천막을 쳤다. 내건 문장은 “예산 없이 권리 없다”, 요구는 2027년 예산에 장애인권리예산을 담으라는 것이다. 이튿날 아침 4호선 서울역은 양방향 무정차로 응답했다.

04
온라인 광장
오늘의 현장
지하철은 서지 않았고, 천막은 밤새 서 있었다

천막농성 이튿날 아침, 일흔두 번째를 맞은 출근길 지하철 행동에서 전장연이 남긴 실시간 기록이다.

내일 아침, 전국의 노동청 앞이 시끄러워진다

금속노조가 19일 전국 노동청 앞에서 원청교섭 성실 이행을 촉구하는 동시다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청장 면담에 나선다. 노조법 개정(노란봉투법)으로 보장된 2만 하청노동자의 원청 교섭이 원청의 무응답에 막혀 있다는 것이 노조의 진단이다. 같은 날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민주노총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결의대회가 열린다. 법이 만든 권리가 현장에 도착했는지 확인하는 하루가 된다.

오늘의 논쟁
국민연금은 그날 누구 편에 손을 들었나

국민연금이 5월 27일 셰브론과 메타 주주총회에서 팔레스타인 인권 실사 안건에 반대표를 던진 사실이 참세상 단독 보도로 확인됐다. 인권위가 가자 학살 연루 위험을 점검하라고 권고한 지 44일 만의 투표였다. 화섬식품노조는 “인권침해 위험보다 수익률을 우선하겠다는 의지”라며 책임 소재를 가릴 조사를 요구했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두 회사 주식은 셰브론 약 1조8천억 원, 메타 약 8조6천억 원어치다. 노후자금 수조 원이 어느 편에 투표하는지 따지는 논쟁이 시작됐다.

‘차별금지’가 지워진 자리에 ‘이용자 책임’이 들어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AI 윤리원칙 2차안에서 성차별 · 성별편향 관련 문구가 삭제되거나 축소되고, 개발자 대신 이용자의 책임이 강조됐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14일 성명에서 “후퇴한 AI 윤리원칙 2차안을 즉각 재수정하라”고 요구했고, 여성신문이 17일 저녁 이 대립을 보도했다. 정부는 자율규범이라 부르고, 여성단체들은 최소 원칙의 후퇴라고 읽는다. 원칙에서 지워진 단어는 현장에서 보호받지 못할 사람을 예고하는 것 아니냐는 물음이 논쟁의 축이다.

오늘의 단어
LLM 그루밍

이스라엘이 AI 챗봇의 답을 자국에 유리하게 길들이려고 가짜 싱크탱크를 내세워 왔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선전물의 독자는 사람이 아니다. 챗GPT 같은 인공지능이 읽으라고 만든 것이다. 챗봇이 학습하고 검색하는 정보 바다에 가짜 문서를 풀어 놓으면, 이용자가 무엇을 묻든 답이 한쪽으로 기운다. 지난해 미국 연구단체가 러시아발 선전망을 분석하며 ‘LLM 그루밍’이라는 이름을 붙인 수법과 같은 계열이다. 팔레스타인평화연대가 18일 이 보도를 국내에 소개했다. 사람을 설득하는 대신 기계를 오염시키는 정보전이 시작됐다. 그 무대를 쥔 플랫폼의 권력 때문에 이 말은 싸움이 됐다.

오늘의 말
비판“매일 밤 30~40명”, 할당량이 된 표적 살해

이타마르 벤기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이 16일 공개된 팟캐스트 대담에서 가자에서 “매일 밤 30~40명을 죽여야 한다”며 “가자 전체를 우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알자지라 보도). 그가 끌어다 쓴 ‘표적 암살’은 특정한 위협을 지목해 제거한다는 군사 용어다. 죽일 사람의 수를 하룻밤 단위로 미리 정하는 순간 그것은 표적이 아니라 할당량이 되고, 용어는 학살 계획의 포장지가 된다. 주목할 것은 발언자의 극단성이 아니다. 안보를 책임진 각료가 이 말을 공개 대담에서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이 언어가 이미 정책의 언어로 통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발언의 수위 때문에 게시물 대신 보도 링크로 남긴다.

05
오늘의 주장

1.  한국경영자총협회가 17일 내놓은 ‘노동 현안 제언’은 요구의 목록이 길다.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1주에서 월 · 분기 · 반기 · 연 단위로 늘리고, 고소득 전문직을 노동시간 규제에서 빼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메가특구특별법에 넣고, 영업이익에 연동한 성과급 요구는 교섭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내용이다. 민주노총은 18일 ”주 52시간 무력화 · 비정규직 확대, 경총의 노동개악 요구 규탄한다”는 성명에서 이를 “사실상 주 52시간제의 형해화이자 장시간 노동의 전면 합법화 요구”로 규정하고, 정부가 “경총의 일방적 요구에 밀려 노동 개악을 서둘러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직장갑질119는 앞서 16일 ”2년도 힘든 기간제, 4년까지 늘리면?”이라는 글에서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이 만들 고용의 풍경을 짚었고, 민주노총은 13일 성명에서 ”시행령이든 법 개정이든” 노동3권 축소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발신들이 겨누는 지점은 하나로 모인다. 경총의 목록이 어떤 경로로든 관철되면 노동시간과 고용형태의 방어선이 함께 무너진다는 것이다.

2.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을 요구하는 발신은 여러 갈래에서 동시에 나왔다. 노동당은 17일 낮 논평에서 사업장 이동의 자유, 임금 · 노동조건 차별 철폐, 노조를 만들고 활동할 권리의 온전한 보장을 요구했다. 현장의 흐름은 이미 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참세상이 17일 전한 금속노조 이주노동자들의 요구는 사업장 이동과 재고용 보장이었고, 투쟁은 9월 전국대회로 이어진다. 매일노동뉴스도 18일 이주노동자의 노조 가입이 늘며 정주노동자와의 공동행동으로 번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업장을 옮길 자유조차 없는 고용허가제의 틀 안에서, 이주노동자들은 조직을 만들어 틀 자체를 문제 삼기 시작했다.

3.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연합훈련 축소 지시로 소란한 이번 주, 평화운동의 요구는 그보다 앞서 있었다. 한반도평화행동은 광복절인 15일 성명에서 “진정한 한반도 평화공존을 위해서는 이제라도 한미연합군사연습을 중단하고 남북 대화를 위한 여건을 조성해야 마땅하다”고 밝혔고, 민주노총도 같은 날 8 · 15 전국노동자대회 성명에서 군사적 예속을 넘어서는 자주와 평화를 내걸었다. 두 성명 모두 사흘 전 광복절의 발신이지만, 훈련 축소가 ‘동맹 훼손’인지 ‘흥정’인지를 다투는 이번 주의 논쟁이 빠뜨리고 있는 제3의 답, 훈련 없는 평화라는 답을 담고 있어 함께 놓는다.

06
사설 · 칼럼 비평
주목물가를 설명해 온 언어를 겨눈 계산
「인플레이션 이론 3부: 인플레이션의 가치론」  마이클 로버츠 참세상 · 08/18

이 칼럼은 물가 그 자체보다 물가를 설명해 온 언어를 겨눈다. 로버츠는 인플레이션을 통화량 증가율에서 생산 노동시간 증가율을 뺀 값으로 다시 정의한다. 1949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에서 통화는 연 6.6%, 생산 노동시간은 연 1.4% 늘었다. 이 계산에서 중앙은행의 통화 공급은 물가를 만드는 원인의 자리에서 내려와, 가치 변화를 뒤쫓는 대응이 된다. 따라가면 불편한 결론에 닿는다. 노동시간으로 재면 노동자의 실질임금은 공식 물가지수가 보여주는 것보다 더 깎여 왔다는 것이다.

비판흥정을 시작한 쪽이 누구인지는 스스로 썼다

트럼프 대통령이 SNS에서 국방장관에게 연합훈련 대폭 축소를 지시하며 훈련이 “비용이 많이 들고 북한에 완전히 부적절한 적대적 신호”라고 썼다는 사실은 이 사설 안에 있다. 그런데 결론은 “정부가 자초했다”로 향한다. 흥정을 먼저 꺼낸 사람은 워싱턴에 있고 그 증거를 사설이 직접 인용했는데, 책임은 서울에 묻는 배치다. 1기 때도 같은 시도를 했다는 문장까지 실어 놓고도, 이 지면은 동맹이 원래 흥정으로 굴러왔을 가능성은 따지지 않는다. 훈련 축소를 위기로만 읽는 눈에는 싸울 필요가 없는 상태라는 선택지가 보이지 않는다.

비판‘해결’의 목차가 경총 요구안과 같다

정부가 노사 갈등의 “문제 해결자”가 되라는 주문은 중립처럼 들린다. 그런데 이 사설이 말하는 해결의 목차를 펼치면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성과급 교섭 배제까지 전날 경총이 발표한 제언과 정확히 겹친다. “사용자 단체의 주장이라고 흘려듣지 말아야 한다”는 문장이 이 사설의 가장 정직한 대목이다. 한쪽 요구의 관철을 해결이라고 부를 때, 그 언어를 받아쓰는 정부는 심판석을 떠나 선수로 뛰게 된다.

주목세계가 브레이크를 밟는 길, 한국만 가속한다

숫자의 대비가 논지를 대신한다. 데이터센터가 전력의 23%를 쓰는 아일랜드는 2028년까지 신규 접속을 막았고, 미국에서는 전역 550곳의 지역이 금지 · 규제에 나섰으며, 중국은 재생에너지 80%를 못 박았다. 한국은 2035년까지 18.4기가와트를 늘리는 속도전이다. 전기와 물은 지역에서 끌어오고 고용은 미미하며, 편익은 기업이 가져간다. 세계가 브레이크를 밟는 길에서 한국만 가속하는 이유를 물어야 할 때다.

논쟁네 신문이 같은 문장을 쓴 날, 밀려난 질문

이 대통령이 14일 SNS에 4년 중임제 개헌과 임기 단축 수용 의사를 올린 뒤, 경향조선, 중앙까지 나흘 사이 네 신문이 같은 요구를 썼다. 연임 · 중임을 하지 않겠다고 직접 말하라는 것이다. 진보지와 보수지가 한 문장에 모이는 일은 드물고, 그 자체가 기록할 장면이다. 다만 지면들이 연임 공방에 모이는 동안 개헌의 내용, 즉 계엄 요건과 기본권을 손볼 것인가 권력구조를 바꿀 것인가라는 질문은 흐려졌다. 87년 헌법을 고치자는 논의가 다시 대통령 한 사람의 거취 문제로 좁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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