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AI 거대기업의 독주를 막을 때다

데이터센터 건설을 중단시키려는 투쟁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이는 인공지능 기술의 탄생을 가능하게 한 대중을 위해 AI를 활용하고, 억만장자 엘리트가 AI를 독점하지 못하게 하려는 더 광범위한 움직임의 일부다.

출처: foodandwaterwatch 인스타그램

미국 남부 전역에서는 구더기파리 유충이 소의 살을 파먹고, 오염된 채소를 통해 폭발적인 설사를 일으키는 기생충이 퍼지고 있으며, 산불 연기가 대기를 오염시키고 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서 벌이는 불법 전쟁으로 휘발유와 식료품 가격까지 치솟고 있다. 이 모든 상황만으로도 2026년 여름을 미국의 위기라고 부르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미국 곳곳을 덮친 극심한 폭염으로 상황은 훨씬 더 악화됐다. 기록적인 기온이 이어지면서 광범위한 지역의 주민들은 바깥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조차 거의 견디기 어려워졌다.

이러한 추세는 이미 수년째 이어지고 있으며 멈출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화석연료로 인한 기후변화가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지구를 뜨겁게 만들면서 여름은 해마다 더 덥고, 더 길고, 더 혹독해지고 있다.

이제 AI 데이터센터가 빠르게 확산되고,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는 이 시설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발전소까지 잇달아 들어서면서 기후변화의 영향은 더욱 빠르게 심해지고 있다. 트럼프는 이러한 시설을 확대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물을 소비하고 큰 소음을 내며 공공요금을 끌어올리는 데다 전력망에 부담을 주고 주변 지역을 오염시키는 등 지역 주민들에게 온갖 불편을 안긴다. 여기에 심각한 환경 피해까지 일으키고 있다. 이런 시설이 밀려들자 미국인들은 분명한 메시지로 응답하고 있다. “절대 안 된다.”

최근 갤럽 조사에 따르면 미국 주민의 70% 이상이 자신이 사는 지역에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데 반대했다. 이러한 반대는 정파를 가리지 않았으며, 반대하는 사람 가운데 과반수는 환경 문제를 이유로 꼽았다.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거대한 시설이 자기 집 바로 옆에 들어서기를 원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우려는 개인이 떠안아야 할 부담에만 그치지 않는다. 응답자들은 AI를 어떤 방식으로 운영하고 통제할 것인지에 관한 더 큰 구상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수도 있는 새로운 기술의 방향을 억만장자 계층이 결정하는 반면, 그 막대한 대가는 노동자들이 치르는 구조에 불안을 느낀 것이다.

AI가 미래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를 두고는 다양한 전망이 나온다. 의학·과학·공학 같은 분야의 연구에서 획기적인 발전을 이끌 것이라는 전망부터 현대 교육체계를 종말로 몰아넣거나 일자리를 대규모로 없앨 것이라는 전망까지 있다. 심지어 의식을 지닌 디지털 집단지성이 등장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인간이 만들어낸 이 존재가 어느 순간 인간과 자원을 놓고 경쟁하게 되면서, 자신을 탄생시킨 인류를 없애려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기술이 인간의 인지 능력을 뛰어넘는 순간인 특이점(singularity)’을 향해 가고 있는지, 아니면 궁극적으로 인류를 종말로 몰아넣을 기계를 지금 만들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팔란티어 같은 주요 AI 기업들은 이미 자신들의 기술을 여러 악의적인 사업에 활용하고 있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협력해 이민자들을 감시하고 납치하는 데 도움을 주고, 이스라엘 정부와 협력해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을 상대로 한 집단학살을 수행하는 데 관여하고 있으며, 미 국방부와 계약을 맺어 미군이 이란을 비롯한 여러 전쟁터에서 사용하는 AI 기반 무기 표적 선정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팔란티어 최고경영자 알렉스 카프(Alex Karp)는 올해 초 빅테크가 AI 무기체계를 개발하는 등의 방법으로 서방 국가를 지킬 도덕적 의무가 있다는 내용의 선언문까지 발표했다. 영국 의회 의원들은 이를 두고 영화 로보캅을 패러디한 것 같다”, “슈퍼빌런이 횡설수설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물론 생성형 AI 시스템은 챗봇, 문서 작성, 소프트웨어 코딩, 건강검진, 가상 비서, 자율주행차 등 다른 용도로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AI를 감시나 전쟁에 사용하지 않더라도 이 새로운 기술을 만드는 기업들은 여전히 민주적 안전장치가 없는 무제한적인 자본주의 환경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러한 ‘AI 과두지배 체제아래에서는 기술 억만장자들이 초거대 규모의 권력을 행사하고, AI가 현대인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동안에도 대중은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못하고 규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미국 경제를 떠받치기 위해 이 산업에 수십억 달러가 쏟아지고 있지만, AI를 둘러싼 열풍은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부를 갈수록 소수의 손에 집중시키고 있다.

AI 데이터센터가 환경에 남기는 유해한 흔적과 폴 버호벤(Paul Verhoeven)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디스토피아적 미래의 가능성까지 더해지면서, 이러한 비민주적인 현실은 미국인들이 AI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왜 극심한 불안을 느끼는지를 설명해 준다. 지난 7<아테나 인사이트>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AI의 영향에 매우 우려한다거나 어느 정도 우려한다고 답한 미국인이 기대된다고 답한 사람보다 거의 세 배나 많았다. 이러한 격차는 어느 정당을 지지하느냐와 관계없이 비슷하게 나타났다.

이러한 불안감은 일부 AI 기업 최고경영자들에게도 전해지는 듯하다. AI가 인간의 노동력 전체를 사실상 필요 없게 만들 정도의 파괴력을 지녔다는 주장이 잇따르면서 대중의 두려움이 커지고 있고, 이들은 그에 따른 반발을 우려하기 시작했다. 팔란티어의 카프는 최근 CNBC에서 공개적으로 걱정을 드러냈다. “억만장자들부터 시작할 것이다. … 이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모두 우리를 벌주기 위한 목적으로 부유세를 내게 될 것이다.”

그의 걱정에는 근거가 있다. <임팩트 리서치>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77%가 억만장자에 대한 증세에 찬성한다. <베라사이트>의 조사에서는 미국인의 3분의 2 이상이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무소속, 버몬트) 상원의원이 제시한 방안에 따라 AI 기업의 부를 환수하는 데 찬성했다.

샌더스는 미국 국민이 주요 AI 기업의 지분 50%를 보유하도록 하는 국부펀드 조성 법안을 발의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처음에 약 7조 달러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고, 미국 주민들에게 매년 1,000달러가 넘는 돈을 직접 지급한다. 이와 함께 주택과 의료, 교육 분야에도 초기 자금을 지원한다.

좌파 일각에서도 이 구상의 일부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공공의 이익과 기업의 수익성에 대한 요구가 뒤얽히면서 잘못된 유인 구조를 만들 수 있고, 전 세계에서 AI의 영향을 받는 사람들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하는 일종의 ‘AI 민족주의를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AI의 발전을 가능하게 한 사람들을 위해 AI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핵심 원칙은 추구할 가치가 있다. 샌더스는 법안을 발의하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AI의 토대는 인류가 공동으로 축적한 지식과 수천만 명이 만들어낸 창작물이다. 미국 국민은 AI의 발전 속도를 늦추고, AI가 지구상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들만이 아니라 인류 전체에 혜택을 주도록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AI를 국유화하는 방안부터 완전히 민주화하는 방안까지, 어떤 접근법을 택해야 우리 모두가 노동시간을 줄이고 삶이 주는 풍요와 아름다움을 누릴 수 있는 미래를 만들 수 있을지를 두고 이미 많은 현실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AI를 난민촌을 폭격하거나 이웃을 감시하는 데 사용하는 대신, 마침내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데 활용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사람들은 직장에서 장시간 일하는 대신 인간이 창작한 예술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클럽에서 춤을 추거나 친구들과 바비큐를 만들어 먹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출처: foodandwaterwatch 인스타그램

하지만 그런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동안에도 이 기술을 극소수의 부유한 엘리트가 통제하는 한, 숨 가쁘게 진행되는 데이터센터 건설에 제동을 거는 것은 대중의 분노를 결집하고 AI 과두지배 세력의 팽창 야욕을 억제할 수 있는 분명한 방법 가운데 하나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같은 민주사회주의자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Alexandria Ocasio-Cortez·민주당, 뉴욕) 하원의원은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을 전국적으로 일시 중단하는 법안을 의회에 발의했다. 미국 곳곳의 지방정부와 주정부에서도 비슷한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 7월 뉴욕주에서는 캐시 호컬(Kathy Hochul) 주지사가 데이터센터 건설을 1년 동안 중단하는 미국 최초의 주 단위 조치에 서명했다. 풀뿌리 활동가들이 수년 동안 끈질기게 조직하고 투쟁한 끝에 얻어낸 결과였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진보·사회주의 성향 후보들도 데이터센터에 반대한다는 분명한 입장을 중심으로 결집하고 있다. 미시간에서는 최근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로 공식 확정된 압둘 엘사예드(Abdul El-Sayed)AI를 공공 소유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욕의 클레어 발데즈(Claire Valdez), 테네시(Tennessee)의 저스틴 피어슨(Justin Pearson), 콜로라도(Colorado)의 멜라트 키로스(Melat Kiros) 등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도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키로스가 사는 덴버에서도 최근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을 1년 동안 중단하는 조치를 통과시켰다.

미국민주사회주의자(DSA)의 지지를 받는 키로스는 <인 디즈 타임스>에 이렇게 말했다. “데이터센터와 이 기술의 발전이 초래하는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는 노동자들과, 그 덕분에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이제 그 경계가 아주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당과 각종 인구집단의 경계를 넘어 사람들이 이토록 한목소리를 내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라고 본다. 최소한 우리는 이 기술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지 결정하는 데 어느 정도 발언권이라도 갖기를 원한다. 아무리 좋게 보더라도 AI는 우리의 노동시장과 에너지 경제를 완전히 뒤흔들 것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이 분야의 노벨상 수상자와 연구자, 기업 최고경영자들마저 이 기술이 인류의 멸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보다 더 중대한 문제가 있을 수 없다.”

AI의 미래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여론을 살펴보면, 계급 문제에 뿌리를 둔 대중주의적 메시지를 통해 자신의 재산을 불리기 위해 우리의 삶을 뒤흔들려는 억만장자들에게 맞서 흐름을 바꿀 수 있다. 지금 우리는 깊은 위기 속에 있을지 모르지만, 아직 이 위기를 기회로 바꿀 가능성은 남아 있다.

[출처It's Time to Topple the AI Oligarchy

[번역] 이꽃맘 

 
덧붙이는 말

마일스 캄프라신(Miles Kampf-Lassin)은 <인 디즈 타임스>(In These Times)의 선임 편집자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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