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부문 도급 노동자의 고용안정과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보호지침을 시행하겠다고 나섰지만, 노동계는 공공서비스의 재공영화·직영화 원칙이 빠지고 기존 간접고용 구조를 그대로 둔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고용노동부는 8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공공부문 도급 노동자 보호지침’을 발표하고 9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지침은 용역과 민간위탁 등으로 나뉘어 있던 기존 보호기준을 통합하고, 원도급자의 하도급을 원칙적으로 제한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도급계약 기간을 2년 이상으로 하고 노동자의 고용유지·승계를 계약조건으로 명시하도록 했다. 노무비 산출내역 공개와 전용계좌를 통한 구분 지급, 노무비의 이윤·일반관리비 전용 금지 등도 포함했다.
노동부는 공공기관이 도급업체의 근로조건 이행확약서와 계약조건 준수 여부를 점검하고, 이를 어길 경우 계약 해지나 입찰 참가 제한 등의 제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공공기관과 도급 노동자가 같은 장소에서 일할 경우 복리후생시설과 노동환경의 차별을 줄이고, 지침 이행 정도를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 경영평가에도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일하는 방식과 고용 형태가 달라도 노동의 가치와 권리는 다르지 않다”며 공공부문에서부터 도급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출처: 민주노총
노동계는 고용승계와 노무비 관리 강화 등은 진전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공공서비스를 민간업체에 맡기는 구조 자체에는 손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8일 성명에서 고용승계와 노무비 산출내역 공개, 노무비 구분 지급과 목적 외 사용금지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공공서비스의 질 개선과 하청노동자의 차별 개선을 이루려면 국가책임과 공공성 강화가 핵심”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정부에 도급 노동자 보호정책의 방향을 직영화로 잡을 것을 요구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며, 상시·지속업무에는 정규직 고용 원칙을 적용하면서 민간위탁 노동자를 예외로 두는 구조가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공운수노조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무엇보다 공공서비스는 직접 수행해야 하고, 외주화된 공공서비스를 재공영화·직영화해야 한다는 원칙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생활폐기물 수집·운반과 돌봄 등 국가가 책임져야 할 서비스를 용역·민간위탁·도급 형태로 계속 외주화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평가 없이, 간접고용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방식’만 제시했다는 비판이다. 노조는 이번 지침이 “공공서비스에 대한 정부 책임을 면제해주는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지침의 이행 가능성도 핵심 쟁점으로 제기됐다.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기존 민간위탁 노동자 보호 가이드라인에도 노무비 별도 관리가 명시돼 있었지만, 올해 행정안전부가 생활폐기물 수집·운반과 가로 청소 계약 2,462건을 조사한 결과 노무비 전용계좌를 운영하지 않은 계약이 1,625건으로 66.0%에 달했고 지급확인을 하지 않은 경우도 364건, 14.8%로 나타났다. 노조는 기존 지침이 현장에서 제대로 집행되지 않은 사례라며 “지침의 핵심은 이행 의지”라고 강조했다.
고용승계의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공공운수노조는 이번 지침이 고용 자체의 승계만 규정할 뿐 연차와 퇴직금, 단체협약 등 노동조건의 승계는 다루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노무비 목적 외 사용금지가 공공부문 도급 전체로 확대된 것은 진전이지만, 총인건비 지침 때문에 저임금 문제가 지속되는 공공기관 노동자에 대한 대책이 없고 낙찰률 적용 금지도 수의계약에 한정돼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역시 지침이 행정지침에 머물 경우 과거와 같은 한계를 반복할 수 있다고 봤다. 기존 용역근로자 보호지침과 민간위탁 노동자 보호 가이드라인도 법적 강제력이 약해 현장에서 무시된 경우가 많았다며 점검·감독과 경영평가 반영이 실제 제도로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번 지침은 도급 노동자의 고용승계와 노무비 관리, 하도급 제한 등 기존 보호장치를 강화했지만 공공서비스 외주화와 민간위탁 자체를 축소하거나 직영으로 전환하는 방향은 담지 않았다. 노동계는 지침을 일회성 발표로 끝낼 것이 아니라 정부 내 정기적인 점검·평가 체계를 만들고 현장 의견을 반영해 지속적으로 개정하는 한편, 재공영화·직영화와 원청 책임 강화까지 논의를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 덧붙이는 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