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가 백악관에 복귀한 뒤 집무실에서 쏟아내는 유머 행렬을 모두가 즐기고 있다. 폭격기 조종사로 변신한 트럼프는 민주주의를 위해 시위하는 사람들에게 수 톤의 배설물을 쏟아붓는 영상을 올렸고, 버락 오바마 부부를 유인원으로 묘사한 AI 이미지도 내놓았다. 세계무역센터에서 9·11 희생자들을 자신이 구했다는 황당한 이야기까지 들려줬다. 그리고 이제는 오는 11월 자신의 측근들을 다시 뽑아주면 우리 모두에게 5,000달러짜리 수표를 주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놀랍게도 일부는 이 5,000달러 수표를 앞선 사례들과 비슷한 광기 어린 구상이 아니라 진지한 정책 제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분명하게 짚어야 할 점은 이것이다. 트럼프가 정말 5,000달러짜리 수표를 지급하는 것이 좋은 생각이라고 믿는다면 왜 아직 하지 않았는가? 그는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고 있고, 거의 예외 없이 공화당 상·하원 의원들은 트럼프가 시키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할 것이다.
트럼프가 정말 우리에게 5,000달러짜리 수표를 보내고 싶었다면 이미 그렇게 했을 것이다. 아직 수표를 보내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이것이 대통령 취임 첫날 식료품 가격을 낮추겠다거나, 에너지 가격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거나, 휘발유 가격을 갤런당 2달러 아래로 내리겠다거나, 취임 첫날 우크라이나와 가자의 전쟁을 끝내겠다는 트럼프식 발언 가운데 하나라는 점은 꽤 분명하다. 다시 말해 허구다.
그러나 사람들이 이 제안이 얼마나 황당한 규모인지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2027년 재정적자 전망치는 2조 달러에 가깝다. 여기에는 아직 트럼프의 대이란 전쟁 비용을 반영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기준선보다 국방비를 6,000억 달러 이상 늘리고 싶다고 밝혔다. 그렇게 되면 그해 재정적자는 2조 5,000억 달러에 가까워진다.
18세 이상 인구는 약 2억 7,000만 명이다. 따라서 트럼프의 선거 보너스는 1조 3,500억 달러의 비용이 든다. 그러면 2027년 재정적자는 3조 8,000억 달러를 넘어 국내총생산(GDP)의 약 12%에 이르게 된다. 팬데믹과 제2차 세계대전 시기를 제외하면 미국은 이런 수준을 본 적이 없다.
더욱 기이한 점은 공화당이 그동안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21년 도입한 확대 아동세액공제처럼 우리가 감당할 수 없다고 주장해 온 정책들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 정책의 비용은 연간 약 1,000억 달러였다. 바이든의 건강보험개혁법(Affordable Care Act) 보조금 연장 비용은 연간 270억 달러였다. 공화당이 ‘낭비성’ 지출 목록에 올린 항목에는 일론 머스크가 신나게 삭감한 아프리카 에이즈 퇴치 프로그램인 PEPFAR도 있었다. 이 프로그램의 지난해 예상 비용은 48억 5,000만 달러였다. 공영방송에 대한 연간 예산은 의회가 폐지하기 전 5억 3,500만 달러였다.
그림으로 보면 이렇다.

차트에서 마지막 두 항목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나도 안다. 그 이유는 트럼프의 선거 배당 수표와 비교하면 너무나도 작기 때문이다. 원래도 예산에서 작은 항목들이다. 이들을 완전히 없앤다고 해서 납세자가 어떤 의미 있는 혜택을 보리라는 생각은 애초부터 터무니없었다. 하지만 아프리카에서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하는 프로그램을 없애는 일로 공화당이 정치적 이득을 얻을 수 있는 모양이다.
어쨌든 핵심은 트럼프의 선거 배당 수표에 들어가는 돈이 최근 몇 년 동안 의회가 논의해 온 어떤 정책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크다는 점이다. 나쁜 프로그램에 돈을 쓸 이유는 없지만, 확대 아동세액공제나 강화된 건강보험개혁법 보조금은 감당할 수 없다고 하면서 트럼프의 선거 배당 수표는 감당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출처] Trump’s $5,000 Checks Would Cost $1.35 Trillion – CEPR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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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 베이커(Dean Baker)는 1999년에 경제정책연구센터(CEPR)를 공동 설립했다. 주택 및 거시경제, 지적 재산권, 사회보장, 메디케어, 유럽 노동 시장 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세계화와 현대 경제의 규칙은 어떻게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드는가' 등 여러 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