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에 투표했던 '말벌 시민'의 변화..."하청 노동자 말 들으러 온 유일한 후보, 권영국 지지해"

대선, 광장의 선택 ② "노동 의제 해결과 차별금지법 제정도 '내란 세력 청산'이다"

[편집자 주] '광장'의 힘으로 열린 조기 대선, 참세상은 거듭 미뤄지고 지워지는 '우리' 광장의 이야기를 다시 톺아본다. 함께 어둡고 시린 겨울을 밝혀온 우리 노동자·시민의 고민과 선택은 무엇일까. 

지난 대선, 예은 씨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한 표를 주었다. 사실 심상정 당시 정의당 후보를 마음으로는 지지했었지만, "윤석열만큼은 막아야 다는 마음"과 "그래도 민주당이 무언가 해결해 주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있었다. 

12.3 내란 사태 후 광장을 지켰던 예은 씨는 이제 더는 민주당에 기대하지 않는다. "민주당이 말하는 '국민'에는 하청 노동자와 성소수자와 같은 사람들은 없다"는 것을 느낀 결과다. 

예은 씨는 이번 대선에서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에게 한 표를 줄 생각이다. 그가 예은 씨가 바라는 세상을 함께 말하고, 그 세상을 향해 함께 투쟁하는 '동지'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20대 대학생인 송예은 씨는 지난 겨울, 다니던 학교도 휴학하고 매일같이 투쟁의 현장 곳곳을 누볐던 '말벌 시민'이다. 늘 투쟁하는 이들의 삶에 관심을 두고 있었지만 직접 현장에 참여해 본 경험은 없었던 예은 씨는, 비상계엄을 마주하고 비겁한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는 어린 시절의 다짐을 다시 떠올리며 광장에 나섰다. 광장 안과 밖을 연결하며 생을 걸고 함께 분투하는 노동자와 시민들을 만난 예은 씨는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에 조합원으로도 가입하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대선, 예은 씨의 '선택'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발언 중인 송예은 씨. (촬영 : 진다)

대선, 어떻게 지켜보고 있나 

우선 내란을 적극적으로 옹호했던 사람들이 후보로 올라와 있는 것이 광장에 함께했던 시민으로서 굉장히 모욕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압도적 승리'라는 말이 굉장히 많이 나오고 있는데, 그렇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압도적으로 승리하고 나서 과연 광장에서 나왔던 말들이 모두 이루어질 수 있을까, 그것을 정말 이룰 수 있는 후보가 누구일까를 많이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권영국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는데 

저는 광장이란 공간에서 발언도 많이 한 편이고, 다른 사람들의 발언들도 많이 들었다. 

그때 제가 이런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얘기한 것들과, 제 주변에 있었던 다른 동지들이 이런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던 것을 함께 말하고 있는 후보가 권영국 후보이기에 지지할 수 있게 됐다. 

제가 한 번은 광장에서 오픈 마이크 발언 중에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언젠가는 대통령이 직접 하청 노동자의 말을 들으러 왔으면 좋겠다"고. 

그런데 권영국 후보가 공식 선거 유세 첫 일정으로 고공농성장을 찾은 것을 보면서, 그래도 이제 대통령 후보가 하청 노동자의 말을 직접 들으러 오는 세상은 왔구나라고 감각할 수 있다. 

그리고 권영국 후보의 공약이라든가 이번 대선 토론에서 발언들을 보면 광장 이전에, 그리고 대선 국면에서도 여전히 '나중에'로 미루어졌던 문제들을 많이 갖고 와 주셨다. 그래서 지지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권영국 후보가 함께 말하고 있다는 "바라는 세상", "나중으로 미루어졌던 문제들"은 어떤 것일까. 

우선 차별금지법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광장에서 굉장히 많이 요구된 것이기도 하고 그런데도 계속 나중으로 밀렸던 의제 아닌가. 차별금지법은 강산이 한 세 번은 바뀌는 시간 동안 미루어져만 왔다. 

그것과 함께 노동 의제 현안에 대해서도 함께하고 있다, 같이 있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한편, 함께 광장에 나섰던 이들도, "내란 세력 청산을 위해 압도적 승리가 필요하다" 라거나 "민주노동당에 가는 표는 사표가 된다"는 식의 이야기들을 하기도 한다. 

누군가의 표를 사표라고 하는 것은 일단 민주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국가에서는 전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지율이 어떻게 되었든 주권자로서 본인의 의사 표명을 할 수 있는 것이지 않나. 

사표는 절대 없다는 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다. 

진보 정당에 대한 지지율이 일정 부분 모이면 다음 대선 토론회에서도 노동자와 사회적 소수자가 요구하는 여러 의제들에 대해 진보 정당이 계속해서 의견을 표출하고 나올 수 있을 것이고, 그 의제를 함께 해결하고 싶은 사람들이 이만큼 있다는 사회적 의사 표현이 될 것이다. 생각한다. 

그리고 저는 그 광장에서 나중으로 밀렸던 사람들이 이미 기회를 많이 줬다고 생각한다.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도 사실 그랬었고.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이 당선됐는데, 저는 그게 당시 정의당으로 갔었던 표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표들보다 보다 사실 기존에 민주당에서 이탈됐던 표도 저는 분명히 있다고 느껴졌고, 오히려 내부적으로 자신의 당원들을 다 끌고 오지 못한 것이 그 당시 민주당의 한계점이라고도 본다. 

지금 대선을 보면, 진보 정당의 지지율보다 개혁신당에 대한 지지율이 더 높은데, 그렇다면 개혁신당의 지지자들에게는 그런 말이 안 가는데, 왜 진보정당 지지자들에게는 그런 말이 계속 가는지에 대해서도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한번 생각을 해봐야 하는 문제다 싶다. 

그리고 저는 노동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고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것도 '내란 세력의 청산'이라고 본다. 광장에서 여러 사람들이 이야기했듯이 노동자들은 비상계엄 전부터 늘 계엄인 상황이었고, 성소수자들의 현실도 비슷할 거라고 저는 생각한다. 

나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순간, 사회적인 차별과 시선 때문에 실제로 스스로 목숨을 포기해야 했던 사람도 매우 많고, 직장에서 아우팅이 되는 순간 제대로 된 사회 생활이 보장되기가 힘든 것도 사실이다. 

윤석열 정권 때 계엄이 안 내려졌을 때도, 거통고 조선하청지회의 투쟁을 탄압하기 위해서 공권력이 투입돼 진압 훈련을 하고, 헬기를 보냈던 것도 명백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조선 하청 노동자들을 비롯한 여러 현장 노동자와 시민들이 투쟁을 하고 나가고 있는 것도 내란 세력 청산과 연관이 된 일일 수밖에 없다. 조선 하청 노동자들이 겪은 탄압 등은 내란 세력의 일부인 명태균과도 직접적으로 연관이 되어 있다. 근데 이런 것은 다 내란 세력이 아니고 본인들이 나아가고 있는 길만 내란 세력 청산이라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난 대선에서는 어떤 후보를 지지했나 

표를 드리지 못했지만, 저는 당시 정의당의 심상정 후보를 지지했었다. 저와 제 친구들을 대변해 주고 있는 후보가 그 후보였기 때문에. 

그런데 투표 자체는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사실 윤석열만큼은 막아야 다는 마음이 정말 컸다. 그리고 그때는 어떤 사표 논리나 이런 것에 일정 부분 설득이 됐었다. 

그리고 당시에는 노동 의제 등에 대해 더 몰랐을 때여서, 민주당에 대한 어떤 기대같은 것들도 일부 남아있었다. 그래도 해결을 해 주지 않을까 하는. 

왜 이번 대선에서는 생각이 달라졌나 

우선 차별금지법에 대한 회피가 저는 정말 가장 컸다.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의 태도는 이제 정말 회피로밖에 안 보인다. 사회적인 현안이 아직 많다, 다른 시급한 일이 많다고 하면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자꾸 미루어두는데, 도대체 언제 이 차별금지법은 시급해지는 것인가. 

차별금지법도 분명히 시급한 현안이다. 노동자들이 외치는 구호 중에서 "더 이상 죽이지 말라"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노동자와 사회적 소수자들이 실제로 죽어가고 있다. 차별의 문제도 사람이 살고 죽는 문제다. 우리의 목숨은 소중하지 않다는 것인가. 사람을 살리고 죽이는 일이 정말 현안이 돼야 는 게 맞지 않나. 

그리고 반도체특별법에 대해서 굉장히 당당하게 반대한 적이 없다면서 들고 나왔던 것도 저에게는 영향이 컸다. 이 밖에도 민주당은 전체적으로 노동 의제, 인권 의제와 굉장히 거리를 두고 있다고 느낀다. 

광장에서 마주했던 민주당의 발언이나 대선 국면의 행보들을 보면서, 민주당이 말하는 '국민'에는 하청 노동자와 성소수자와 같은 사람들은 없구나, 그런 것을 많이 느꼈다. 

지지하는 권영국 후보에게 바라는 점은 무엇일까

당연히 하실 것 같은데, 정말 (후보 사퇴 없이) 완주를 바란다. 

그리고 광장에서 들었던 말들, 계속 유세를 이어 나가면서 듣고 있는 다양한 현장의 이야기들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사실 권영국 후보는 제가 정치적인 공간보다는 진짜 투쟁하고 있는 현장에서 더 많이 만났었던 후보라서, 아직도 후보보다는 그 동지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드는 후보다. 그것이 변치 않았으면 좋겠다. 

유권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사회적으로 생각되는 자신의 정체성이 있지 않나. 여성, 장애인, 노동자, 성소수자 등 다양한 정체성이 있을 텐데, 그런 나의 정체성을 진정으로 함께 대변해 주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함께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함께 수행할 수 있는 후보가 누구인지 한 번 찾아보고, 그런 사람에게 한 표를 행사했으면 좋겠다. 

그런 사람이 권영국 후보인가 

맞다. 지금의 저에게는 분명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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