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수 집행부, 지금이라도 결단하라”… 민주노총 상근 활동가 349명, 진보정당 후보 지지 선언 촉구

민주노총이 투표일 전 사실상 마지막 중앙집행위원회에서도 대선 방침을 결정하지 못한 가운데, 조직 내부에서 양경수 위원장과 집행부의 책임을 묻는 공개적인 비판이 터져나왔다. 

민주노총 전국 상근활동가들은 26일 오전 "창립 30년, 민주노총 창립 정신을 훼손할 수 없다"면서 "민주노총의 진보정치 후보 지지를 조직하기 위한 위원장과 집행부의 결단을 촉구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5월 23일부터 25일까지 이틀간 349명의 활동가들이 이름을 올린 이번 연서명은, 대선방침이 안건에 오른 중앙집행위원회의 연이은 파행을 이끈 양경수 집행부에 대한 조직적 저항으로 읽힌다. 이는 지난 19일 중앙집행위원회 위원 16명의 권영국 후보 지지 선언과, 20일 현장 조합원 1,400여 명의 "진보 대통령후보 지지를 포함한 대선방침 결정" 촉구 서명에 이어, 민주노총 조직 내 실무단위에서 이뤄진 첫 공식 집단행동이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29일과 이달 15일, 20일 세 차례에 걸친 중집 회의에서 대선 방침을 논의에 부쳤지만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그 원인은, 양경수 위원장을 비롯한 집행부가 사실상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의미하는 "진보정당 및 진보정당과 연대 연합한 후보" 지지안을 고수하고, "유일한 진보정당 후보인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에 대한 지지 결정 논의를 "해태"한 결과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참세상 22일 보도, "이재명 지지 길 열어준" 민주노총 집행부..."양경수 책임지고 사퇴해야" 참고)

"대선 방침 없는 민주노총", "진보정당 후보를 공식적으로 지지하지 못하는 민주노총"은 창립 이래 지난 30년 역사에서 유례가 없던 일이다. 

상근 활동가들은 성명에서 "국민승리21부터 민주노동당, 그리고 이어져 온 진보정당의 역사에서 민주노총은 늘 함께였다"며 "지난 30년은 보수 정치와 구별되는 진보정당 건설과 진보정치 실현의 도정이었으며, 대중적 지지를 만들어온 역사이자 성과"라고 환기했다. 또한 "민주노총은 보수 양당 체제 타파, 진보정당을 통한 정치세력화 등을 정치 방침으로 수립한 바 있으나, 이번 대선에서는 스스로 정한 정치 방침을 위반하고, 선거방침조차 수립하지 못했다"면서 "참담하다! 창립 30주년을 맞는 올해, 결국 노동자 정치세력화라는 민주노총의 창립정신과 강령은 사라졌다"고 개탄했다. 

이들은 "탄핵 광장에서 확인한 시민의 요구는 차별 없는 평등한 세상, 안전하고 정의로운 세상, 가난한 청년도 장애인도 성소수자도 이 사회의 주인을 꿈 꿀 수 있는 세상이었다"면서 "민주당 후보의 당선만으로 광장의 요구를 실현할 수 없다는 것은 87년 이후 진행된 선거를 통해 반복해서 확인했다"고 짚고는 "민주당을 지지해 압도적 승리로 내란 세력을 척결하자는 것은 노동자와 시민의 요구를 '나중에' 하는 것으로 유보하는 것이고, 광장의 염원을 또다시 보수 정당의 손에 내던지는 것이다. 노동자와 민중의 삶과 연대하고 요구를 실천해 온 민주노총이 갈 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내란 세력 청산"을 명분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에 "길을 열어준" 양경수 위원장과 집행부 등의 "전략"이 '민주노조 운동'의 길이 아님을 짚은 것이다. 

활동가들은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실현하고 진보정당과 진보 정치세력의 결집된 힘으로 노동자 집권과 사회변혁을 목표로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추진하겠다는, 민주노총 강령과 정치방침에 따라 진보정당 후보 지지를 결정해야 한다"면서 "이것이 위원장이 지난 중집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비판과 평가를 책임지겠다고 말했던 그 책임을 다하는 길이고, 지난 30년 민주노총의 역사에 부합하는 것이며,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향한 길"이라고 제시했다. 

이번 연서명을 제안한 민주노총 활동가들 중 한 명은 기자에게 "지난 중집 결과의 참담함에 민주노총 사무처이자 활동가로서 무기력한 현실을 마주하고 이를 가만히 지켜볼 수 없었다"며 "민주노총의 잘못된 결정과 방향을 다시 돌려야 한다는 생각과 민주노총이 그동안 지켜온 원칙과 정신이 훼손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의지"로 제안에 나섰다고 밝혔다. 

또 다른 제안자는 참세상에 "민주노총은 지난 30년간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해 투쟁해왔다"면서 "내란 세력 청산과 사회대개혁 투쟁을 위해 이번 대선에 출마한 진보정당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더 설명이 필요없는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그러나 지난 중집에서 민주노총은 어떠한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며 "위원장은 이 결정에 따른 책임과 비판을 온전히 받겠다고 했는데, 그 책임을 다하는것은 이제라도 중집을 다시 열고 진보정당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고, 300명이 넘는 활동가들이 참여한 이번 연서명도 이를 요구하는 목소리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또한 "민주당에 대한 조직 내 의견, 대선 시기 내란청산과 사회대개혁을 실현을 위한 방식에 있어 해법을 다르게 생각할 수 있으나, 진보정당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않는 건 전혀 다른 문제"라고도 짚었다. 

성명은 "노동자 정치세력화로 한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지 말자. 노동기본권을 두고 정치적 이해를 저울질하는 후보에게 새로운 사회를 향한 꿈을 넘기지 말자"면서 "민주노총의 진보정치 후보 지지를 조직하기 위한 위원장과 집행부의 결단을 촉구한다. 지금 즉시 진보정당 후보 지지를 선언하라!"는 문장으로 맺어졌다. 

연서명의 결과는 26일 아침,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의 책상 위에 놓일 예정이다.

양 위원장과 집행부가 상근 활동가 "동지"들의 조직적 요구에 귀를 기울이고 "민주노조 운동의 일원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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