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충남, 경남, 인천 등 전국의 석탄발전소 연쇄 폐쇄가 올해 12월부터 시작됩니다. 정부 계획에 따라 59개의 석탄발전소 중 28개가 2036년까지 폐쇄될 예정입니다. 발전소가 문을 닫게 되면 발전소에 일하는 노동자의 대규모 실업 문제와 더불어 지역 상인과 주민의 피해가 불가피합니다. 발전노동자들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석탄발전소 폐쇄에 동의하지만, 아무 대안 없이 일터를 잃고 삶의 터전을 떠날 수는 없습니다. 이에 총고용 보장과 공공재생에너지로의 일자리 전환을 위해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재생에너지 전환은 꼭 필요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대부분이 민영화되고 있습니다. 풍력발전소 사업 허가의 93%가 민간사업자 소유이고 그 중 외국자본은 66%입니다. 민영화된 해상풍력 발전소는 공공 운영과 비교해 1GW당 연간 1,920억 원이 더 들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2050년 100GW의 해상풍력 발전소가 운영되면 연간 약 20조 원에 이르는 차이가 납니다. 그 비용만큼 전기요금이 오르고 국가 재정이 새어 나가고 민간이 사유화하는 이익은 우리 모두의 부담으로 돌아옵니다. 석탄발전소가 폐쇄되는 지역에 햇빛과 바람을 이용한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건설하면 지역경제 붕괴와 고용 위기를 막을 수 있습니다. 국가와 시민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공공재생에너지가 우리의 대안입니다. 공공재생에너지는 기후위기 시대에 필요한 에너지 전환을 앞당길 수 있습니다.
5.31 대행진 선초 기자회견 현장. 참세상
2009년, 에너지정치센터에서 연구소로 탈바꿈하면서 단체명을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로 정했다. 그동안 에너지·기후 정세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곤 했지만, 2025년만큼 정의로운 전환의 분수령이 된 적이 있었을까. 2011년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전개된 탈핵 운동의 흐름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탈핵에 대한 정치적, 사회적 분위기가 정체된 상황에서 정부의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에 따라 노후 석탄화력발전소가 단계적으로 폐쇄된다. 박근혜, 문재인 정부에서 부분적으로 추진된 것에 비해 상당한 수준이다. 그러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상향하고 기후정의를 실현하려면 탈석탄의 속도는 2035년 이내로 정의롭게 더 빨라져야 한다. 탈석탄법 제정을 위한 시민사회연대가 ‘정의로운 탈석탄법’ 제정을 촉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후정의 대중운동이 활성화되는 가운데 탈석탄 운동이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다. 올해 5월 31일, 충남 태안과 경남 창원에서 공공재생에너지 확대와 발전노동자 총고용을 보장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노동자·시민 대행진’이 열린다. 6월 3일, 윤석열 파면으로 실시되는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5·31 대행진의 활력은 새로운 공화국을 여는 동력이 될 것이다. 산업전환고용안정법(2023년)과 석탄발전 전환 협의체(2024년~) 따위로는 ‘녹색 구조조정’을 막을 수 없다. 이미 발전노동자들은 물론, 사회단체와 환경단체들은 ‘공공재생에너지’라는 대안적 방향과 추진 전략을 제안한 바 있다. 민영화의 늪에 빠진 재생에너지를 민간·해외 자본에서 구할 수 있는 마지막 선거가 바로 이번이다. 지금은 공공재생에너지!
대선에 나선 주요 정당과 후보의 정책공약과 토론회는 절망과 분노를 낳는다.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빛의 혁명’을 완수하고자 “기후위기 너머 정의로운 생태사회” 과제를 마련했다. 1) 기후위기 책임묻는 누진세 강화와 과감한 재정투자로 주택·교통·식량·에너지의 생태공공성 강화, 2) 석탄발전소 조기 폐쇄와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및 발전노동자 고용 보장, 3) 기후생태 위기에 대응하는 헌법 개정, 4) 2035 온실가스 감축목표 대폭 강화와 탄소중립녹색성장법의 ‘기후정의법’으로 전면 개정, 5) 신공항 건설, 국립공원 케이블카 등 보호지역 내 개발 등 난개발 중단, 6) 노후 핵발전소 폐쇄와 신규 핵발전소·SMR 건설 중단 및 고준위핵폐기물 관리정책 재수립, 7) 탈플라스틱과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사회, 8) 4대강 자연성 회복과 신규 댐 건설 계획 폐지, 지속가능한 물관리계획, 9) 해양오염 방지, 2030년까지 해양 보호지역 30% 확대 및 갯벌 복원이 그것이다. 그러나 대선과 함께 혁명의 빛이 사라지고 있다.
녹색당은 이재명 후보에 대해 “재생에너지 확대를 강조하지만,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의 대부분이 민간 기업의 돈벌이 수단이 되고 있는 심각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녹색당 그린워싱 감시본부, “태양광 바람은 투자자의 것?”, 5월 22일). 탈석탄 시점을 2040년으로 공약하긴 했지만,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고민의 흔적은 찾기 어렵다. 반면,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혁명의 빛을 살릴 전망을 보여준다. “조속한 탈석탄과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로 정의로운 에너지전환 실현”을 위해 1) ‘공공재생에너지법’을 제정하여 공공재생에너지를 전면적으로 확대, 2) ‘정의로운 탈석탄법’ 제정, 2035년 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조기 폐쇄 및 발전노동자 총고용 보장, 3) 해상풍력을 비롯한 전력산업의 민영화 중단과 가스산업의 공공성 강화, 4) 한국전력과 발전공기업의 민주적 개혁과 통합을 통한 공공적 에너지전환 역량 강화, 5) 지역에너지공사 및 시민참여 협동조합과 협력하고 지원하여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6) 공유재인 재생에너지 이용 수익 활동에 이용 부담금 부과, 보편적인 이익 공유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선거운동 막바지에 열리는 5월 31일, 대선 후보들에게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노동자·시민 대행진’의 참여를 제안한다. 탈석탄-공공재생에너지 판은 깔렸다. 깨어있는 노동자들, 시민들이 모이는 곳에 대통령이 되려는 정치인과 집권하려는 정당이 오지 않는다면, 그건 진짜 대한민국 선거운동이 아니다. 함께하자.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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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필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소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