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중집위원 16명 "대선 방침 없는 첫 대선, 양경수 위원장 책임져야"

양경수 위원장 29일 사과 표명...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는 언급 없어

민주노총 현직 중앙집행위원 16명이 28일 성명을 발표해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의 사과와 책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30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진보정당 후보에 대한 조직적 지지 방침을 결정하지 못한" 대선을 맞이하게 된 상황에 따른 것이다. 

중집 위원 16명은 이날 성명에서 "이 위기의 중심에는 양경수 위원장의 침묵과 아집이 있다"며 "양 위원장은 대선방침 논의에서 ‘결론 없는 결론’을 얻기 위해 시간을 동원해, 4월 29일부터 5월 20일까지 총 3회에 걸쳐 중집 회의가 반복"됐으나, "의장석은 회의 진행의 책임성도, 조직을 위한 결단도, 계급정치를 위한 진심도 모두 포기했다"고 환기했다. 

중집 위원들은 "2023년 제77차 임시대의원대회 결정 정치방침은, 이를 누구보다 앞장서 지켜야 할 위원장의 손에 내동댕이쳐졌다"면서 "오직 자신이 제출한 대선방침 안에 담겨 있는 진보정당과 연합한 후보 지지, 즉 민주당 지지를 열어두기 위해 ‘방침을 정하지 않겠다’는 목적만이 시간이 갈수록 더욱 또렷해졌고, 우리의 상식은 이런 의사 진행과 조직운영을 ‘파행’이라고 부른다"고 규탄했다. 

올해 2월 2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하는 양경수 위원장. 민주노총

성명은 또한 "진보정당 후보 지지 거부와 정치방침 위반, 반복된 중집 파행 운영, 급작스러운 사무총장 사퇴와 이해 못 할 위원장의 반응. 이 모두는 조직의 중대한 위험신호"라며 "새정부 출범 대응과 7월 총파업 등 중차대한 투쟁을 앞두고 있는 천금 같은 정세에, 과연 양경수 집행부가 지도력을 발휘하며 투쟁의 구심이 될 수 있을지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들은 따라서 "우리 중집위원 일동은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의 사과와 책임을 묻는다"며 "지금 땅에 떨어진 민주노총의 신뢰와 권위를 회복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26일에는 민주노총 사무총국 및 산하 조직 상근 활동가 349명이 "민주노총은 진보정당 후보 지지를 확인해야 한다"며 양 위원장과 집행부의 결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민주노총 사무총국 활동가들의 집단적 입장표명은 2005년 강승규 전 수석부위원장 뇌물 수수 사건에 따른 지도부 총사퇴 요구 이후 20년 만의 일로 알려졌다. 

같은 날 민주노총 전임 중앙집행위원 88명도 "노동자의 이름으로 노동자계급의 진보정치를 선택해 달라"면서 양경수 위원장과 중앙집행위원회 성원들에게 권영국 후보에 대한 조직적 지지 결정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편, 민주노총 내부의 조직적 저항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양경수 위원장도 29일 오후 "조합원 동지들께 드리는 글"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양 위원장은 해당 글에서 "진보정당을 중심으로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추진한다는 민주노총의 지향은 변함없으나, 윤석열의 내란으로 시행되는 이번 대선을 앞두고 진보정당의 도약과 세력화를 위해 독자완주를 해야 한다는 의견과 연대연합을 통해 실현하자는 의견이 대립되었고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을 중집에서 표결로 결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면서 "그럼에도 가장 큰 책임은 위원장에게 있음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양 위원장은 글에서 "조합원 동지들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전하며, 민주노총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했으나 대선 방침과 관련하여 구체적으로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19일 양경수 위원장의 사과와 책임을 촉구하는 성명에 이름을 올린 중앙집행위원 16명은 아래와 같다. 중집위원들은 지난 20일 중집 회의를 하루 앞둔 19일에도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를 공식 선언하며, "보수만 있는 대선에 ‘진보의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도록 민주노총의 힘을 모으자"며 호소하고 나선 바 있다.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엄길용 / 금속노조 위원장 장창열 / 민주여성노조 위원장 이찬배 /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최희선 / 사무금융노조 위원장 이재진 / 화섬식품노조 위원장 신환섭 / 민주노총 부위원장 권수정 / 민주노총 부위원장 한성규 / 민주노총 부위원장 홍지욱 / 민주노총 서울본부장 김진억 / 민주노총 경기본부장 김진희 / 민주노총 충북본부장 박옥주 /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장 유희종 / 민주노총 대구본부장 이길우 / 민주노총 경북본부장 김태영 / 민주노총 제주본부장 임기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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