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 중 하나는 1차 걸프전 당시 쿠웨이트 유전 700곳이 불에 타면서 약 1,100만 배럴의 원유가 페르시아만으로 유출되고, 800킬로미터에 달하는 연기 기둥이 피어올랐던 사건이었다. 그 결과 사막 내륙에는 약 300개의 기름 호수가 생겨나 오랜 기간 동안 토양을 오염시켰다.
걸프전 당시 유전 화재 현장을 지나가는 전투기. 출처: USAF photo
전 세계 전쟁 지역에서 일어난 수많은 재난과 전쟁이 기후 변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끊임없는 분석과 논쟁이 이어진 지 20년이 지났음에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학살은 전쟁이 치명적인 온실가스 배출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그러나 전 세계 정부는 외교 정책과 국방 결정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거의 고려하지 않는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발표한 예비 평가에 따르면, 가자지구 전쟁의 환경적 영향은 전례 없는 수준이며, 가자지구는 토양, 수질, 대기 오염이 급격히 증가해 자연 생태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힐 위험에 처해 있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시작된 첫 두 달 동안의 탄소 배출량은 세계에서 가장 기후에 취약한 20개국의 연간 탄소 발자국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스라엘의 대량 학살을 방조하는 서방의 지원과 이 재앙적인 전쟁을 종식하지 못한 국제 사회의 실패는 기후 위기에 대한 서방의 위선을 다시 한번 부각시키고 있다. 한편으로는 기후 파괴의 위험을 경고하면서도, 이스라엘의 전쟁과 점령이 장기적으로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전쟁으로 인한 탄소 발자국도 엄청나지만, 가자지구 재건이 초래할 환경적 대가는 더 클 것이다. 가자지구 재건 과정에서 약 6천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될 것으로 추정되며, 이 수치는 전 세계 135개국 이상의 연간 배출량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스웨덴과 포르투갈의 연간 배출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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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오랫동안 전쟁과 점령의 피해자였지만, 동시에 기후 변화의 영향에도 가장 취약한 지역에 살고 있다. 가자지구와 서안지구, 그 주변 지역은 대부분 건조하거나 반건조 지역으로, 기후 변화로 인해 기온 상승과 물 부족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물 부족, 식량 불안, 기상이변 등 기후 변화의 영향은 가자의 인도적 위기를 더욱 악화시키며, 남아 있는 주민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가자지구의 전쟁은 전쟁과 군산복합체라는 더 큰 군사적 발자국의 일부에 불과하다. 군사 배출량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850년보다 182배 증가했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전쟁이 탄소 발자국에 미치는 유사한 영향을 보여준다. 에코액션(Ecoaction)의 종합적인 연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1억 7,500만 톤의 이산화탄소와 기타 온실가스가 대기 중으로 방출되었다. 예멘, 소말리아, 수단에서는 전쟁과 기후 변화로 인해 풍토병과 전염병이 증가하고 있으며, 극심한 가뭄과 홍수, 식량 부족으로 인도주의적 위기가 악화되고 있다.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와 같은 전쟁으로 황폐화된 취약한 국가들은 기후 변화로 인한 극심한 날씨와 그에 따른 재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적절한 자금과 지원 없이 기후 변화의 가혹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
유엔 기후 회의(COP)는 군산복합체의 막대한 배출량에 대해 책임을 묻는 데 번번이 실패했다. 군대는 화석 연료로 인한 배출뿐만 아니라 원자력으로 인한 방사능 오염에도 책임이 있다. 실제로 작년 COP28에서는 '군사 활동이나 전쟁이 기후 위기에 미치는 영향'을 언급한 결과 문서가 없었다.
미국은 2023년에 9,160억 달러를 군사비로 지출할 예정으로, 이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군사비 지출이다. COP28 손실 및 피해 기금에는 175억 달러를 약속했지만, 이스라엘, 러시아, 우크라이나는 전쟁으로 인한 환경 파괴와 군사 온실가스 배출을 가중한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약속을 하지 않았다. 협상과 결과 문서에서 군사적 온실가스 배출이 빠졌을 수 있지만, 옌스 스톨텐베르그(Jens Stoltenberg) 나토 사무총장은 기후 변화가 국방에 미치는 영향, 전쟁이 남긴 유해한 유산, 그리고 탄소 중립 군대의 필요성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기후 운동가들은 부유한 국가들이 군사 예산의 5%를 기후 금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오랫동안 요구해 왔다. 군사 지출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2022년에는 2조 2,000억 달러를 넘어섰지만,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데 필요한 금액보다 훨씬 적은 900억 달러만이 2021년에 기후 금융에 사용되었다. 특히 전 세계 군사비 지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총 2억 3,300만 톤 이상의 이산화탄소 환산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31개 나토 회원국의 불필요한 군사비 지출을 줄이지 않으면 설정한 기후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이미 충분한 증거가 있다. 전쟁, 나토, 군산복합체는 기후 위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그러나 정부와 정책 입안자들은 군사적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외교와 국방 정책을 제정하는 데 소극적이다. 군사주의가 환경에 미치는 재앙적인 영향을 해결하려면 강력한 반전 운동을 만들고, 이를 통해 군사주의를 종식할 노력이 필요하다.
[출처] The unprecedented environmental cost of Israel’s genocide in Gaza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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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타 초두리(Sweta Choudhury)는 Counterfire의 활동가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