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수입품에 대해 '상호 관세(reciprocal tariffs)'라는 새로운 관세 정책을 시행했다. 지난주 수요일(해방의 날)에 발표한 관세에 더해, 트럼프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이는 중국이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34%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데 대한 보복 조치였고, 중국의 발표 자체도 지난주 트럼프가 제안한 중국산 제품에 대한 34% 인상 조치에 대한 보복이었다. 결과적으로 미국이 중국에서 수입하는 물품에 부과하는 총 관세율은 104%가 되었고, 이는 실질적으로 두 배로 오른 셈이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지금, 중국도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추가로 50%를 인상한다고 발표했으며, 이에 따라 중국이 미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84%까지 상승했다. 이런 식의 보복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 상황이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결론은, 미국과 주요 경제 대국들의 생산이 침체한다는 의미이고, 특히 미국에서는 인플레이션이 다시 살아난다는 뜻이다. 이건 정말 미친 짓 아닌가? 하지만 내가 지난 2월 이 일이 처음 시작됐을 때 말했듯이, 이 미친 짓에도 일종의 논리가 존재한다. 트럼프와 그의 추종자들은 미국이 다른 주요 국가들에 의해 경제적 힘과 세계적 패권 지위를 도둑맞았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들은 다른 나라들이 미국의 제조 기반을 빼앗아갔고, 미국 기업들, 특히 제조업체들이 주도권을 쥘 수 없도록 온갖 장벽을 쳤다고 믿는다. 트럼프에게 이 믿음은 미국이 세계 다른 나라들과의 상품 무역에서 겪는 적자 규모로 표현된다.
트럼프는 서비스 무역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미국은 서비스 무역에서는 흑자를 내고 있다. 그가 관심을 두는 것은 제조업과 원자재 무역이다. 그의 목표는 미국이 수입하는 상품에 관세를 부과해서 무역 적자를 해소하는 것이다. 트럼프 팀은 각국에 대해 일종의 단순한 계산식을 사용해서 관세 인상폭을 정했다. 이 공식은 미국이 그 나라와의 상품 무역에서 기록한 적자를 그 나라로부터의 수입 규모로 나누고, 다시 이 수치를 반으로 나눈 값이다. 하지만 이 공식은 여러 이유로 터무니없다. 첫째, 서비스 무역을 제외하고 있는데, 미국은 많은 국가들과 서비스 무역에서 흑자를 보고 있다. 둘째, 미국이 상품 무역에서 흑자를 내는 국가에도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셋째, 이 공식은 상대 국가가 미국산 수출품에 적용하는 실제 관세나 비관세 장벽과 아무 관련이 없다. 넷째, 미국이 다른 나라의 수출품에 적용하는 다양한 관세 및 비관세 장벽도 무시하고 있다.
이른바 '비관세 장벽'도 앞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MAGA)' 통상 특사인 나바로는 이렇게 말했다. “수십 년간 부정행위를 저질러온 세계 지도자들이 갑자기 관세를 낮추겠다고 말한다면, 그건 단지 시작일 뿐이다.” 그는 부당한 관행들의 목록을 열거하며, 통화 조작, 불투명한 인허가, 차별적인 제품 기준, 번거로운 통관 절차, 데이터 현지화 정책, 그리고 미국 기술기업을 공격하는 조세 및 규제의 법적 남용(일명 ‘로우페어(lawfare)’) 등을 지적했다.
트럼프의 목표는 명확하다. 그는 미국 내에 제조업 기반을 다시 세우길 원한다. 현재 미국이 중국, 베트남, 유럽, 캐나다, 멕시코 등에서 수입하는 많은 제품은, 사실상 이들 국가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이 미국으로 제품을 역수출하면서 더 낮은 비용으로 판매하는 방식이다. 지난 40년 동안 ‘세계화’라는 이름 아래, 미국, 유럽, 일본의 다국적 기업들은 값싼 노동력과 노조나 규제가 거의 없는 환경, 그리고 최신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제조업 공장을 글로벌 사우스로 이전했다. 그 결과 아시아 국가들은 산업화를 급격히 추진했고, 제조업과 수출에서 점유율을 높이며 미국은 마케팅, 금융, 서비스 산업에 의존하게 되었다.
이게 정말 중요한 일일까? 트럼프와 그의 참모들은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궁극적인 전략은 중국을 약화하고, 목을 조이고, 정권 교체까지 유도하는 것이다. 동시에 라틴 아메리카와 태평양 지역에 대한 미국의 패권을 완전히 장악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선 강력하고 압도적인 군사력이 필요하다. 트럼프는 연간 1조 달러에 달하는 사상 최대의 국방 예산을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 방산업체들은 이 예산을 실제로 감당할 능력이 없다. 그래서 미국 내 제조업을 다시 일으켜야 한다. 바이든은 기술 기업과 제조 인프라를 보조금으로 지원하는 ‘산업 정책’을 통해 이 목표를 이루려 했다. 하지만 이는 정부 지출을 대폭 늘려 사상 최대의 재정 적자를 초래했다. 트럼프는 관세를 통해 미국 제조업체들이 본국으로 돌아오고, 외국 기업들이 수출이 아닌 미국 내 투자를 선택하도록 압박하는 것이 더 나은 방식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제조업 생산을 늘리고, 국방 지출을 확대하고, 기업에 대한 세금을 줄이며, 동시에 민간 부문 정부 지출을 삭감하고도 달러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이 모든 것을 관세 인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정말 이 전략이 효과를 낼 수 있을까? 심지어 일부 좌파 분석가들조차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제국주의에 종속된 준위성 국가 중 일부는 트럼프의 요구에 굴복하려 할 것이다. 이미 한국과 일본은 그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영국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상황을 뒤집기엔 충분하지 않다. 트럼프가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은, 과거에도 미국이 세계 경제 질서의 균형을 자국에 유리하게 바꾸려 할 때 효과를 봤다고 주장한다.
1971년 닉슨은 미국을 금본위제에서 탈퇴시키고 달러를 유일한 기축통화로 만들어 수입 대금과 해외 투자를 위한 자금을 발행할 수 있는 ‘과도한 특권(exorbitant privilege)’을 확보했다. 하지만 그 조치로도 미국의 제조업 시장 점유율 하락은 막지 못했다.
그리고 1979년, 당시 연준 의장이었던 폴 볼커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19%까지 인상했다. 이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깊은 경기 침체를 불러왔다. 달러 가치는 급등했고, 미국 제조업체들은 생산 거점을 해외로 옮기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신자유주의 시대의 시작이었다. 1985년, 미국은 플라자 합의를 통해 주요 교역국들이 자국 통화를 달러 대비 강세로 유도하도록 했다. 이 조치는 1960~70년대에 구축된 일본의 산업적 우위를 결국 무너뜨렸지만, 미국의 국내 제조업을 회복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이번에도 효과는 없을 것이다. 특히 관세 인상만으로는 더더욱 그렇다. 미국 제조업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생산 과정에서 노동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제조업 부문을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 생산의 13%를 차지하고 있다(중국은 35%). 하지만 1960년대 황금기가 끝난 이후, 미국의 제조업 고용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는 주로 미국 제조업의 수익성이 떨어졌고, 기술이 노동력을 대체했기 때문이지, 무역 자유화 때문이 아니다.
실제로 트럼프 팀은 로봇과 인공지능을 활용해 미국 내 제조업 생산 능력을 높이겠다고 말하고 있으며, 이는 제조업 부문에서 일자리를 거의 늘리지 않는 방식이다. 이게 바로 트럼프가 “나는 외주업체를 위한 대통령이 아니라 노동자를 위한 대통령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월스트리트가 아니라 메인스트리트를 지키는 대통령이다”라고 말했던 주장에 대한 실체다.
현실은 트럼프가 시간을 되돌려 미국을 세계 최고의 제조업 국가로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그 기회는 이미 지나갔다. 세계화는 제조업 가치 사슬을 전 지구적으로 분산시켰고, 이제 부품과 원자재는 세계 곳곳에서 조달된다. 월스트리트 저널이 지적했듯이, “미국산 수출이 충분히 증가해 무역 적자를 해소하고, 고용이 비례해 증가한다고 해도(이는 매우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다), 제조업 일자리 비중은 8%에서 9%로 겨우 1%포인트 증가할 뿐이다. 이는 결코 획기적인 변화가 아니다.”
트럼프가 미국 제조업을 되살리려면, 이 부문에 막대한 국내 투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매그니피센트 세븐'을 제외한 미국 기업들은 이미 낮은 수익성에 시달리고 있으며, 국방 계약을 통해 지불하는 군수 장비를 제외하면, 기업들이 적극 투자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트럼프의 한때 고문이었던 일론 머스크의 관세 인상에 대한 반응은 미국 대기업의 반응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머스크는 나바로가 관세에 반대하는 머스크의 입장이 자기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하자, 그를 “멍청이”이자 “벽돌 자루보다 더 멍청하다”고 맹비난했다(실제로 머스크의 입장은 자기 이익에 기반하고 있다).
미국의 산업을 재건하는 해법으로서 관세 정책이 결국 실패로 끝날 것이 확실한데도, 트럼프는 보호무역 전략을 밀어붙일 태세다. 이 전략은 결국 미국과 주요 국가들 모두를 새로운 침체로 몰고 가는 방아쇠가 될 수밖에 없다. 방아쇠인 이유는, 이미 주요 국가들의 경제가 매우 둔화한 상태였고, 미국조차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제조업 활동 지수(PMI)는 2년 넘게 위축 국면에 머물러 있다. 팬데믹 이후 미국인들의 실질 임금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으며, 지난 5년 동안 실질 주간 평균 임금 기준으로 겨우 1% 상승했을 뿐이다. 시장에서 주목받는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P 나우(Now) 모델은 미국 경제가 3월로 끝난 1분기 동안 1.4% 위축되었고, 국내 판매는 연율 기준으로 0.4% 증가에 그쳤다고 예측했다. JP모건은 2025년 미국의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3%에서 -0.3%로 대폭 하향 조정했고, 실업률은 5.3%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의 '인플레이션과의 전쟁'도 패배로 향하고 있다. 연준이 설정한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 목표는 연 2%다. 하지만 2월 기준 PCE는 2.5%를 유지했고,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는 연 2.8%로 상승했다. 내가 지난 2월에도 지적했듯이, 주요 경제권에서는 성장률이 낮거나 제로에 가까운 반면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기운이 점점 더 짙어지고 있다. 게다가 트럼프의 수입 관세 인상 조치가 실제로 경제에 미칠 영향은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현재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유지해야 할까, 아니면 경기 침체를 피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해야 할까? 조만간 미국 소비자들은 아시아에서 수입하는 소비재 가격이 급격히 오르는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는 가죽 제품과 의류가 포함되며, 특히 트럼프가 가장 높은 관세를 부과한 베트남과 대만 같은 국가로부터 수입되는 스마트폰, 노트북, 비디오 게임 콘솔은 미국 소비자들에게 더 비싸질 가능성이 높다.
예일 예산 연구소(Yale Budget Lab)에 따르면, 앞으로 몇 달 내 쌀 가격은 10.3% 오를 전망이다. 이 싱크탱크는 또한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수입되는 채소, 과일, 견과류의 가격도 평균 4%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반적으로, 예일 예산 연구소는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때문에 미국 가계가 2026년부터 매년 평균 3,800달러를 더 지출하게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트럼프가 말하는 ‘메인 스트리트’로 돌아가 보면, 미국 기업들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저금리 대출 붐을 타고 빌린 채무를 갚지 못하면서 정크론(고위험 채권) 연체율이 4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레버리지론, 즉 다른 투자자들에게 판매된 고수익 은행 대출은 변동 금리 구조이기 때문에, 팬데믹 기간 초저금리일 때 채무를 떠안았던 많은 기업은 최근 몇 년간의 고금리 아래에서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제 여기에 관세까지 가중되면서 이들 기업의 수익성은 더욱 압박받게 된다.
보통 경기 침체 조짐이 보이면, 투자자들은 주식시장 폭락에 대비해 '안전 자산'으로 여겨지는 국채를 매입하면서 국채 가격이 오른다. 그러나 이번에는 국채 가격과 달러 환율 모두 하락하고 있다. 이는 인플레이션 상승 우려와 함께 달러 자산의 안전성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과 채권 시장의 하락은 미국은 물론 다른 나라들에서도 생산과 고용이 크게 감소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현재 중국의 실질 GDP 성장률이 연 5% 수준인데, 이 수치는 2%포인트 감소할 수 있다고 예상된다. 다른 나라들은 이보다 더 심각할 전망이다). 그리고 ‘실물 경제’의 침체는 금융 자산 시장의 추가 붕괴로 이어질 것이다.
트럼프와 그의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팀은 이러한 모든 충격이 미국의 제조업 패권을 되살리기 위한 가치 있는 대가라고 믿고 있다. 그들은, 모든 혼란이 지나가고 나면 미국이 다시 위대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세계 무역의 붕괴는 (적어도 미국에게는) ‘창조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이는 환상일 뿐이다. 미국 제국주의의 패권은 이미 1971년 닉슨(Nixon) 시절이나 1985년 볼커(Volcker) 시절부터 약화하기 시작했다. 트럼프가 만들어낸 침체는 그 흐름을 더 확실히 입증하게 될 것이다.
[출처] Trump’s slump – Michael Roberts Blog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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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로버츠(Michael Roberts)는 런던 시에서 40년 넘게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일하며, 세계 자본주의를 면밀히 관찰해 왔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