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지연'되는 이유

[공공재생에너지 특집(2)]

[편집자 주]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충분한 속력을 내고 있지 못하다. 저렴한 재생에너지 발전은 낮은 수익률 때문에 민간 자본의 투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논의를 확인시켜 준다. 잭 말리의 글은 기술적 '준비가 완료'된 재생에너지 전환을 '주춤'하게 만드는 '민간 자본'의 이해를 짚고, "공공 소유의 전력 생산 시스템"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연구들을 소개한다.

출처 : Unsplash, Zbynek Burival의 사진

지난 여름, 북반구는 2,000년 만에 가장 더운 날씨를 기록했다. 석탄, 석유, 가스의 연소를 중단하지 않으면 최소 2.5°C의 치명적인 온난화 위험이 있다는 기후 과학자들의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태양열과 풍력 에너지가 풍부하고 (그 에너지를 얻는) 비용도 저렴한데, 왜 화석 연료를 버리는 게 그렇게 어려운 걸까?

재생 에너지원은 전 세계 전력 중 거의 3분의 1을 생산하고 있다. 몇몇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나머지 부분을 빠르게 탈탄소화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사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그리 고통스럽지 않다는 증거도 있다.

준비 완료

튀빙겐대학의 환경 시스템 분석가인 크리스티안 자르플(Christiane Zarfl)과 레베카 피터스(Rebecca Peters)는 "아프리카 인구의 절반 이상(약 6억 명)이 최소한의 전기조차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화석 연료에 의존하여 지구 온난화를 가중시키지 않고 어떻게 (전기에 대한) 접근성을 확장할 수 있을지가 어려운 질문이다."

자르플과 피터스는 아프리카의 수력, 태양열, 풍력 에너지에 관한 공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나이지리아와 짐바브웨의 '파이프라인'으로 2050년까지 화석 에너지를 대체할 수 있을 만큼의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기존 발전소가 최대 용량으로 가동되고 계획된 모든 프로젝트가 건설될 경우, 2040년에는 아프리카 전력 수요의 76%를 재생에너지로 충족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두 사람은 현재까지 아프리카의 주요 재생 에너지원인 수력 발전이 2030년 이후에는 수익을 낼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을 인정한다. 다행히도 풍력과 태양광은 기존 댐을 활용할 수 있으며, 예를 들어 저수지에 수상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수 있다.

태양열과 풍력은 날씨에 충분히 노출된 거의 모든 표면에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지붕이 좋은 후보가 될 수 있다).

호주 국립대학교의 공학교수인 앤드류 블레이커스(Andrew Blakers)는 호주의 탈탄소화에 필요한 패널, 터빈, 전력선을 건설하는 데 필요한 공간을 계산한 후 그 결과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1,200제곱킬로미터뿐이다" 라고 그는 말한다.

"그다지 많지 않다. 농업에 투입되는 면적은 420만 제곱킬로미터로 약 3,500배 더 넓다. 농업에서 빼앗길 땅의 면적은 1인당 약 45제곱미터로, 큰 거실 크기 정도다."

재생에너지는 다른 용도로 예약된 땅에서도 생산할 수 있다. 블레이커스는 태양광과 바람을 최대한 많이 받을 수 있도록 간격을 두고 패널과 터빈을 배치하면 농작물을 재배하고 가축을 방목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콜로라도 주립대학교의 매튜 스터치오(Matthew Sturchio)에 따르면, 태양광 패널 배열이 만들어내는, 그늘과 강우 노출의 혼합(된 환경)은 생태학적으로도 이점을 가져올 수 있다고 한다.

"어떤 경우에는 빛과 물의 다양한 혼합 환경이 오히려 좋은 조건이 될 수도 있다. 손상된 생태계를 복원하는 과학인 복원 생태학에서 잘 검증된 개념은 다양성이 풍부한 환경이 더 다양한 식물과 동물의 혼합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그리 빠르지 않은...

탄소 제로 전력에 대한 기술적 장벽이 낮아지고 있는 반면, 경제적 장벽은 더 완고해 보인다. 올해 초 북동부 주에 전력을 공급하기 시작한 미국 해상 풍력 산업의 성장은 비용 상승으로 인해 주춤하고 있다. "외르스테드(Ørsted), 에퀴노르(Equinor), BP, 아방그리드(Avangrid) 등 몇몇 대형 기업이 최근 몇 달 동안 계약을 취소하거나 재협상을 모색했다"라고 UMass Lowell의 에너지 혁신 센터 디렉터인 크리스토퍼 니에즈레키(Christopher Niezrecki)는 말한다.

"2023년 말까지 취소된 프로젝트의 총 전력량은 12기가와트 이상으로, 이는 프로젝트 파이프라인에 있는 용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도 당신은, 태양과 바람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 얼마나 저렴한지 읽어보았을 것이다. 이러한 추정치는 프로젝트의 전체 수명에 걸쳐 평균을 낸 것으로, 풍력 터빈의 경우 20년 정도다.

이러한 계산은 애초에 태양광 또는 풍력 발전소 승인을 받고 건설하는 데 얼마나 많은 비용과 노력이 드는지 모호하게 만든다. 옥스퍼드대학교의 기후 및 금융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마테오 가스파리니(Matteo Gasparin)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의 가장 큰 부분 중 하나는 투자 유치에 드는 초기 비용이다"라고 말한다.

"은행은 더 높은 이자율로 더 위험한 투자를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규칙은 풍력 및 태양광 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더 비싸게 만들 수 있다."

투자자들은 나중에 예상치 못한 비용으로 인해 타격을 입을 수 있는 것에 돈을 투자하는 것을 꺼린다. 가스파리니의 연구에 따르면, 유럽 은행들은 화석 연료보다 재생 에너지가 대차대조표에서 더 큰 부채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의 분석에 따르면 경제의 고탄소 부문에 대한 EU 은행의 평균 위험 추정치는 1.8%인 반면, 저탄소 부문의 경우 3.4%(은행이 대출 단위당 손실이 예상되는 유로로 계산)로 나타났다."

기후를 파괴하는 에너지 시스템의 전환이 은행과 투자자들의 변덕에 좌우될 필요는 없다. 인류의 운명이 걸린 문제라면 사람들이 그 과정을 더 많이 통제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니치 대학교의 공공 서비스 연구자인 베라 웨그만(Vera Weghmann)과 데이비드 홀(David Hal)은 "공공 소유의 전력 생산 시스템은 중요한 공공 이익을 제공하는 부문에 대한 민주적 통제 역량을 회복하고 확장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결국 공공 부문의 임무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므로 납세자의 돈이 민간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전용되어서는 안 된다."

[출처] Why cheap renewables are stalling(The Conversation)

[번역] 참세상 번역팀

덧붙이는 말

잭 말리(Jack Marley)는 The Conversation 영국판의 환경·에너지 에디터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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