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9일 이란 대통령 에브라힘 라이시와 이란 외무장관 및 기타 관리들을 태운 헬기가 이란 북서부 산악지대에 추락하여 짙은 안개와 비가 내리는 가운데 구조 작업이 시작되었다. 20일, 수색 및 구조팀이 추락 현장에 도착한 결과 "헬리콥터 탑승자의 생존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라이시와 외무부 장관의 죽음은 이란 정치를 뒤흔들 것이다. 라이시는 누구였나? 이제 어떻게 될까? 그리고 그의 죽음은 이란과 그 밖의 국가의 안정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수년간 중동의 긴장에 대해 글을 써온 더블린 대학교의 중동 학자 스콧 루카스와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에브라힘 라이시는 어떤 사람이었나?
라이시는 이란의 전 최고 지도자(이란의 최고 권위자)인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헌신적인 신봉자였다. 1980년대 사법 제도를 통해 승승장구한 라이시는 이란과 이라크의 전쟁이 끝나갈 무렵인 1988년 수천 명의 수감자에게 사형을 집행하는 '사형위원회'의 위원으로 명성을 얻게 된다.
사형 선고를 받은 사람의 정확한 수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인권 단체들은 적어도 약 5,000명이 반인도적 범죄로 규정되어 처형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라이시는 사형 선고에서의 자신의 역할을 부인했지만, 호메이니의 종교적 판결로 인해 사형이 정당화되었다고 말했다.
또한 법무부 차관, 법무부 장관, 법무부 장관을 역임했다. 그는 부패에 강경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동시에 정권의 반대파를 숙청하기 위해 노력했다. 2016년에는 최고 지도자로부터 수백억 달러를 관리하는 아스탄 쿠드스 라자비 종교 재단을 감독하도록 임명받기도 했다.
2021년 6월, 이란 선거에서 라이시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강경파에게 정권을 넘겨주었다. 결과는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라이시는 현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후보로 여겨졌고, 성직자 조직은 그의 당선을 홍보하고 도전자들을 방해하기 위해 움직였다.
라이시를 잃으면 정권에 얼마나 큰 타격이 될까?
라이시는 하메네이에게 충성스러운 인물로 여겨져 최고 지도자가 비판을 피할 수 있도록 희생양 역할을 맡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충성심 때문에 이란의 정치 시스템에서 라이시는 예외적이고 심지어 약하다고 여겨졌음에도 불구하고 최고 지도자의 후계자로 언급되기도 했다.
그러나 라이시의 죽음 자체가 이란 체제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 그는 최고 지도자, 혁명수비대 및 강경파의 의사를 대변하는 역할에 그쳤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이란 정권의 내분을 최소화하고 개혁파와 중도파의 배척을 유지하며 시위를 진압하면서 라이시 정권을 교체하는 것이다.
추락 사고 이후 하메네이는 이란 국민들에게 "국가 업무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이 주장은 얼마나 사실일까?
최고 지도자의 성명은 2009년 이란 대선에서 경합을 벌인 결과 이후 전국적으로 일어난 일련의 시위를 고려할 때 이란 국민에게 '혼란'을 피하라는 요청으로 가장 잘 이해된다.
당시 현직 대통령이었던 마흐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압승을 거두었다. 광범위한 불안이 이어졌고 수천 명이 임의로 체포되었으며 수십 명이 길거리에서 살해되거나 구금 중 사망했다.
하메네이의 수사는 이란이 직면한 심각한 경제 문제와 지역적 긴장을 무시하는 "모든 것이 잘되고 있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이란의 경제는 잘못된 관리와 제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수년 동안 심각한 상태에 놓여 있다. 이란 화폐는 2018년 이후 93%나 가치가 하락하여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공식적으로 40% 이상이며 비공식적으로는 훨씬 더 높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실업률이 높다.
정권은 구금과 협박을 통해 시위를 계속 억압하고 있다. 그러나 개혁에 대한 요구는 여전히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들은 정권의 히잡 착용 의무화 단속에 자극을 받았다. 이란 당국은 개혁주의자뿐만 아니라 중도파를 탄압하려 했지만 하산 로하니 전 대통령을 비롯한 대중의 비판에 직면해 있다.
라이시를 대체할 사람은 누구인가?
이란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임기 중 사망하면 최고 지도자의 승인을 받아 부통령이 50일 동안 대통령직을 승계한다. 그런 다음 임시 기간이 끝나면 새로운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다. 하메네이는 선거가 치러질 때까지 모하마드 모크베르 제1부통령이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절차는 표준 절차의 가속화된 버전으로, 12명으로 구성된 수호 위원회가 모든 후보자를 심사하고 부적격하다고 판단되는 후보자는 자격을 박탈할 것이다. 이를 통해 강경파와 보수파 간의 경선을 보장하고, 유명 중도파나 개혁파의 입성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 내 여러 파벌이 최고 지도자의 호의를 얻기 위해 움직일 것이다. 라이시의 집권은 정권 전체에서 강경파가 보수파를 밀어내고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신호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뚜렷한 강경파가 없는 상황이다.
한편, 국회의장이자 전 대통령 후보였던 모하마드 칼리바프가 가장 보수적인 인물일 수 있다. 그는 25년 동안 이란 정치의 최전선에서 활동해 왔다. 그러나 그는 두 번의 대선에서 실패했으며 많은 강경파가 그를 용납하지 않았다.
라이시의 죽음은 중동과 그 밖의 지역의 안정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란 정권은 권력 실세들을 재배치하는 동안 더 이상의 정권 혼란을 피하고 싶어 할 것이다. 여기에는 테헤란의 사례를 세계에 알리고 서방 제재의 영향을 완화할 방법을 찾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외무장관 교체가 포함된다.
가자지구 전쟁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둘러싼 심각한 국내 긴장에 휘말린 이스라엘이 시리아의 테헤란 사령관과 레바논의 헤즈볼라 관리들을 표적으로 암살하는 등 이란의 이익을 위한 공격으로 돌아갈지 여부는 여전히 의문이다.
[번역] 신현원
- 덧붙이는 말
-
스콧 루카스(Scott Lucas)는 1979년부터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동했으며 이란, 터키, 시리아 등 중동과 미국 외교 정책에 관한 뉴스 및 분석 웹사이트인 EA WorldView의 설립자이자 편집자다. 2022년 유니버시티칼리지 더블린 국제정치학 교수로 부임했다.참세상은 이 글을 동시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