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낳아 경제 살리자는 주장의 폐해

'인구 쇠퇴론'의 신화, 가부장적 출생주의는 대안이 아니다

전 세계 각국 정부는 어느 정부가 가장 많은 여성에게 출산을 장려할 수 있는지 경쟁하고 있다. 헝가리는 네 명 이상의 자녀를 둔 여성에게 소득세를 감면해주고 있다. 러시아는 10명 이상의 자녀를 둔 여성에게 '어머니 영웅상'을 수여하고 있다. 그리스, 이탈리아, 한국은 여성에게 매력적인 출산 보너스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은 세 자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란은 무료 피임약과 정관수술을 불법화했다. 일본은 출산 장려 산업과 손잡고 학교에 침투하여 조기 출산을 장려하고 있다. 영국의 한 인구학자는 아이를 갖지 않는 사람들에게 세금을 부과할 것을 제안했다. 아프리카에서는 종교적 신화가 남성의 정관수술을 막고 있다. (성적) 재생산 권리를 박탈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미국에서는 우생학에서 영감을 받은 나탈 컨퍼런스(Natal Conference)가 열렸다.

더 많은 아기를 낳아 인구 수를 늘리려는 노력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재생산을 통제해온 오랜 권력은, 항상 인구 증가를 선호해왔다. 이는 5,000년 전 도시를 중심으로 한 초기 국가, 제국의 부상과 함께 등장한 제도화된 남성 지배와 가부장제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명의 선봉에 섰던 사회는 인구 팽창과 자원 장악이라는 두 가지 주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목표는 여성에게 가능한 한 많은 아이를 낳도록 강요하고 남성에게 군인이 되라고 압력을 가함으로써 실현되었다. 출산과 전쟁의 위험성 때문에 출산과 군복무는 사회적 통제를 통해 고귀하게 여겨지고 강화되어야 했다. 오늘날까지도 가부장제의 주요 특징 중 하나로 출생주의와 군사주의가 남아 있다.

출처: Unsplash, Craig Pattenaude

수천 년 동안 그 힘을 잃지 않은 친출생주의(pronatalism)는 부모가 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라고 설교함으로써 국가, 교회, 군대, 경제의 강력한 기관에 봉사하고 있다. 친출생주의는 우리 사회에 매우 깊숙이 자리 잡고 있으며, 오늘날까지도 가장 중요한 정책 논의와 사회적 규범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널리 퍼져 있다.

지구 시스템이 너무 많은 사람들이 너무 많은 물건을 소비하는 부담으로 신음하는 가운데, 여성을 단순한 출산 그릇으로 경멸하는 이 유비쿼터스 이데올로기에 대한 새로운 왜곡이 전 세계 무대에서 펼쳐지고 있다. 과학자들은 인구 증가가 생태 및 사회 위기의 주요 원인이라고 경고하지만, 정책 입안자, 싱크탱크, 심지어 환경 단체에서도 인구 과잉이라는 주제는 소홀히 다뤄지고 있다. 숫자는 중요하지 않으며, 중요한 것은 1인당 소비 수준이라는 말이 있다.

예를 들어, 존경받는 제인 구달(Jane Goodall)이 인구 증가의 폐해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환경 저널리스트이자 활동가인 조지 몽비오(George Monbiot)는 그녀가 사람들을 도태시키자고 제안하고 있다고 암시하며 그녀를 공격했다. 다른 곳에서 그는 "인구 증가에 집착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생식 능력이 있는 부유한 백인 남성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고 썼다.

나는 인도에서 태어나 현재 캐나다에 살고 있는 여성으로, 가임기가 거의 끝날 무렵에도 아이를 낳지 않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나는 꾸준한 수입이 있어 감사하지만 부유하지는 않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인구 과잉에 집착한다고 말하지만, '집착'은 인류의 미래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생태 파괴에서 인구의 역할에 대한 합리적인 평가를 설명하는 데 적합한 용어가 아니다.

몽비오의 사례는 한 가지 예일 뿐이다. 환경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로버츠(David Roberts)는 인구 증가가 문제라는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인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에 단점이 많고 장점이 많지 않은 이유"를 설명한다. "잘못된 기후 해결책을 조장한다"는 비난을 받아온 단체 'Nature Conservancy'의 수석 과학자 캐서린 헤이호(Katharine Hayhoe)는 인터뷰에서 "기후 과학자로서 저는 중요한 것은 인구 수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려하는과학자연합(Union of Concerned Scientists)은 공식 성명에서 "우리는 때때로 '인구 증가가 기후 변화를 주도하지 않습니까?'라는 질문을 받는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질문이며 위험한 답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정치 및 사회 이론가인 다이애나 쿨(Diana Coole)이 이른바 '인구 부인주의 담론'이라 부르는 이 모든 입장들을 풀어 보자.

첫 번째 입장, 이른바 '인구 탓하기(popultation shaming)' 담론은, 과거의 '인구 통제(population control)' 운동의 과잉을 지적하며 인구(문제)에 대한 침묵을 정당화한다. 이러한 강압적인 노력은 비난받아 마땅한 것이 사실이다. 1970년대부터 인도는 수백만 명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강제로 불임 수술을 했고, 일부 서방 강대국들의 지원을 받았다. 이는 고소득 국가의 급격한 1인당 소비 증가를 억제하기보다는 저소득 국가의 인구 증가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암울한 시대의 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인구 증가를 억제하는 모든 접근 방식이 파괴적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며, 가족 계획의 용감한 역사에 해를 끼치는 일이다. 인도가 비난받을 만한 행동을 하는 동안과 그 이후에 태국, 코스타리카, 이란, 등의 가족계획 프로그램은 소녀와 여성 자신과 재생산권의 자율성을 증진했을 뿐만 아니라 출생률을 크게 낮추고 빈곤을 감소시켰으며 환경 보전에도 큰 성과를 거두었다.

우리는 역사적 경험을 통해 인구 증가 속도를 늦추려면 보편적 교육, 조혼 금지, 여성 권한 부여, 가족 계획 서비스 접근성 개선, 무엇보다도 가부장제와 우월주의에 맞서는 등 기본적인 인권을 옹호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는 출생률 감소를 촉진하기 위해 '개발' 또는 경제 성장이 필요하다는 인구 부인주의 담론과 관련이 있으며, 이는 친성장 신자유주의의 이익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주장이다. 그러나 연구에 따르면 출생률 감소는 현대 피임법의 사용 증가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경제의 변화와는 거의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환경주의자들이 그러하듯, 최근의 재생산 통제를 위한 노력에 불균형적으로 집중하는 것은 인구 증가를 주도해온 수천 년 된 강박적 친출생주의의 폐해를 완전히 놓치는 것이며, 이는 환경주의자들을 친출생주의적 가부장제의 공범으로 만드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공격적인 것은 인구 부인주의가 과학적 증거를 무시한다는 점이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2022년 보고서에서 "전 세계적으로 지난 10년간, 화석 연료 연소로 인한 CO2 배출의 가장 강력한 동인은 1인당 GDP와 인구 증가였다"고 분명히 밝혔다. 가디언이 실시한 2024년 설문조사에서 IPCC의 주요 과학자들은 인구 과잉이 기후 변화에 미치는 영향과, 잠재적 자녀를 위험한 세계 환경으로 데려올 수 있다는 두려움을 주요 동기로 꼽으며, 아이를 낳지 않거나 적게 낳기로 한 결정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2017년 184개국 15,000명 이상의 과학자들은 "우리는 지리적, 인구통계적으로 불균등한 물질 소비를 자제하지 않고, 많은 생태적, 심지어 사회적 위협의 주요 원인인 지속적인 급속한 인구 증가를 인식하지 못함으로써, 우리의 미래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는 경고를 발표했다. 다른 과학자들의 경고도 비슷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2022년 유엔 사막화 방지 협약은 "향후 수십 년 내에 129개 국가에서 가뭄이 증가할 것"이라며 "23개 국가는 주로 인구 증가로 인해, 38개 국가는 기후 변화와 인구 증가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가뭄이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엔 사회경제국은 2022년 보고서에서 "급속한 인구 증가는 저소득 및 중하위 소득 국가들이 빈곤 퇴치, 기아 및 영양실조 퇴치, 의료, 교육 및 기타 필수 서비스에 대한 보편적 접근성을 보장하는 데 필요한, 1인당 공공 지출 증가를 감당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경고했다.

물론 부유한 국가들의 과소비주의와 풍요 추구가 이러한 위기에서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소비주의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전 세계 문제의 복잡성을 놓치는 것이다.

전 세계 중산층은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인구 집단으로, 10년 내에 최소 10억 명(아시아에서 88%)이 중산층에 합류하여 총 53억 명의 중산층 소비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그보다 더 가난한 10억 명도 생활 수준을 높일 권리가 있다. 이미 지구가 재생할 수 있는 양보다 75%나 더 많이 소비하는 극단적인 생태학적 오버슈트(overshoot, 인구 혹은 개체수가 환경이 감당할 수 있는 규모를 넘어선) 상태에 놓여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인구와 경제의 추가 성장은 생물물리학적 지구 시스템을 희생하는 대가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곧 우리 공동의 미래에 대한 위험 증가를 의미한다. 지속 불가능한 수준에 도달한 인구와 소비라는 두 가지 위협에 대처하지 않는다면 다른 생명체의 파괴를 가속화하고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장기적인 멸망의 길로 접어들게 될 것이다.

한편 일부 정치인과 전문가들은 인류에게 가장 큰 위협은 출생률 감소와 인구 고령화로 인한 경제 위축, 즉 인구가 너무 많은 것이 아니라 너무 적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인구 부인주의의 또 다른 촉수인 ''인구 쇠퇴론(Population declinism)'은 여성에게 출산을 장려하는 전 세계적인 추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양성 평등에 따른 출생률 감소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인구는 1970년과 마찬가지로 매년 약 8천만 명씩 증가하고 있으며, 금세기 말까지 25억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벨상 수상자 스티븐 추(Steven Chu)와 같이 출생률 감소에 대한 공황을 관찰한 사람들은 우리가 "고령자보다 젊은 노동자가 더 많은 것을 기반으로 하는" 끝없는 성장의 "폰지 사기"에 빠져 있다고 주장했다. 인구 증가에 의존하는 이 지속 불가능하고 생태적으로 파괴적인 계획은 대부분 기술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 같은 엘리트, 극우, 종교, 민족주의, 시장 근본주의자들의 이념에 부합한다.

인구 부인주의는 극우파가 재생산권 철회, 더 엄격한 이혼법 통과, 가정폭력법 완화라는 친출생주의 의제를 추구하도록 대담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진보주의자들도 '고장난 출생률(Baby-bust)' 경고론의 합창에 동참하도록 했다. 

언론 매체는 정기적으로 성장 편향적인 기사를 게재하고 있다: 뉴욕 타임즈에서는 '불임 연구'를 위해 일론 머스크로부터 천만 달러를 받은 저자가 쓴 기사, 워싱턴 포스트에서는 우파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merican Enterprise Institute) 소속 기고자들이 쓴 기사, 복스에서는 억만장자가 자금을 지원하는 프로젝트인 Future Perfect 섹션에서 관련 기사를 게재하고 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오늘날 친출생주의에 도전하려는 시도가 이러한 친성장주의자들에 의해 전략적으로 반출생주의(anti-natalism), 아기 혐오 또는 혐오주의와 혼동된다는 점이다. 

한편, 각국이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다음 세대의 숭배자, 노동자, 소비자, 납세자, 군인, 그리고 생산자를 배출하기 위해 경쟁하면서, 사회적, 심리적, 물질적 안녕에 도움이 되는 환경에서 태어날 아동의 권리는 짓밟힐 수밖에 없다. 기후 변화의 영향과 극심한 빈곤 등 인구 증가로 인한 어린이들이 마주할 끔찍한 결과에 대한 주요 당국의 경고는 무시되고 있다.

출생률 감소를 둘러싼 우려는 근거가 없으며, 출생률 감소는 더 많은 재생산의 선택권을 의미하는 긍정적인 추세이고 우리가 가속화해야 할 추세다. 인구 감소는 기후 변화 완화, 생태계 보전 및 재조림, 지속 가능한 농업, 더 많은 기후 난민과 전쟁 난민을 통합할 수 있는 지역사회의 회복력 강화 등 우리에게 필요한 다른 변화를 엄청나게 촉진할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인구가 적고 인구가 고령화되는 사회도 번영할 수 있다. 여성에게 더 많은 아이를 낳으라고 강요하는 대신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고, 자원을 현명하게 재분배하며, 노인을 점점 줄어드는 젊은 근로자의 부담이 아니라 사회에 의미 있는 기여자로 인식하는 진보적인 정책을 채택할 수 있다. 무한 성장의 실패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지구의 생물물리학적 한계를 존중하는 경제로 전환할 수 있다.

이제는 인권을 옹호하는 척하면서 여성의 자궁을 성장 기계의 톱니바퀴로 취급하는, 친출생주의 이데올로기를 반영하는 '인구 탓하기'를 거부해야 할 때다. 살기 좋은 미래에 대한 모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우리는 성장의 러닝머신에서 내려와 인구 부인주의를 극복하고 인구와 소비가 모두 줄어드는 미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출처] Making More Babies to Drive Economic Growth

[번역] 참세상 번역팀

덧붙이는 말

난디타 바자즈(Nandita Bajaj)는 NGO '인구 균형(Population Balance))'의 상임이사이자 안타키아대학교 인도교육연구소의 겸임 강사다. 출생주의와 인류 확장론이 생식, 생태, 세대 간 정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와 옹호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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