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모 노동자 사망사건으로 고발된 정몽원 HL그룹 회장이 HL만도의 주요 현안을 매일 보고받고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등 실질적 경영책임자였던 정황을 뒷받침하는 내부문건이 확인됐다.
고용노동부가 조성현 HL만도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한 가운데, 금속노조가 내부 이메일 문건을 공개하며 수사가 정몽원 회장까지 확대될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금속노조와 유가족은 24일 정 회장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금속노조가 공개한 HL만도 내부 이메일 자료 촬영본
“HJN께서 반드시 인지 or 의사결정”…비서실서 매일 보고 요청
금속노조가 공개한 내부 이메일 촬영본에는 “아래와 같이 HJN 부재중 ‘Daily 주요 업무 보고’ 자료 회신을 요청 드립니다”, “중요성/시급성 고려, HJN 께서 반드시 인지 or 의사결정 하실 내용” 등이 적혀 있다. HJN은 기업 내부에서 ‘회장님’을 줄여 쓰는 은어로 알려져 있다.
HJN이 ‘의사결정 하실 내용’을 보고하도록 한 내용은 정 회장이 HL만도의 경영 전반에 직접 의사결정권을 행사했는지를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정몽원 회장의 중처법 적용 여부는 안전보건을 포함한 회사의 주요 업무에 대해 실질적인 의사결정권을 행사했는지가 쟁점이다.
이메일에서 비서실은 각 조직에 8월 18일부터 21일까지 매일 오전 주요 업무 보고자료를 회신하도록 요청했다. 별도 현안이 없는 경우에도 “‘금일 보고 사항 없음’으로 회신해 달라”고 안내한 점에 비추어, 해당 이메일 보고는 특정 사안에 한정된 일회성 보고라기보다 정례적으로 운영된 보고 체계였던 것으로 보인다.
정몽원 회장 중처법 적용될까
금속노조와 유가족은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HL만도의 중요한 사안에 대해 의사결정을 최종적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은 조성현 대표이사가 아니라 정몽원 HL그룹 회장”이라며 정 회장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이들은 “실질적인 의사결정을 하고 최종 결정권을 가진 정몽원 회장이 중대재해처벌법 입건 대상이 돼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HL만도 공시에는 지주사인 HL홀딩스의 재경지원본부 본부장과 법무실장, 홍보실장, 정도경영실 실장직무대행, ESG팀장, 재경지원본부 재무3실장과 HL그룹 비서실장이 모두 HL만도의 상근 미등기 임원으로 기재돼 있다. 지주회사와 그룹에서 정 회장을 보좌하는 인원들이 HL만도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해온 셈이다.
고용노동부 평택지청 관계자는 정 회장 수사 가능성에 대해 “경영책임자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항상 저희가 보는 것이 형식상의 경영책임자, 그리고 실질적인 경영책임자”라며 “형식상으로는 법인 등기부상의 대표가 누구인지 보고, 실질은 다양하게 본다”고 했다.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고 김승모 노동자 어머니. 참세상 박도형 기자.
안전보건 책임서 사라진 ‘이사회’…‘꼬리자르기’ 의혹
한편 사고 이후 HL만도의 대응을 둘러싼 은폐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노조는 고 김승모 노동자 사망사고 이후 HL만도가 산업안전보건위원회 회의록을 허위로 작성해 제출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또한 취재 결과, HL만도는 안전보건정책 제정 당시 ‘CSO 및 이사회’를 정책 제·개정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로 명시했지만, 제정 7개월여 만에 최고 의사결정권자에서 이사회 문구를 삭제했다.

2024년에 제정된 HL만도 안전보건정책

2025년에 개정된 HL만도 안전보건정책
2024년 제정된 HL만도 안전보건정책에는 “본 정책의 제·개정에 대한 최고 의사결정권은 안전보건 최고경영자(CSO) 및 이사회가 가지며”라고 적혔다. 그러나 2025년 2월 6일 개정된 정책에서는 이를 “안전보건 최고경영자(CSO)가 가지며”로 변경해 ‘이사회’를 뺐다. 정 회장은 현재 HL만도 사내이사로 재직 중이다.
이사회의 실질적인 역할이나 구조에는 큰 변화가 없었음에도 서류상 안전보건 최고 의사결정권자에서 이사회만 사라진 것을 두고, 중대재해처벌법상 책임을 의식한 ‘꼬리자르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정책이 개정된 2025년 2월 6일에는 정 회장을 비롯한 이사 전원이 이사회에 참석해 ‘2025년 안전보건 계획’을 승인하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 21일 평택사업장 센터장 등 현장 책임자 5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한 바 있다. 노동부가 조성현 대표이사를 입건한 상황에서, 수사가 정몽원 회장까지 확대될지가 주목된다.

금속노조와 만도 고 김승모 중대재해 대책위원회가 24일 정몽원 회장을 고발했다. 참세상 박도형 기자.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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