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도 평택공장 청년 비정규직 고 김승모 중대재해 대책위원회 발족 기자회견. 출처: 금속노조
HL만도가 미국 사업장에서 정비 중 설비 가동을 막는 ‘잠금·표지(LOTO, Lockout/Tagout)’ 규정을 반복 위반해 수차례 과징금을 부과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평택공장 하청노동자 김승모 씨의 끼임 사망사고로 조성현 HL만도 대표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지난 19일 입건되면서, 과거 국내외 사업장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 위험이 만도의 안전관리 체계에 제대로 반영됐는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2016년 평택공장 부상사고에 이어 미국에서는 2017년 산업재해 조사 과정에서 잠금·표지 규정 위반이 적발됐고, 2021년에는 같은 조항을 다시 위반해 ‘반복 위반’ 처분을 받았다. 2023년 미국 공장에서는 정비 중 노동자가 압착돼 사망했다.
잠금·표지 절차(LOTO)는 정비·점검 중 기계가 갑자기 작동하지 않도록 잠금장치와 표지를 하는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안전조치다.

OSHA에 게시된 2021년 만도공장 LOTO 절차 반복 위반 과징금 부과 내역
2017년, 2021년 LOTO 위반 끝에 2023년 사망 사고까지
2017년 미국 앨라배마주 오펠라이카의 만도아메리카 공장에서 65세 노동자가 설비 이상을 점검하던 중 회전테이블이 움직여 산업재해가 발생했다.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은 사고 조사 뒤 잠금·표지 규정 위반을 ‘중대 위반(Serious)’으로 판단하고 최종 7600달러의 과징금(penalty)을 부과했다.
그러나 2021년 계획점검에서 같은 공장의 노동자들이 설비 내부 유지보수 작업을 하면서 역시 잠금·표지 절차를 사용하지 않아 압착 위험 등에 노출된 사실이 또 적발됐다. 미국 산업안전보건청은 2017년과 동일한 조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반복 위반’으로 분류해 최종 2만8431달러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2023년에는 조지아주 호건스빌 HL만도아메리카 공장에서 62세 노동자가 성형기계를 정비하던 중 램이 작동해 머리가 압착돼 숨졌다. 미국 산업안전보건청 사고기록에는 ‘잠금’과 ‘잠금·표지’가 관련 항목으로 기재됐다. 조사 결과 사고 설비에는 노동자의 안전을 위한 방호장치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고, 당국은 노동자 9명이 해당 위험에 노출됐다고 판단했다.
안전정책 세운 뒤 평택서 또 중대재해
HL만도는 사고 이듬해인 2024년 6월 전 세계 사업장을 대상으로 안전보건정책을 제정하고, 재해 빈도와 강도를 핵심성과지표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한국ESG기준원은 HL만도에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 연속 ESG 사회부문 A+ 등급을 부여하기도 했다. 특히 2024년 평가는 2023년을 평가 대상으로 했는데, 당시 미국 공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사회부문 A+를 유지했다.
그러나 2026년, 평택공장에서 하청노동자 김승모 씨가 머시닝센터 설비 내부에서 작업하던 중 기계가 작동해 끼임 사고가 발생했고 끝내 사망했다. 노조에 따르면 해당 정비 작업 절차서에는 메인 전원 차단과 LOTO 실시가 규정돼 있었지만, 사고 당시 이 절차가 이행되지 않았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19일 “HL만도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며 “원청 노동자가 하청 노동자가 일하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계를 작동하는 구조적 문제도 있다”고 밝혔다.

HL만도 홈페이지에 게시된 ESG 평가 결과
대표 넘어 이사회 책임도 쟁점
책임 규명이 조성현 대표이사뿐 아니라 이사회 등 경영진 전체로 퍼져나갈지도 주목된다.
미국 사업장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 안전 위험과 규제기관의 경고가 회사의 안전정책과 실제 설비·작업 절차에 제대로 반영됐는지는 대표이사뿐 아니라 이사회 또한 관리·감독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실제로 검찰은 삼표산업 채석장 붕괴사고에서 대표이사가 아닌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을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로 판단해 기소한 바 있다.
정몽원 HL그룹 회장은 현재 HL만도 사내이사이자 HL그룹 총괄을 맡고 있다. 조성현 대표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정 회장을 포함한 이사회와 경영진의 책임 여부도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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