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서구의 기후 정치가 직면한 과제 중 하나는 탄소 세계 배출량의 균형을 주도하는 나라가 중국 공산당이 이끄는 중국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의 대변인들은 여전히 기후 리더십에 대해 수사적으로 이야기하며 중국이 신속한 행동을 취하도록 촉구하고, 자신들이 중국이 따라야 할 모범을 제시한다고 주장한다. 일부는 심지어 "녹색 마셜 플랜"에 대한 환상을 품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은 배출량과 친환경 에너지 투자 측면에서 이제 중국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중국의 정책이 서방의 불규칙하고 일관성 없는 의사 결정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근거는 거의 없다는 점이다.
중국의 배출량은 2006년에 미국을 추월했으며, 소비량 기준으로는 서방으로 수출되는 배출량을 포함해 약간 늦게 추월했다. 2012년 시진핑의 집권 이후, 기후는 중국 정권의 목표 중 점점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서방은 기후 문제의 주도권을 '21세기 마르크스주의'를 실현하는 것으로 여기는 권위주의 정권이 쥐게 될 것이라는 혼란스러운 전망에 직면해 있다. 이는 크고 작은 민간 자본의 이해관계를 어디에서든 무시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서방 정책 입안자들도 이 중국 정권이 세계 패권, 또는 적어도 남은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데 관심이 있다고 공언하고 있다. 중국은 확실히 동아시아 냉전 질서를 수정하는 데 열중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배경에서 서방 자본은 중국의 친환경 에너지 리더십을 지정학적 파워 게임의 일환으로 점점 더 강조하고 있다.
1980년대에 기후 위기가 발견되고, 1990년대까지 '기후 위기 관리'를 서구 민주주의 정부의 합리성에 대한 시금석으로 정의해 온 진보주의 전통에 혼란을 주고 있다. 이런 주장은 종종 언급되지 않지만, 미국과 유럽만 정신을 차리면 실제로 "지구를 구할 수 있다"는 가정에 기반하는 경향이 있다. 기후에 대한 역사적 책임은 서구의 책임이자 특권으로 여겨져 왔다.
이제 새로운 '냉전' 시대에서 기후 문제의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중국이다. 문제는, 만약 중국 공산당 정권이 실제로 글로벌 에너지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면, 민주주의의 역사적 정당성 주장은 어떻게 될 것인가?
서구 거버넌스에 집중하는 사람들 외에도, 중국의 부상은 기후 위기에 대한 비판적 정치경제학, 특히 '자본주의'의 중심성을 고수하는 사람들에게도 수수께끼를 던지고 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너무 자주 미국의 화석 연료 산업이 미래를 담보로 한다는 가정에 뿌리를 두고 있다. '화석 자본주의'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엑손모빌(ExxonMobil)이다.
그러나 이는 시대착오적이다. 지난 25년 동안 탄소 배출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은 서구 자본주의가 아니었다. 특히 상장된 서구 석유 대기업들은 아니었다. 서구 석유 대기업들이 새로운 석유 및 가스 탐사에서 엄청난 규모의 재앙적 역할을 하고 있으며, 미국의 프래킹(Fracking, 수압파쇄법이라고도 하며, 암반층에 고압의 액체를 주입해 천연가스나 석유를 추출하는 기술) 붐은 전 세계적으로 석유 및 가스 시장의 역학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사건이다. 그러나 현재 탄소 배출의 주요 원인은 신흥 시장의 거대 석탄 기업과 국영 또는 준국영 에너지 기업, 특히 중동의 석유 및 가스 국가들이다. 이들은 중국 공산당이 이끄는 글로벌 에너지 수요의 급증에 의해 성장하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는 텍사스 오일 패치(Texas oil patch)를 키운 미국의 개발 모델이나 유럽의 메이저 기업인 BP, 쉘(Shell), 토탈(Total) 같은 다국적 사업들과는 매우 다른 독특한 개발 체제가 형성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에너지 국가'와 에너지 추출 및 사용의 정치경제학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기후 위기를 '자본주의'의 평탄한 세계로 단순화하는 것은 조잡하고 무의미한 단순화다. 동아시아의 산업화와 도시화를 중심으로 한 불균등하고 복합적인 발전이 주도하는 '에너지 혼합 경제'라는 가정에서 출발하는 것이 훨씬 더 적절하다.
서양에서 동양으로의 이러한 전환이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는 사실 오해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초 현대 세계 기후 정치의 탄생을 돌아보면, 당시에도 위기의 정치경제가 '혼합적'이고 다원적으로 이해되었음을 알 수 있다.
1990년과 1992년 사이에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이 의뢰한 첫 번째 분석의 기반이 된 경제 시나리오를 보면 이 점이 명확히 드러난다.
네덜란드와 미국의 연구 센터에서 조율된 다국적 전문가 팀이 작성한 시나리오들은 과거 수십 년간의 경제 성장 예측에 기반하고 있으며, 앞으로의 가능성 있는 경로에 대한 추측을 보완한 것이다. 1990년에 처음 제시된 1985년부터 2025년까지의 중앙 "참조 시나리오"는 아래에 나와 있다. 만약 이 수치들이 너무 낮아 보인다면, 이는 이 수치들이 CO2가 아닌 순수 탄소를 기준으로 제공되었기 때문이다. 이 숫자들을 CO2 수치로 변환하려면, 3.67을 곱하면 된다.
표 1: 1990년 IPCC CO2 배출량 '기준' 시나리오
표의 최상단에 나오는 전 세계 총량에서 눈에 띄는 점은, 1989~1990년에 작성된 이 중앙 참조 시나리오가 2000년까지의 실제 전 세계 배출량에 얼마나 근접했는지이다. 표 2에서는 1990년 IPCC 기준 시나리오와 2025년까지의 예측을 실제 배출량 기록과 비교하고 있다.
표 2: 1990년 SA90 IPCC 시나리오와 실제 결과 비교
표 2에서 볼 수 있듯이, 2000년 이후 IPCC의 참조 시나리오는 실제 배출량을 초과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 시나리오는 1980년대 추세가 지속된다는 가정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 과잉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또한 마지막 칼럼에서는 2022년의 데이터와 2025년의 예측을 비교하고 있는데, 성장 추세를 감안할 때 어느 정도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이후, 2년 뒤인 1992년에 발표된 수정된 예측은 훨씬 더 정확했다.
1990년 시나리오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 중 하나는 왼쪽 하단의 경제 분류이다. 두 줄은 유럽과 아시아의 '중앙 계획 경제'에 할당되어 있다. 이는 오늘날 중국과의 냉전이 다가온다면, 세계 기후 정책이 1980년대 소련과의 대결 마지막 단계에서 탄생했음을 상기시켜준다. 그리고 오늘날 중국과 마찬가지로, 소련 블록은 '서구'와 대등한 수준으로 배출량 균형의 큰 부분을 차지했다.
1970년대와 1980년대 세계 경제에서 소련 블록은 대규모 석유 및 가스 공급국으로 부상했지만, 자국 내에서는 코메콘(Comecon, 1949년에 소련 주도로 결성된 경제 협력 기구) 경제가 석탄 화력 발전에 의존했다. 이는 중국이 처음 따르고 새로운 단계로 발전시킨 모델이다. 그 결과 엄청난 배출량과 지역적 오염이 발생해 중부 유럽 전역에 산성비가 내렸다.
IPCC 분석에 따르면 1985년까지 유럽의 소련 블록은 북미의 CO2 배출량과 어느 정도 일치했다. 실제로 미국을 초과하는 상황이었다. IPCC는 2025년까지 소련 블록의 배출량이 북미를 훨씬 앞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1989년과 1990년에 IPCC가 예측한 것처럼, 효과적인 글로벌 기후 행동은 미국과 소련이라는 냉전 전선을 넘는 협상에 달려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 기준 시나리오를 뒤엎은 것은 냉전의 역학이었다.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IPCC 분석가들도 1991년 소련의 붕괴와 특히 2000년부터 중국의 배출량이 급증할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이것이 미래 시나리오와 실제 결과 사이에서 가장 큰 차이를 낳았다. 그러나 중-소 분열을 무시하고 중앙 계획 경제를 유럽과 아시아로 묶어 계산하면, 표 1에서 볼 수 있듯이 IPCC의 1990년 전망에서 2025년에 이 두 국가가 차지할 배출량 비중은 오늘날 중국과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과 몇 퍼센트 포인트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1970년대와 1980년대의 경험에 근거한 IPCC 시나리오는 기후 위기가 서구와 비서구의 산업화 및 도시화 모델이 '혼합된' 경제에 의해 주도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다만, 당시의 예측은 그 주요 동인이 중국이 아닌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한 블록일 것이라는 점에서 오차가 있었다. 또한, 예측가들이 미국과 서유럽에서의 미래 배출량 증가를 과대평가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1991년에 시나리오 기획자들은 첫 번째 이라크 전쟁과 소련 붕괴를 고려해 전망을 수정하도록 요청받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소련 붕괴의 영향은 기본적인 예측의 균형을 크게 바꾸지 않았다. 유럽에서 냉전이 끝나면서 미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예측가들은 이제 소련 체제에서 벗어난 코메콘(구 소련 경제 협력 기구) 국가들의 경제가 더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가정했다. 이들 국가가 소련 시대의 에너지 시스템을 포기하거나 수정하더라도, 그들의 배출량은 여전히 상당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다. 1990년대에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 등에서 사용된 이른바 IS92A 시나리오(당시 기준 비즈니스 정상 시나리오)에서는 "중앙 계획된 유럽"으로 불리는 이 지역의 배출량이 미국의 배출량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참고: 이 표에서 주목할 점은 절대적 수치보다는 '중앙 계획 유럽 경제'에 대한 계열의 상대적 움직임이다. 1991년 이후의 데이터를 1991년 이전의 소련 지역 분류와 일치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며, 나는 현재 이러한 데이터를 정리하고 있다. 이 지역의 궤적은 '데이터 속의 세상'이 제공하는 데이터베이스의 '러시아' 데이터로 대체되고 있다. 만약 소비에트 이후 변화를 더 적절하게 다룰 자료를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알려주기를 바란다. 중요한 점은 1990년대 러시아의 경제 붕괴와 탈산업화로 인해 탄소 배출량이 급감했다는 사실이다.
결론적으로,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기후 문제가 다극화되고 중국이 중심이 되는 현재의 상황이 그리 이상하지 않다. 글로벌 기후 정치가 탄생했던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의 전망은 오늘날과 구조적으로 매우 유사했다. 1992년 IPCC는 여전히 기후 위기를 '혼합 경제'라는 용어로 설명했다.
1990년대에 들어서야 화석 연료로 인한 기후 위기가 단극적(미국 중심)의 문제로 재구성되었으며, 이는 주로 미국이 주도한 현상으로 요약되었다. 정치적으로는 공화당의 "기후 부정론자들"과 화석 연료 정치의 악의 축으로 여겨진 엑손모빌에 대한 비판이 중심이 되었다. 1992년 리우 회의 이후부터 시작된 북-남 정치 역학, 미국의 교토 의정서 비준 거부, 부시 행정부의 "석유 전쟁"은 이러한 단극적 해석을 더욱 강화시켰다. 기후 위기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적 글쓰기와 "자본세"의 장기적 역사가 이러한 서구 중심의 해석에 지적 매력을 더했다. 이러한 이미지는 오늘날에도 정치적으로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전후 "대가속" 시기의 혼합된 에너지 경제를 분석하거나 21세기 기후 위기를 분석하는 데 있어서는 근본적으로 오도된 해석이다. 이는 1990년대 단극적 순간과 동반된 정치적·지적 현상으로 이해해야 하며, 이제 그 시대는 지나갔다. 서구의 "기후 리더십"에 대한 긍정적 또는 비판적 논의에서 이 시각이 계속 공명을 일으킨다면, 이는 우리가 현재 얼마나 혼란스러운 상태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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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투즈(Adam Tooze)는 컬럼비아대학 교수이며 경제, 지정학 및 역사에 관한 차트북을 발행하고 있다. ⟪붕괴(Crashed)⟫, ⟪대격변(The Deluge⟫, ⟪셧다운(Shutdown)⟫의 저자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