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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6일 아침 이스라엘이 마침내 이란에 대한 공습을 감행했다. 이날 공격은 상당 기일 예상된 것으로 4주 전인 10월 1일 이란 측이 이스라엘 전역에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가한 것에 대한 ‘보복’이다. 당시 이란의 공습은 사실 무단한 소행이 아니라 이스라엘이 자국에 먼저 가한 공격에 대한 반격이었는데도, 이스라엘은 자국이 공격당했다는 것만 트집 잡아 대이란 공습을 진행했다.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한 군사적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지난 10월 1일 이란의 대이스라엘 공격이 위력적으로 진행된 성공적 작전으로 평가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100대 이상의 항공기를 동원했다고 하니 공격 규모가 작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공습 직후 미국의 주류 언론들은 이스라엘 측이 이란에 대대적인 폭격을 가한 것처럼 보도했다. 그러나 이란 측은 ‘제한된 피해’만 봤다고 하고 있고, 많은 관측자도 이란의 주장에 동의하고 있다. CIA 분석관 출신 래리 존슨은 한 팟캐스트 프로그램(Dialogue Works)에 나와서 공습 직후 이란인들이 올린 비디오로 판단할 때 이스라엘의 이번 공습은 전혀 위력적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내가 SNS에서 접한 한 비디오에서는 이란인 서너 명이 건물 옥상에서 테헤란을 공격하러 왔다는 이스라엘 폭격기가 어디 있는지 찾는 시늉을 하고 있다. 이번 공습을 이란인이 가소롭게 여기고 조롱한다는 것인 셈이다.
그렇다면 26일 공습의 결과는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 요아브 갈란트가 그동안 경고해온 것과는 아주 다르게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갈란트는 10월 1일의 이란 공습에 대한 반격을 예고하며 ‘치명적이고 정밀하며 놀라운’ 타격을 예고해왔다. 말 다르고 행동 다른 것일까, 이스라엘군은 이번 공격에서 그런 위협과는 딴판의 실행 성적을 낸 셈이다. 심지어 공습 하루 전 자국의 공격에 대한 반응을 자제해달라고 이란에 부탁했다는 설도 있다. 미국의 뉴스 웹사이트 악시오스가 그렇게 전한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스라엘이 그동안 허풍깨나 떤 것은 실제로는 이란을 두려워함을 숨기려는 수작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이스라엘의 이번 공습이 허약했던 것은 공격 계획이 사전에 노출된 점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에서 어떤 세력이 공격 관련 정보를 1주일 전에 유출한 바람에 이스라엘은 공격 계획을 제대로 실행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미국 내부에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반대하고 방해하는 세력이 있다는 말로 들린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수뇌급 인사들을 대상으로 ‘참수 작전’을 세웠던 모양인데, 그 위험성을 우려한 미국 내 세력이 이스라엘의 계획을 폭로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이스라엘의 참수 작전은 악명이 높다. 4월 1일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 폭격과 군 장성을 포함한 10여 명 제거, 7월 31일 테헤란에서 하마스 수장 하니예 살해, 9월 27일 레바논의 헤즈볼라 수장 나스랄라 암살, 10월 16일 하마스의 새 수장 야히야 신와르 사살 등 그동안 이스라엘이 제거한 이슬람권 ‘저항의 축’ 지도자들이 한둘이 아니다. 나스랄라의 후임 헤즈볼라 신임 사무총장이 된 하심 사피에딘도 3주 전에 이스라엘의 공습에 목숨을 잃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스라엘은 이번에도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나 대통령 마수드 페제시키안 등을 제거하려 기획한 모양이다. 이스라엘의 그런 위험한 계획을 막으려는 세력이 미국 안에 존재할 공산은 충분하다. 스위스군 대령 출신으로 유엔사에서 근무한 바 있고, 팔레스타인 갈등, 우크라이나전쟁 관련 유의미한 책들을 다수 저술한 자크 보에 따르면 자신이 현역 시절 만나본 미군 장교들 가운데 이스라엘군의 행태를 지지하는 경우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이스라엘의 비인도적이고 불법적인 행위를 용납하는 태도를 지닌 군인이 없기는 나토군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런 점은 이스라엘이 벌이는 전쟁게임을 역겨워하는 세력이 미국에 존재할 공산이 클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그들이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 계획에 관한 정보를 유출했다면, 그것은 안하무인으로 이웃 나라를 공격하려는 이스라엘의 행태가 계속 묵인되면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면전이 일어나게 되고, 그 경우 미국이 자동으로 참전하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이스라엘이 이란에 직접 공습을 가한 사실은 전대미문의 일에 해당한다. 계획이 사전에 유출되었는데도 공격을 감행한 것은 그들의 확전 의지가 꺾이지 않았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의 거리는 2,000킬로미터로 아주 멀다. 폭격기 등이 쉽게는 왕복할 수 없는 거리다. 이번 공격이 있기 전 미국이 이스라엘 측에 공중급유기를 보낸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이스라엘이 이번 공습에 과연 100대 이상의 항공기를 동원했다면, 공중에서 대규모로 재급유를 받는 일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런 점은 이스라엘의 공격에 병참 지원은 물론 위성 자료 제공 등 형태의 미군 대대적 참여가 있었다는 것, 이스라엘의 공격 계획을 폭로한 세력과는 별도로 미국은 여전히 공개적으로 이스라엘을 지원한다는 것 등을 말해준다. 그렇다면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 뒤에는 미국이 도사리고 있는 셈이며, 따라서 이번 공격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의 대이란 도발은 쉽게 중단될 것 같지 않다.
이번 공습 이후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는지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다. 한편으로 이란은 이번 공격에 상응하는 대응을 할 것이라 했다는 말이 있고, 또 한편으로 공격이 워낙 미미했던 점 때문인지 보복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는 말도 있다. 그러나 즉각적 확전은 없을지 몰라도 두 나라, 나아가 이스라엘과 저항의 축 사이의 갈등이 근본적으로 해결될 전망은 희박하다. 이스라엘이 서아시아에서 국가로서 존재하는 것 자체가 역내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근본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총리 네타냐후를 비롯해 이스라엘의 수뇌부는 ‘대이스라엘(Greater Israel)’ 건설을 되뇌기까지 한다. 현재 이스라엘 영토는 물론이고 팔레스타인 전체, 레바논,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이라크의 영토까지 점령하려는 것이 ‘대이스라엘’의 백일몽이다. 그런 허황한 야욕을 품고 있는 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인종학살을 중단하고 이웃 나라들과 평화를 회복할 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
26일의 공습만 놓고 보면 이스라엘이 얼마 전까지의 확전 태도에서 벗어난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사전에 치명적이고 정밀하며 놀랄 효과를 낼 것이라고 선전한 공격치고는, 그리고 100대가 넘는 항공기를 동원한 공습치고는 이란에 준 타격이 그리 크지 않다. 어찌 보면 이스라엘은 이번에 공격 피해를 줄이려 한 것 같기도 하다. 물론 그렇게 보는 것은 이스라엘이 그동안 국내적으로나 대외적으로 밝혀온 입장과는 크게 상치된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지난번 공습에 대해 큰 철퇴를 가할 듯이 말해왔다. 네타냐후 총리의 경우 자신의 정치적 입지 때문에도 이란과의 충돌을 격화시켜 미국의 참전을 획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그래도 이스라엘의 이번 이란 공습은 꼬리 들고 상대에 험상궂게 덤벼들던 개가 정작 물 때는 힘을 쓰지 않은 꼴처럼 보이는 점이 없지 않다.
혹시 이스라엘은 이번 공습을 계기로 해서 행보를 바꾸려 하는 것일까? 이스라엘의 만행으로 가자와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아이들 여성들 할 것 없이 무참하게 죽어 나가고 이제는 레바논에서도 대량 학살이 진행되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런 희망을 품는 것은 이스라엘의 건국이 서구 제국주의의 세계지배 전략의 일환으로 19세기부터 계획되었다는 점, 20세기 중반 이후에는 에너지의 보고인 서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지배전략으로 이스라엘이 지역내 국가와 인민에 대한 불법과 만행, 학살을 자행해도 그에 대한 지원정책이 계속된다는 점, 다시 말해 이스라엘이 서구 제국주의의 첨병으로서 만만찮은 지정학적 기능과 역할을 한다는 점을 외면하는 일이 될 것이다. 이번에 이스라엘이 흐지부지하게 공격했다고 해서 앞으로도 그럴 전망은 낮다.
이스라엘이 서아시아에서 이란을 포함한 인근 국가들과 공존할 수 있는 길이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그것을 찾기는 쉽지 않다. 문제는 그사이에 가자와 서안지구, 레바논에서 수많은 생명이 희생된다는 점이다. 그래도 미국 안에 이스라엘의 안하무인 행동에 제동을 걸려는 세력이 존재하는 것은 고무적인 사실이다. 이스라엘이 미국과 서방의 일방적 지원을 받아 온갖 폭력적 침략을 자행해도 가자의 하마스,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안사르 알라, 이라크의 민병대, 시리아, 이란 등 저항의 축이 건재하다는 것도 그러하다. 지금은 서아시아에서 이스라엘이 일방적으로 무력을 써서 이웃 나라와 그 인민을 침략해 학살할 수 있는 시기는 지났다. 그래도 이스라엘로 인해 가자와 레바논 등에서 희생자들이 계속 그것도 엄청나게 나온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그 문제를 해결할 길이 아직은 막막하기만 해 보인다는 것, 그것이 정말 문제다. 이스라엘의 이번 공격으로 서아시아는 더욱 음울한 전운에 휩싸이는 듯하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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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내희는 한국의 비판적 지식인으로 중앙대학교 교수, '문화/과학' 발행인, '문화연대' 공동대표를 역임했다. 현재 참세상 이사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서울의 생김새⟫, ⟪길의 역사⟫, ⟪신자유주의 금융화와 문화정치경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