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에서 파란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은하단 내에 존재하는 암흑물질의 분포를 나타낸 것이다. 출처: NASA, ESA, D. Harvey(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학교), R. Massey(영국 더럼대학교), 허블 SM4 ERO 팀 및 ST-ECF, CC BY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 너무 많은 ‘암흑’이 등장하는 것 같지 않은가? 사실 이 용어들은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물질과 에너지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하지만, 이 둘은 우주의 구조와 진화를 설명하는 데 필수적이다.
수식과 관측 결과에 따르면, 은하들은 서로 멀어지고 있다. 이것이 바로 우주의 팽창이다. 그런데 20세기 말, 단순히 멀어지는 것만이 아니라 가속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우리가 관측한 이 가속도는, 우주의 팽창 속도를 증가시키는 에너지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설명할 수 없다. 바로 여기서 ‘암흑에너지’가 등장한다.
그렇다면 암흑물질은 뭘까? 암흑물질은 우주 전체 질량의 약 85%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가 암흑물질을 ‘암흑’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눈으로 볼 수 없고, 물질에 의해 흡수되거나 반사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 ‘암흑’보다는 ‘투명’에 더 가깝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암흑물질이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왜냐하면 별과 가스에 미치는 중력적 영향을 통해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암흑물질이 전자기장과 상호작용을 하는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만약 상호작용을 한다면 그 영향은 극히 미미할 거다.
암흑물질은 우주의 팽창을 일으키는 원인이 아니다. 또한 우주의 가속 팽창과도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암흑물질은 은하 내 별들의 분포에 영향을 미치는 물질이다. 그리고 천체들이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회전하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암흑에너지와 우주의 가속 팽창
우주의 가속 팽창을 일으키는 암흑에너지의 근본적인 물리적 원인이 무엇인지 아직 알지 못한다. 즉, 은하들이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서로 멀어지게 만드는 어떤 미지의 요소가 존재한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다.
암흑에너지를 설명하기 위해 여러 가지 가설이 제시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암흑물질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따라서 학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이 완전히 별개의 현상이라는 데 의견이 모이고 있다.
암흑물질은 표준 모형을 넘어서는 새로운 입자로 이루어진 물질일 가능성이 크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암흑에너지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아직 전혀 알 수 없는 상태다.
시공간의 확장
은하들이 서로 멀어진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현재의 우주 팽창은 뉴턴 역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고,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해 이해해야 한다. 이 이론에서는 우주가 모든 방향에서 균질하고 등방적인 공간이라면, 우주의 팽창이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은하들이 어떤 고정된 공간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사실 팽창하는 것은 ‘공간’ 자체다.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지만, 일반상대성이론의 방정식은 그렇게 말하고 있다. 만약 은하들이 완전히 정지해 있다고 가정하더라도(실제로는 중력으로 인해 서로 끌어당기고 있지만), 우주가 팽창하는 한 은하들은 서로 멀어질 수밖에 없다. 팽창하는 우주가 그사이에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뉴턴 물리학에서 묘사하는 우주는 더 직관적이다. 이 모델에서는 공간과 시간이 미리 존재하고, 그 안에서 물질이 움직인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의 우주에서는 공간과 시간이 ‘살아 있는’ 물리적 존재다. 시공간은 팽창하고 변화하며, 물질은 그 팽창을 따르면서 동시에 시공간을 형성한다. 공간과 시간이 미리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이것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단지 우리가 가진 방정식이 설명하는 우주의 실제 모습일 뿐이다.
가속 팽창과 암흑에너지
지금까지 우주의 팽창에 관해 설명했다. 그런데 우주의 가속 팽창은 또 다른 문제이며,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에 우주 상수를 추가하면 이를 이해할 수 있다. 아인슈타인은 원래 우주를 정적인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이 상수를 도입했지만, 현대 우주론에서는 오히려 우주의 가속 팽창을 설명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현재의 논쟁은 이 우주 상수만으로 설명이 충분한지, 아니면 암흑에너지가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하는지를 규명하는 것이다. 어떤 가설이 맞는지 밝히기 위해, 현재 다양한 천체 관측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며, 이 연구들이 머지않아 암흑에너지의 본질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주의 팽창 자체는 암흑에너지와 무관하다. 하지만 가속 팽창은 암흑에너지와 관련이 있다.
암흑물질: 국소적 규모에서의 영향
암흑물질은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에서 또 하나의 물질적 구성 요소로 등장한다.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 중 암흑물질은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일반 물질보다 약 다섯 배나 더 많다.
냉온 암흑물질(CDM, Cold Dark Matter)과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물질(위성, 행성, 별, 은하 등)은 모두 질량을 가지므로 중력적 인력을 발생시킨다. 암흑물질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또한 천체들이 은하 중심을 중심으로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회전하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만약 우리가 볼 수 있는 물질만 존재했다면, 천체들의 회전 속도는 지금보다 훨씬 느렸을 것이다.
우주가 팽창함에 따라 은하들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하지만 암흑물질이 존재하면 이러한 팽창이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가까운 은하끼리는 서로 멀어지지 않고 중력적으로 묶여 있다. 암흑물질이 국소적인 중력을 강화해 주기 때문이다.
암흑물질은 우주의 팽창을 어느 정도까지는 상쇄할 수 있지만, 은하단 규모를 넘어 더 먼 거리로 가면 다시 팽창이 우세해진다. 우리은하와 안드로메다은하의 미래 충돌은 암흑물질이 우주 팽창을 이기는 대표적인 사례다.
안드로메다은하와 우리은하는 우주가 팽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멀어지지 않는다. 두 은하에 존재하는 암흑물질이 중력을 강화하면서 서로를 끌어당기고 있으며, 결국 두 은하는 충돌하여 하나의 거대한 은하로 합쳐질 것이다.
이처럼 우주는 경계 없이 팽창하고, 시공간은 가속적으로 확장하며, 은하들은 서로 멀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은하들 속에는 우리가 정체를 알지 못하는, ‘암흑’이라 부르는 투명한 물질이 존재한다.
이 모든 것은 좋거나 나쁜 일이 아니다. 단지, 우주는 본래 그런 방식으로 존재할 뿐이다.
[출처] ¿Cómo es el universo? La importancia de distinguir entre materia oscura, energía oscura y expansión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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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그나시오 트루히요 카브레라(Ignacio Trujillo Cabrera)는 카나리아천문연구소(Instituto de Astrofísica de Canarias) 연구 교수다. 은하의 우주적 진화(cosmological evolution of galaxies)를 연구하며, 특히 은하의 구조적 변형과 은하 외곽부에서 작용하는 진화적 메커니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