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 스피처 우주망원경의 IRAC 자료. 수전 스톨로비(SSC/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 등 연구진 제공
천문학자들은 우리 은하 중심에서 벌어지는 두 가지 이상한 현상에 오랫동안 의문을 품어 왔다. 첫 번째는 은하 중심부의 밀도 높고 혼란스러운 영역인 중심 분자대(CMZ, Central Molecular Zone)의 가스가 놀라울 정도로 높은 비율로 이온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온화란 전자를 잃어 전기적으로 하전된 상태를 의미한다.
두 번째는, 망원경이 511킬로전자볼트(keV)의 에너지를 가진 감마선의 수수께끼 같은 발광을 포착한 사실이다. 이 에너지는 정지 상태의 전자 한 개가 가지는 에너지에 해당한다.
흥미롭게도, 이런 감마선은 전자와 그 반입자(모든 기본 하전 입자는 서로 반대 전하를 가진 거의 동일한 반물질 짝을 가지고 있다)인 양전자(positron)가 충돌하여 빛의 섬광과 함께 소멸할 때 발생한다.
수십 년간 관측이 이어졌지만, 이 두 가지 현상의 원인은 여전히 명확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게재된 새로운 연구에서 우리는 이 두 현상이 우주에서 가장 포착하기 어려운 구성 성분 중 하나인 암흑물질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특히 기존 천문학자들이 주로 찾던 유형보다 질량이 훨씬 작은 새로운 형태의 암흑물질이 원인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숨겨진 과정
중심 분자대는 거의 700광년에 걸쳐 퍼져 있으며, 은하 내에서 가장 밀도가 높은 분자 가스를 다수 포함하고 있다. 수년간 과학자들은 이 영역이 유독 이온화 수준이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수소 분자가 전자와 원자핵으로 분리되는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다는 의미다.
우주선이나 별빛처럼 가스를 폭격하는 외부 에너지원들이 그 원인일 수 있다. 하지만 이들만으로는 관측된 수준을 모두 설명하지 못한다.
다른 수수께끼인 511keV 방출은 1970년대에 처음 발견되었지만, 아직도 명확한 원천이 밝혀지지 않았다. 초신성, 거대 항성, 블랙홀, 중성자별 등이 후보로 제안되었지만, 이들 중 어느 것도 방출의 패턴이나 강도를 완벽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우리는 단순한 질문을 던졌다. “두 현상이 같은 숨겨진 과정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암흑물질은 우주 물질의 약 85%를 차지하지만, 빛을 내거나 흡수하지 않는다. 중력적 영향은 명확하게 나타나지만, 암흑물질이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한 가지 가능성은 자주 간과되곤 했는데, 그것은 암흑물질 입자가 매우 가볍고 질량이 수 메가전자볼트(Million Electron Volts)에 불과하면서도 우주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가벼운 암흑물질 후보는 일반적으로 sub-GeV 암흑물질로 불린다.
이런 암흑물질 입자는 반입자와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 우리는 이 가벼운 암흑물질 입자가 은하 중심에서 그 반입자와 만나 소멸하며 전자와 양전자를 생성할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연구했다.
중심 분자대의 밀도가 높은 가스 속에서 이런 저에너지 입자는 빠르게 에너지를 잃고, 주변의 수소 분자에서 전자를 튕겨내며 매우 효율적으로 이온화를 일으킨다. 이 지역이 워낙 밀집되어 있어서 입자들은 멀리 이동하지 못한다. 대신 대부분의 에너지를 국지적으로 방출하는데, 이는 관측된 이온화 분포와 잘 들어맞는다.
우리는 정교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 간단한 과정, 즉 암흑물질 입자가 전자와 양전자로 소멸하는 과정이 중심 분자대에서 관측된 이온화 속도를 자연스럽게 설명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더욱이, 암흑물질이 가져야 할 질량이나 상호작용 강도 같은 특성은 초기 우주에서 밝혀진 어떤 제약 조건과도 충돌하지 않는다. 이런 종류의 암흑물질은 매우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양전자 수수께끼
만약 암흑물질이 중심 분자대에서 양전자를 생성한다면, 이 입자들은 결국 속도를 잃고 주변의 전자와 소멸하여 정확히 511keV 에너지의 감마선을 방출한다. 이는 이온화 현상과 수수께끼 같은 감마선 발광을 직접적으로 연결해 준다.
우리는 암흑물질이 이온화를 설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일정 수준의 511keV 방사선도 재현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이 놀라운 발견은 두 관측 신호가 동일한 근원, 즉 가벼운 암흑물질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다만 511keV 선의 정확한 밝기는 양전자가 전자와 결합 상태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형성하는지, 또 어디에서 정확히 소멸하는지 등에 따라 달라진다. 이러한 세부 사항은 아직 불확실하다.
은하수에 대한 최근 관측은 암흑물질 이론을 검증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출처: ESO/Y. Beletsky, CC BY-SA
보이지 않는 것을 시험하는 새로운 방법
511keV 방출과 중심 분자대(CMZ)의 이온화가 같은 원인에서 비롯되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CMZ에서 나타나는 이온화 속도는 암흑물질을 연구하는 데 있어 유용한 새로운 관측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이 관측은 기존의 실험실 실험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가벼운 암흑물질 입자와 관련된 이론 모델들을 검증할 방법을 제공한다.
우리 연구에서 우리는 암흑물질로부터 예측되는 이온화 분포가 CMZ 전역에서 놀라울 만큼 평탄하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이 점은 중요하다. 실제로 관측된 이온화도 비교적 고르게 퍼져 있기 때문이다.
은하 중심의 블랙홀이나 초신성과 같은 우주선 원처럼 점 광원은 이런 균일한 분포를 쉽게 설명하지 못한다. 반면, 부드럽게 퍼져 있는 암흑물질 헤일로(halo)는 이를 자연스럽게 설명할 수 있다.
우리의 연구 결과는 은하 중심이 암흑물질의 근본적인 성질에 대한 새로운 단서를 제공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앞으로 해상도가 더 뛰어난 차세대 망원경은 511keV 선의 공간 분포와 CMZ 이온화율 사이의 관계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와 동시에 CMZ에 대한 지속적인 관측은 암흑물질 가설을 배제하거나, 혹은 그 가능성을 더욱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어떤 결론이 나오든, 은하 중심에서 포착된 이 기묘한 신호들은 우주가 여전히 수많은 놀라움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때로는 우리 은하의 역동적이고 빛나는 중심을 들여다보는 일이, 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를 암시하는 가장 뜻밖의 단서를 드러내기도 한다.
[출처] New form of dark matter could solve decades-old Milky Way mystery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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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 발라지(Shyam Balaji)는 킹스칼리지 런던(King's College London) 물리학 박사후연구원이다. 초기 우주의 물리학, 암흑물질의 정체 규명, 지상 및 우주 기반 실험을 통한 새로운 물리 법칙 탐색을 연구한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