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장은 우주의 근본적인 구성 요소다. 자기장은 작은 입자들, 즉 행성·별·궁극적으로 은하를 이루는 기본 구성 요소들이 우주 공간을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결정한다.
우리는 아직 우주에서 자기장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자기장이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지구 자체도 자기장을 지니고 있으며, 나침반과 철새들은 이에 반응한다.
천문학자들은 전파망원경을 이용해 먼 은하에서 오는 빛으로 우주 공간에 존재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이 영역들을 밝혀낼 수 있다.
오늘 《호주천문학회 학술지》(Publications of the Astronomical Society of Australia)에 발표한 우리 연구에서 우리는 호주에서 가장 강력한 전파망원경을 사용해 지금까지 제작한 것 가운데 가장 크고 가장 상세한 우주 자기장 지도를 만들었다.
일부 가시광 하늘 구조의 명칭을 표시한 새로운 지도. 출처: 알렉 톰슨(Alec Thomson) 외.
은하를 지배하는 거대한 배터리
자기장은 우주 전역에서 매우 다양한 세기를 보인다. 중성자별과 블랙홀 같은 극도로 밀도가 높은 천체들은 지구 자기장보다 수천억 배 강한 자기장을 지닌다.
별과 별 사이의 공간에서도 우리는 지구 자기장보다 백만 배 약한 자기장을 측정했다. 비록 매우 약하지만, 우리는 이 자기장들이 은하의 진화를 좌우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자기장은 거대한 배터리처럼 작용해 막대한 양의 에너지를 저장하며, 새로운 별의 형성을 늦추거나 심지어 막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눈에는 자기장이 보이지 않는다. 천문학자들은 우주 공간의 자기장을 찾기 위해 먼 별과 은하에서 오는 빛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빛 자체가 전기장과 자기장이 결합한 파동이기 때문이다. ‘전자기 스펙트럼’이라는 이름도 여기에서 유래했다.
빛은 우주를 가로질러 이동하면서 지나가는 경로에 있는 자기장과 상호작용한다. 그러면 빛이 진동하는 방향이 비틀리는데, 이를 우리는 ‘편광(polarisation)’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위아래 방향으로 진동하는 빛은 좌우 방향으로 진동하는 빛과 서로 다른 편광 상태를 가진다.
천문학자들은 이러한 편광을 포착할 수 있으며, 특히 전자기 스펙트럼의 일부인 전파 영역에서 하늘을 관측할 때 이를 효과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
먼 천체에서 나온 빛이 자기장을 통과하면서 편광 방향이 비틀리는 과정. 출처: 에마 알렉산더(Emma Alexander), CC BY.
보이지 않는 것을 보다
호주의 전파망원경들은 전파천문학과 자기장 탐지 분야를 선도해 왔다. CSIRO의 파크스(Parkes) 전파망원경 무리양(Murriyang)은 1962년 지구 밖 자기장이 빛의 편광을 비트는 현상을 처음으로 검출했다.
그 이후 천문학자들은 이러한 편광의 비틀림을 보여주는 천체를 더 많이 찾아내기 위해 노력해 왔다. 충분한 수의 측정값을 확보하면 우주 자기장의 지도를 만들 수 있다.
지도상의 각 점은 우리 망원경이 검출한 천체를 나타내며, 그 천체에서 나온 빛은 우리와 그 먼 천체 사이에 존재하는 자기장을 비춰 준다. 더 많은 천체를 검출할수록 지도는 더욱 상세해진다.
이전의 대규모 자기장 지도는 2009년에 제작했다. 이후 17년 동안 이를 진정으로 계승한 지도가 등장하지 않았으며, 그 결과 천문학자들이 탐구하려는 문제들의 깊이와 범위에 제약이 있었다.
우리은하인 은하수(Milky Way)를 포함해 우주의 다양한 영역에서 우리는 아직 우주 자기장의 전체적인 세기와 구조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자기장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모를 뿐 아니라, 빅뱅 이후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도 알지 못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하려면 새로운 세대의 전파망원경이 필요하다.
와자리 야마지(Wajarri Yamaji) 전통 영토에 있는 CSIRO 머치슨 전파천문대(Murchison Radio-astronomy Observatory)의 이냐리만하 일가리 분다라(Inyarrimanha Ilgari Bundara)에 설치한 CSIRO의 ASKAP 전파망원경. 출처: CSIRO.
속도를 위해 설계한 망원경
현재 전파천문학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호주에서 SKA 천문대(SKA Observatory)를 건설하면서 혁명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이에 앞서 SKA 선행망원경과 시험망원경으로 알려진 여러 세대의 망원경들이 이미 전 세계에서 운영되고 있다.
ASKAP 전파망원경은 이러한 선행망원경 가운데 하나다. 서호주 와자리 야마지(Wajarri Yamaji) 전통 영토에 있는 CSIRO 머치슨 전파천문대(Murchison Radio-astronomy Observatory)의 이냐리만하 일가리 분다라(Inyarrimanha Ilgari Bundara)에 자리 잡고 있으며, 지름 12m 안테나 36기로 구성한다. 이 안테나들은 각각 한 번에 매우 넓은 하늘 영역을 관측할 수 있어 천문학자들에게 우주를 향한 초광시야를 제공한다.
우주의 자기장 지도를 제작하는 대표적인 프로젝트는 우주 자기장 편광 하늘 탐사(Polarisation Sky Survey of the Universe’s Magnetism, POSSUM)라고 부른다.
이를 준비하기 위해 망원경 연구진은 신속 ASKAP 연속파 탐사(Rapid ASKAP Continuum Surveys, RACS)를 수행했다. 이는 우주의 지도를 만드는 작업과 같다. 가장 최근에 공개한 탐사 자료에서는 약 400만 개의 먼 은하를 식별했으며, 이 가운데 약 200만 개는 이전에 한 번도 관측한 적이 없는 천체였다.
자기장의 하늘
SPICE-RACS라고 부르는 우리의 새로운 지도는 이 두 탐사대의 협력을 통해 탄생했다.
우리의 목표는 RACS가 발견한 모든 은하를 향해 관측을 수행하고, 자기장이 만들어 내는 편광 변화의 신호를 측정하는 것이었다. 탐사의 최신 자료를 활용한 결과, 원래 400만 개 은하 가운데 약 35만 개를 이 연구에 사용할 수 있었다.
우리가 확보한 천체 표본은 이전 최대 규모 표본보다 거의 10배 크며, 지금까지 수행한 모든 관측 자료를 합친 것보다도 5배 크다. 그 결과 우리는 지금까지 가장 크고 가장 상세한 지도를 얻었다.
SPICE-RACS(Spectra and Polarisation In Cutouts of Extragalactic Sources from RACS) 자기장 지도. 은하수(Milky Way)의 원반은 그림 중앙을 가로질러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어진다. 왼쪽 위의 빈 영역은 망원경이 관측할 수 없는 하늘 부분이다. 출처: 알렉 톰슨(Alec Thomson) 외(2026).
이 지도에서 붉은색은 자기장이 우리를 향하는 방향을, 푸른색은 자기장이 우리에게서 멀어지는 방향을 나타낸다. 이는 나침반의 북극과 남극에 비유할 수 있다. 지도에서 보이는 소용돌이 모양과 거품 모양 구조의 대부분은 우리은하인 은하수에서 비롯한다. 지도에 담긴 세부 구조에는 훨씬 더 먼 우주 영역에서 온 신호도 포함한다.
이 새로운 지도는 이미 전 세계에서 새로운 연구를 가능하게 하고 있으며, 자료는 연구 공동체가 온라인에서 공개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앞으로 우리는 RACS의 모든 자료를 결합해 더욱 크고 더욱 상세한 지도를 제작할 계획이다.
한편, POSSUM 프로젝트는 2030년까지 관측을 마칠 것으로 예상한다. 이 탐사가 제공할 더욱 선명한 자기장 지도는 먼 우주의 자기장을 연구하는 새로운 창을 열어 줄 것이며, 우리가 우주의 역사 속 더 먼 과거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출처] See a new map of the universe’s magnetic fields – the largest and most detailed ever made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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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 톰슨(Alec Thomson)는 국제제곱킬로미터배열천문대(Square Kilometre Array Observatory) SKA-Low 시운전 과학자(Commissioning Scientist), CSIRO 우주·천문학 부문 제휴 연구원(Affiliate)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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