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대선: 오브라도르 대통령에서 셰인바움까지

[편집자 주] 현지 시간 기준 6월 2일, 멕시코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출구조사 결과 집권 여당 후보인 셰인바움의 당선이 유력하다고 한다. 이번 마이클 로버츠의 글은, 멕시코의 뿌리 깊은 경제적 불평등에 맞서, 새 정부가 취해야 할 입장을 조언하고 있다. 

멕시코는 이번 주 일요일 대선을 치른다. 인구 1억 3천만 명이 넘는 멕시코는 세계 15대 경제 대국이자 라틴아메리카에서 두 번째로 큰 경제 대국이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는 2018년부터 대통령을 맡고 있어 재출마가 불가능하다. 그가 2012년에 창당한 모레나(MORENA)는 수도 멕시코시티의 전 시장인 클라우디아 셰인바움(Claudia Sheinbaum)을 내세우고 있다. 셰인바움은 '기업 친화적' 정당 연합을 대표하는 소치틀 갈베스(Xóchitl Gálvez)의 반대에 직면해 있다. 현재 선거 운동이 종료되었고 여론 조사에서 셰인바움이 갈베스에 21포인트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2018년 AMLO의 대선 승리는 부패하고 친자본주의적인 PRD(민주혁명당)와 PAN(국민행동당) 정당의 오랜 통치에 맞서 멕시코 노동자들의 이익을 위해 여론의 지지가 좌파로 이동한 것으로 여겨졌다. 2018년 AMLO는 전국적으로 만연하고 일상화된 폭력, 정치인과 공무원들의 고질적인 부패, 빈부 격차의 심화 및 불평등이라는 세 가지 주요 이슈를 중심으로 캠페인을 펼쳤다.

AMLO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어떤 성과를 거두었을까? 폭력과 범죄는 거의 개선되지 않은 것 같다. '고의적 살인'은 2018년 이후 약간 감소했지만 여전히 2010년보다 훨씬 높다. 2020년 멕시코는 이 지표에서 라틴아메리카 국가 중 최악의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이 오랜 범죄의 물결은 주로 마약 카르텔 전쟁의 결과이며, 거대한 마약 수출 산업은 실제로 미국의 소비자 중독과 범죄 요소의 결과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부패는 어떠한가? AMLO는 1930년대 이후 멕시코 역사상 가장 부패한 대통령으로 기록되어 왔다.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 지수에 따르면 공무원과 전문직의 부패는 2018년보다는 조금 나아졌지만(점수가 낮을수록 부패가 심하다는 의미) 2000년대보다는 여전히 훨씬 더 심각하다.

소득과 부의 불평등은 어떨까? '세계 불평등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2012년 멕시코 소득 상위 1%가 전체 개인 소득의 27.4%, 상위 10%가 64.1%를 가져간 반면 하위 50%는 5.4%에 불과했다. 최근 수치인 2022년에는 상위 1%가 26.8%, 상위 10%가 64.6%를 가져간 반면 하위 50%는 6.0%에 불과해 AMLO 시대에도 소득 불평등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멕시코 오토노마 메트로폴리타나 대학의 경제학자인 아베라도 마리나 교수는 AMLO의 최저임금 수준 및 기타 사회적 혜택 인상 프로그램이 하위 계층의 소득에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지난 6년 동안 최저임금은 82% 인상되었고 제조업 임금은 27% 상승했다.

출처:Marina

그 결과 친자본주의적 페냐 니에토(Peña Nieto) 대통령 집권기인 2012년 24.6%로 최저치를 기록했던, GDP 중 노동에 돌아가는 몫은 2022년 27.6%로 증가한 반면, 기업 이윤의 몫은 다시 감소했다. 그러나 친자본주의 정부가 멕시코(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 정책을 채택하기 전인 1970년대와 비교하면 여전히 노동에 돌아가는 몫은 훨씬 낮다. 그리고 임금 몫은 하락하고 이윤 몫은 상승했다.

출처:Marina

부의 불평등에 있어서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2012년에는 상위 1%의 자산 보유자가 멕시코 전체 개인 자산의 27.4%를, 상위 10%는 무려 80%를, 하위 50%는 마이너스 자산(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상태)을 보유했다. 2022년에는 상위 1%가 전체 개인 자산의 26.8%, 상위 10%는 79.1%, 하위 50%는 여전히 마이너스 자산을 보유했다. 다시 말해 눈에 보이는 개선은 보이지 않는다.

빈곤율을 살펴보면, AMLO 이후 '극빈층'(하루 2.15달러 미만의 소득)의 비율이 감소하여 880만 명의 멕시코인이 빈곤에서 벗어난 것은 큰 성과이지만, 멕시코는 여전히 라틴아메리카 평균보다 하루 3.65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인구의 비중이 더 높다.

멕시코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GDP 대비 세금 비율이 가장 낮다. 부자들은 세금을 많이 내지 않는다. 

정부는 복지 지출과 공공 서비스 재원 마련을 위해 대규모 예산 적자를 감수하고 더 많은 차입을 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 외에도 멕시코 경제의 현황은 어떤가? 지난 30년 동안 멕시코는 성장 측면에서 저조한 성과를 거두었다. 1980년부터 2022년까지 멕시코의 경제 성장률은 연평균 2%를 약간 상회하여 고소득 국가에 비해 경제 융합의 진전이 제한적이었다. 실제로 팬데믹 이후 평균 실질 GDP 성장률은 0.7%에 불과했지만, 팬데믹 이후 반등한 2020년과 2023년에는 경제가 매년 3% 이상 성장했다. 인구 증가분을 제외하면 멕시코의 1인당 GDP는 여전히 2018년보다 낮은 수준이다.

수십 년 동안 멕시코의 자본주의는 생산적 투자, 즉 생산성 성장에 실패했다. 마리나 교수에 따르면 생산적 투자(주택 및 부동산 건설 제외)가 GDP의 17%를 넘은 적이 없었으며, AMLO 대통령 재임 기간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2010년대 장기 불황 기간에는 침체기를 겪기도 했다. 

출처 : Marina

팬데믹 이후 생산성 수준은 10년 전보다 낮아졌지만, 어느 정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높은 이윤율과 낮은 세금에도 불구하고 멕시코 자본가들이 생산적인 투자를 하지 않는 이유는, 멕시코 자본의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부동산과 금융 투기를 선호하여 생산적인 투자가 거부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익성의 대부분은 미국 기업이 가져갔다.

멕시코 자본은 미국 자본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일원이 된 이후 트럼프 정부에서 미국-멕시코-캐나다(USMCA) 무역협정으로 이름이 변경된 멕시코 경제는 미국으로의 수출과 멕시코의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한 미국 기업의 투자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다. 수출은 올해 11% 이상 증가하며 호황을 누리고 있다. 반면에 해외(주로 미국)에서 일하는 멕시코인들의 송금액은 GDP의 4%로 급증했다.

최근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무역 제재를 가하면서 멕시코는 점점 더 중국산 수입품이 미국으로 유입되는 '제3자' 통로가 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멕시코의 대외 계정에 도움이 되었다. 2023년 상품 무역은 사실상 균형을 이루었고 전체 경상수지 적자는 GDP의 1.4%에 불과했다. 

출처 : Marina

이로 인해 페소화는 달러 대비 상대적으로 강세를 유지하여 2018년 MXN19.2/USD에서 2023년 MXN17.8/USD로 상승했지만, 2012년 이후 여전히 30% 하락한 상태다.

지난 2년간의 강력한 성장으로 공식 실업률은 최저치로 떨어졌지만, '비공식'(캐주얼) 일자리의 높은 비율은 멕시코의 고용 현실을 숨기고 있다. 

미국 경제는 팬데믹이 끝나고 바이든 정부의 재정 부양책이 끝난 후 '슈가 러쉬'가 터지면서 둔화하고 있다. 트럼프가 2025년에 대통령으로 복귀하여 모든 수입품에 대한 광범위한 관세 및 제한 계획을 시행하면 멕시코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한편 국내 경제는 약해지고 있다. 3월 산업 생산은 2021년 이후 처음으로 3% 감소했다. 제조업 활동 조사에 따르면 제조업 부문이 위축되고 있다. 멕시코 가계의 소매 지출도 감소하고 있다. 2024년 실질 GDP 성장률은 2% 미만으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AMLO의 집권으로 하위 50% 멕시코인들의 삶은 많이 개선되었지만, 자본의 투자 부족, 소득과 부의 극심한 불평등, 높은 수준의 부패와 범죄(마약 카르텔이 활개를 치는 등)라는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문제는 AMLO의 프로그램이 근본적으로 케인즈주의적이어서 공공 투자를 통해 민간 투자를 '마중물'로 삼으려 했다는 점이다. 그는 (주로 외국계) 은행, 국영 석유 회사 페멕스(PEMEX), 멕시코 내 주요 다국적 기업을 장악함으로써 공공 부문과 계획을 담당하기보다 자본주의 부문에 계속 의존해 왔다는 점이다. 이러한 급진적 변화는 국내 자본과 미 제국주의의 악랄한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기 때문에(베네수엘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AMLO와 셰인바움은 그 길을 갈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남은 10년 동안 세계 경제가 둔화되거나 불황에 빠지고 멕시코가 이러한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셰인바움은 AMLO 하에서 노동이 얻은 이익을 되돌리기 위해 '재정 긴축'을 적용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현재 멕시코와 비슷한 상황인 브라질의 룰라(Lula)가 지우마 호세프(Dilma Rousseff)에게 대통령 자리를 물려주었을 때, 2010년대 세계 경제의 침체로 인해 호세프는 친자본주의 정책을 채택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의회의 탄핵으로 몰락했다. 셰인바움은 멕시코의 첫 여성 대통령으로서 비슷한 운명을 피해야 할 것이다.

[출처] The Next Recession - Mexico: From AMLO to Sheinbaum

[번역] 참세상 번역팀

덧붙이는 말

마이클 로버츠(Michael Roberts)는 런던 시에서 40년 넘게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일하며, 세계 자본주의를 면밀히 관찰해 왔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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