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Jose M, Unsplash
파이낸셜 타임즈에 따르면 “결국, 근소한 차이조차 아니었다. 칼날 위에서 춤을 출 것으로 예상되었던 대통령 선거는 빠르게 도널드 트럼프의 압승으로 판명되었다.” 트럼프는 7,460만 표를 얻어 투표한 사람 중 50.5%의 지지를 받았고, 해리스는 7,090만 표를 얻어 48%의 지지를 받았다. 제3당 후보들은 겨우 1.5%의 표를 얻었다. 트럼프가 얻은 370만 표의 격차는 2020년 바이든의 710만 표 격차나 2016년 힐러리 클린턴이 트럼프를 앞섰던 격차와 비교했을 때 큰 변화였다. 공화당은 상원을 장악한 데 이어 하원에서도 다수를 차지해 완승을 거두었다.
트럼프의 표는 2016년 그가 승리했을 때처럼 소수 경합주에서의 근소한 차이에 의존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레드 스테이트(공화당 지지)와 블루 스테이트(민주당 지지) 양쪽의 주에서 지지를 넓혔다. 심지어 미국에서 가장 민주당 지지율이 높은 곳 중 하나인, 그가 태어난 뉴욕주에서도 23포인트의 격차를 11포인트로 좁혔다.
트럼프의 투표 승리에 대한 가장 큰 단서는, ‘대규모 투표율’이라는 통상적인 과대 선전와 달리, 2020년에 비해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 수가 줄었다는 점이다. 2020년에는 1억 5,800만 명 이상이 투표했지만, 이번에는 1억 5,300만 명으로 줄었다. 유권자 등록을 한 사람들 중 투표율은 2020년 65.9%에서 62.2%로 떨어졌다.
2024년 투표 연령에 해당하는 미국인의 총 수는 2억 6,500만 명이다. 그러나 이 중 42% 이상의 사람들이 투표하지 않았다. 부분적으로 이는 등록하지 않은 미국인의 수가 2020년 1,200만 명에서 1,900만 명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여기에는 참정권이 박탈된 수감 인구와, 등록이 어렵다고 여기거나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등록을 하지 않은 사람들도 포함된다). 따라서 트럼프는 투표한 사람 중 50% 이상의 지지를 얻었음에도, 실제로는 투표 연령 미국인 중 28%의 지지만을 얻었다. 거의 미국인 네 명 중 세 명은 트럼프에게 투표하지 않았다. 해리스는 27% 미만의 지지를 받았다. 이번 선거의 진정한 승자는 (다시 한 번) ‘투표하지 않은’ 집단이었다. 투표하지 않은 사람들은 등록된 유권자 중 38%였으며, 투표 연령의 42%에 달했다. 2024년 선거의 차이점은 트럼프가 2020년과 비슷한 수의 표를 얻은 반면, 해리스는 2020년 바이든에 비해 1,000만 표 이상을 잃었다는 것이다.
2020년 선거 분석에서 나는 “바이든은 미국의 소수 민족이 백인 다수를 극복했기 때문에 승리했다. 바이든은 젊은 미국인들이 트럼프에 대한 노년층의 지지를 극복할 만큼 충분히 바이든에게 투표했기 때문에 승리했다. 바이든은 소도시 사업가와 농촌 지역의 투표를 넘어설 만큼 노동 계급 미국인들이 충분히 투표했기 때문에 승리했다”고 결론지었다.
이번에는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해리스가 2020년 바이든이 얻었던 소수 민족 유권자, 여성, 젊은 층, 도시 거주자 및 대학 졸업자들의 투표 다수를 크게 잃은 반면, 트럼프의 대학 학위가 없는 백인 남성(및 여성) 지지는 충분히 증가했다. 사실, 거의 모든 인구 집단에서 트럼프는 2020년 대비 상승세를 보였다.
미국 노동 계급의 대다수는 트럼프에게 투표하지 않았다. 우선, 많은 비율이 아예 투표하지 않았으며, 이 비투표자들은 주로 낮은 소득과 교육 수준을 가진 사람들이나 실업자들일 것이다.
열 개의 주요 주에 대한 출구 조사에 따르면, 해리스는 가구 소득이 3만 달러 이하인 유권자들(가장 가난한 소득층)로부터 53%의 지지를 얻었고, 트럼프는 45%를 얻었다. 해리스는 연 소득 9만 5천 달러 이상을 버는 유권자들(대학 교육을 받은 '상위 소득층') 사이에서 다수를 차지했지만, 연 소득 5만~9만 5천 달러 구간에서는 표가 거의 반반으로 갈렸다.
조직화된 노동 계급의 경우, 해리스는 노동조합원들의 54%의 지지를 얻었고 트럼프는 44%를 얻었다. 그러나 노동조합원의 수는 현재 유권자 중에서 상당히 적은 편이다. 젊은 층은 유권자의 16%를 차지했지만, 많은 이들이 투표하지 않았다. 투표에 참여한 젊은 층 중에서는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트럼프가 다수를 차지했으며(58%-38%),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는 해리스가 다수를 차지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 있다. 해리스의 선거 운동은 주로 '정체성 정치'라 불리는 것에 기반했다. 그는 트럼프의 노골적인 인종차별에 맞서 흑인 유권자들의 지지를 요청했다. 트럼프의 이민자 공격에 맞서 히스패닉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요청했고, 트럼프의 임신중지권 축소에 맞서 여성 유권자들의 지지를 요청했다. 그리고 해리스는 이 집단들에서 다수를 얻었지만, 2020년보다는 훨씬 적었다. 해리스에 대한 여성 유권자들 다수의 지지도 2020년 57%에서 54%로 감소했다. 그에 대한 여성 유권자들 다수의 지지는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를 지지한 남성 유권자들 다수의 증가된 지지율에 의해 상쇄되었다.
해리스가 선거에서 큰 차이로 패배한 이유는 민주당이 유권자들에게 덜 중요하게 여겨진 정체성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캠페인을 벌였기 때문이다. 반면 트럼프는 2024년 미국인들에게 가장 중요했던 것들, 즉 인플레이션, 생활비, 통제되지 않는 것으로 인식된 이민 문제에 집중하여 캠페인을 벌였다.
지난해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자신과 가족이 심각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한 미국인 네 명 중 세 명은 트럼프에게 투표했다. 그리고 내가 이전 글에서 주장했듯이, 지난 4년간 평균적인 미국 가정이 생활 수준의 하락을 겪었다는 인식은 주류 경제학자들의 견해와는 달리 신화가 아니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미국에서 하위 50% 소득층의 세전 실질 소득 증가율은 사실상 제로였다. 팬데믹 종료 이후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은 20% 이상 상승했으며, 기본적인 식료품과 서비스의 경우 그 상승폭은 더 컸다. 게다가,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가 단행한 대규모 금리 인상은 주택담보대출 금리, 보험료, 자동차 리스비, 신용카드 청구액을 증가시켰다.
많은 미국인들의 생활 수준 하락과 인플레이션은 바이든-해리스 행정부의 책임으로 여겨졌다. 다른 여러 나라와 마찬가지로, 팬데믹 이후의 시기를 책임진 현 정부들은 퇴출되었다. 사실, 보통선거가 시작된 이후 선진국에서 모든 현 집권당이 득표율을 잃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당이 가장 최근 사례이며, 다음은 독일이 될 것이다.
2020년, 트럼프는 현직 대통령으로서 COVID 팬데믹에 대한 재앙적인 대응으로 비난받았다. 그러나 2024년에는 바이든-해리스 행정부가 인플레이션 문제 해결 실패와 이민을 막지 못한 책임을 지게 되었다. 많은 미국인은 '통제되지 않은 이민'이 일자리 상실과 범죄 증가를 초래한다고 보았는데, 이는 모든 증거를 반하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두려움은 특히 작은 마을과 농촌 지역에서 영향력을 발휘했다.
바이든과 해리스는 미국 경제가 활기차고 건강하며 실업률이 낮고, 다른 어느 나라보다 나은 상태라고 자랑했다. 그러나 자칭 '자유주의 엘리트'로부터 나온 이 메시지는 많은 미국인들에게 충분히 설득력이 없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경험에 비추어 고물가와 비용, 불안정한 일자리, 생계를 위협하는 통제되지 않은 이민 때문에 자신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반면 월스트리트와 거대 첨단 기술 기업의 부유한 엘리트들은 수십억 달러의 이익을 챙기고 있었다.
물론 트럼프가 이 중 어떤 것도 바꿀 리는 없다. 오히려 그의 친구들과 재정 후원자들은 세금 감면과 규제 완화를 통해 더 많은 부를 얻으려는 무법 억만장자들이다.
그러나 선거는 한 순간의 여론을 포착한 한 장의 스냅사진에 불과할 뿐, 그 어떤 것도 멈춰 있지 않다.
[출처] US election 2024: inflation, immigration and identity
[번역] 류민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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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로버츠(Michael Roberts)는 런던 시에서 40년 넘게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일하며, 세계 자본주의를 면밀히 관찰해 왔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