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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이코노미스트>는 일론 머스크나 마크 저커버그 같은 초부유층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전형적으로 허술한 글을 내놓았다. 이 논지는 대체로 동어반복에 가깝다.
그 글은 초부유층이 중요한 기술의 확산에 기여해왔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 주장에는 상당한 진실이 있다. 그러나 이는 우리가 경제를 그런 방식으로 설계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중요한 기술을 통제함으로써 엄청난 부를 축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경제를 다르게 설계했다면, 기술 확산을 책임지는 초부유층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소아마비 백신이 보편적으로 보급되는 데 기여한 초부유층 인물이 있었는가. 이 백신은 지난 70년 동안 수천만 명의 생명을 구했다. 그러나 개발자인 조너스 소크(Jonas Salk)는 이를 특허로 등록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그 지식은 인류 전체의 것이라고 말했다.
인슐린 역시 비슷한 사례다. 개발자 프레더릭 밴팅(Frederick Banting), 찰스 베스트(Charles Best), 제임스 콜립(James Collip)은 1923년에 권리를 단 1달러에 넘겼다. 그들의 발견 덕분에 수천만 명의 당뇨병 환자들이 비교적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되었지만, 이로 인해 부자가 된 사람은 없었다. (물론 이는 제약회사들이 다양한 공정 기술에 특허를 걸고 수백 퍼센트의 가격을 붙여 막대한 이익을 거두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의학 분야만 볼 필요도 없다. 터무니없이 부유해지지 않은 사람들이 이룬 위대한 혁신은 여러 분야에 존재한다. 컴퓨터 마우스를 발명한 것은 스티브 잡스나 애플이 아니었다. 그들은 그것을 대중화했을 뿐이다. 이 발명은 1963년 스탠퍼드 연구소의 연구자 더글러스 엥겔바트(Douglas Engelbart)가 이루어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운영체제 도스(DOS) 역시 비슷하다. 이 시스템은 전 세계 수십억 대의 컴퓨터에서 사용되었지만, 이를 발명한 것은 빌 게이츠와 그의 팀이 아니라 시애틀 컴퓨터 프로덕츠에서 일하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팀 패터슨(Tim Paterson)이었다.
인터넷 역시 군사 프로젝트인 아파넷(ARPANET)에서 시작되었다. 컴퓨터 시스템을 연결하기 위해 개발된 이 기술에서도 누군가가 터무니없이 부유해지지는 않았다.
우리는 빌 게이츠 같은 인물이 도스와 같은 기술을 통제하고 이를 대중화하면서 엄청난 부를 축적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해왔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빌 게이츠 같은 인물이 없었다면 도스, 혹은 더 나은 시스템이 비슷한 시기에 널리 보급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이코노미스트>의 글은 지난 한 세기 반 동안의 초부유층 인물들을 나열하고, 그들과 연관된 혁신이 그렇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암시한다. 이는 터무니없음에 가까운 논리적 비약이다.
자본주의는 다르게 설계할 수 있다
분명히 말하자면, 이것은 우리가 자본주의를 원하는지 여부의 문제가 아니다. 그 문제는 다른 사람들에게 맡기겠다. 그러나 내가 반복해서 주장해왔듯이, 자본주의는 무한히 가변적인 체제다. 그것은 끝없이 다양한 방식으로 설계될 수 있으며, 그 가운데 일부는 훨씬 더 적은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는 오히려 불평등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그것을 설계해 온 듯하다.
아래에 내가 선호하는 몇 가지 사례를 제시하겠지만, 이 목록은 결코 포괄적이지 않다. 나는 또한 두 가지 이유로 반독점 문제는 제외하겠다. 첫째, 반독점 정책은 중요한 사안이지만, 모두가 이미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몇몇 주목할 만한 사례(예컨대 1998년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소송)를 제외하면, 감시 기관들은 지난 45년 동안 대체로 잠들어 있었고, 바이든 행정부 시기에 잠시 깨어났을 뿐이다.
내가 반독점 논의를 덜 선호하는 또 다른 이유는 그것이 정부의 조치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물론 민간 주체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지만, 그것은 쉽지 않다.) 나는 오히려 정부가 시장을 어떻게 적극적으로 구조화하여 다른 모든 사람들로부터 돈을 빼앗아 부유층과 초부유층에게 이전하는지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싶다.
정부가 부여하는 특허와 저작권 독점
이 문제는 항상 목록의 맨 앞에 온다. 그 이유는 여기에 막대한 금액이 걸려 있을 뿐 아니라, 이러한 독점이 명백히 정부의 조치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러한 독점을 부여하지 않더라도 자본주의는 여전히 자본주의다.
특허와 저작권 독점은 혁신과 창작 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정부 정책이지만,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메커니즘도 존재한다. 설령 이러한 독점을 유지하더라도, 그것을 더 짧고 더 약하게 만들어 나머지 사람들로부터 독점 보유자에게 이전되는 돈을 줄일 수 있다.
이러한 독점에는 연간 1조 달러가 넘는 소득이 걸려 있다. 이는 세후 기업 이익의 3분의 1을 넘는 규모다. 그중 가장 큰 부분은 처방약과 기타 제약 제품에서 발생한다. 우리는 올해 이 분야에 7,500억 달러 이상을 지출할 가능성이 크지만, 자유시장에서는 1,500억 달러 이하로도 충분했을 것이다. 그 차액은 6,000억 달러에 달한다.
소프트웨어 역시 이러한 독점이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분야다. 빌 게이츠와 래리 엘리슨은 정부가 마이크로소프트와 오라클에 소프트웨어 독점을 부여했기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인물들 가운데 일부가 되었다.
이러한 독점이 경제와 불평등에 미치는 중요성은 분명하다. 그리고 우리는 대안적 메커니즘을 활용할 수 있다. 가장 명백한 방식은 공공 자금으로 연구를 지원하는 것이다. 우리는 과거에 국립보건원(NIH)을 통해 500억 달러 이상의 생물의학 연구를 지원해왔다.
특허 독점이 지원하던 연구를 대체하려면 이 규모를 세 배 또는 네 배로 늘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공공 지원 연구는 오픈소스로 공개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허 독점을 없애면, 제약 산업이 오피오이드 위기에서 그랬듯이 자사 약품의 안전성과 효과에 대해 거짓말을 할 유인도 사라진다.
우리는 창작 활동을 포함한 다른 분야에서도 더 많은 공공 자금을 투입할 수 있다. 여전히 특허를 활용할 수도 있지만, 공공 자금으로 지원되는 연구에 접근하려면 훨씬 더 짧은 특허를 받아들이는 것을 조건으로 만들 수 있다. (이 논지의 개요는 <리그드> 5장을 참고하라. 무료로 읽을 수 있다.)
금융 산업에 진짜 자유시장을 적용하라
월가의 억만장자들은 자신들을 대담한 자본가인 것처럼 포장하길 좋아한다. 그러나 탐욕으로 스스로를 무너뜨리면 곧바로 정부로 달려가 구제를 요구한다. 그들은 2008~2009년 금융위기 때 이런 행동을 대규모로 반복했다. 그들은 정부가 자신들을 구하지 않으면 제2의 대공황이 닥칠 것이라는 거대한 거짓말을 퍼뜨렸다.
이것은 명백한 거짓이었다. 우리는 이미 70년 전에 공황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배웠다. 그것은 ‘돈을 쓰는 것’이다. 우리는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대규모로 그렇게 했다. 그러나 전쟁 지출이 보건이나 태양광 같은 분야에 대한 정부 지출과 다른 방식으로 경제에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매우 단순한 사실이다. 그러나 월가가 납세자의 돈을 요구하던 당시 이런 말을 했다면 토론에 초대받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굳이 금융위기라는 오래된 사례로 돌아갈 필요도 없다. 불과 몇 년 전에도 트럼프의 가상화폐 담당자였던 데이비드 색스(David Sacks)는 실리콘밸리은행 구제 요구의 선두에 섰다. 그의 지인들이 그 은행에 많은 자금을 맡겨두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파산에 빠진 은행을 구제하지 않더라도 자본주의는 여전히 자본주의다.
또한 우리는 금융 산업을 식료품이나 의류에 대부분의 주가 부과하는 판매세에서 제외할 이유가 없다. 금융 자산에 대한 소규모 거래세(예를 들어 주식 거래에 0.1%, 파생상품에 0.01%)를 부과하면, 산업 규모를 절반으로 줄이고 막대한 낭비와 거대한 부를 동시에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경쟁 조건을 평등하게 만들고자 한다면, 우리는 헤지펀드와 사모펀드 파트너들이 일반 소득세율 37% 대신 20%의 자본이득세율을 적용받도록 허용하는 ‘캐리드 이자’ 허점을 폐지해야 한다. 이들은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집단 가운데 일부다. 표면적 이유는 이들이 부동산 중개인이나 자동차 판매원처럼 수수료로 보수를 받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모펀드를 겨냥하라: 파산법 구조는 자본주의의 본질이 아니다
사모펀드(PE)의 주요 전략 가운데 하나는 인수한 기업의 자산을 빼내는 것이다. 이들은 기업으로 하여금 대규모 배당을 지급하게 하고, 그 배당을 위해 기업이(사모펀드가 아니라) 부채를 떠안도록 만든다. 또한 부동산이나 기타 자산을 매각해 그 수익을 자신들이 챙긴다.
이 방식은 사모펀드에 완벽한 승리 구조를 제공한다. 기업을 유지하면서 다시 상장시키면 막대한 이익을 얻는다. 왜냐하면 이미 자산 매각을 통해 투자금 대부분 또는 전부를 회수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기업이 파산하더라도 이들은 그냥 떠나버리면 된다. 그 결과 공급업체, 임대인, 연금을 가진 노동자들을 포함한 채권자들이 피해를 떠안는다.
이 구조를 바꾸는 한 가지 방법은 지배 기업이 피지배 기업의 부채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파산법을 개편하는 것이다. 지배 기업이 파산 시 책임을 진다면, 그 상황에서도 자본주의는 여전히 유지된다.
경업금지 조항을 집행 불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
경업금지 조항은 노동자가 경쟁 업체에서 일하거나 같은 분야에서 창업하는 것을 금지하는 고용 계약의 조항이다. 일부 제한적인 정당화는 존재한다. 예컨대 최고 수준의 연구자가 회사의 최신 제품 설계에 접근할 수 있는 경우가 그렇다. 그러나 지난 25년 동안 경업금지 조항은 지나치게 확산되어, 한 샌드위치 체인이 노동자들이 다른 곳에 취업하는 것까지 금지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 문제에 대한 법은 바뀔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시도했듯이, 대부분의 경업금지 조항을 집행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만약 누군가가 모든 계약을 집행하지 않는 것이 자본주의와 양립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다시 생각해보라. 대부분의 주에서는 고용주가 노동조합과 체결한 계약, 즉 모든 노동자가 노조 대표 비용을 지불하도록 요구하는 계약조차 집행되지 않는다. (이를 ‘노동권(right-to-work)’이라고 부른다.)
정부는 항상 어떤 계약을 집행할지에 대한 경계를 설정한다. 그 경계가 반드시 고용주에게 지나치게 유리한 방식으로 설정될 필요는 없다. 노동과 자본의 관계에서도 규칙이 고용주에게 유리하게 작성된 문제들이 많다. 다시 말해, 이것들도 바꿀 수 있다.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자본주의를 재구성해야 한다
우리가 목격하는 막대한 불평등을 자본주의의 자연스러운 결과로 간주하는 것은 믿을 수 없을 만큼 게으른 태도다. 이러한 불평등에서 이익을 얻는 사람들이 그렇게 주장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더 큰 평등을 추구하는 사람들까지 같은 주장을 하는 것은 기이한 일이다. 억만장자들에게 이미 넘겨준 부의 일부를 세금으로 환수하려는 시도는 의미가 있지만, 훨씬 더 나은 해결책은 애초에 그들에게 그런 부를 넘겨주지 않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의 기본 주장으로 돌아가 보자. 탐욕에 사로잡힌 억만장자가 개인용 컴퓨터나 소셜미디어의 확산을 조금 더 빠르게 이끌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이 중요한가. 우리가 개인용 컴퓨터를 지금보다 1년 늦게 사용하게 되었더라도 엄청난 피해를 입었을까.
이 이야기의 다른 측면도 있다. 소수의 사람들에게 막대한 부와 권력을 넘겨주는 것 외에도, 억만장자들은 종종 완전히 무책임한 행동을 한다. 우리는 그 사례를 과거에서 찾을 필요도 없다. 마크 저커버그는 ‘메타버스’를 밀어붙이면서 800억 달러가 넘는 돈을 사실상 낭비했다. 우리는 이런 허황된 시도 없이도 충분히 잘 살아갈 수 있다.
[출처] We Don’t Need Billionaires, and We Can Structure the Market So We Don’t Have Them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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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 베이커(Dean Baker)는 1999년에 경제정책연구센터(CEPR)를 공동 설립했다. 주택 및 거시경제, 지적 재산권, 사회보장, 메디케어, 유럽 노동 시장 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세계화와 현대 경제의 규칙은 어떻게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드는가' 등 여러 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