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해리스 행정부는 JD 밴스가 좋은 정책이라고 여기는 것을 그대로 하고 있다."
- 제시 젠킨스 2024년 10월 3일 트위터
미국 대선은 우리가 견고하게 믿고 있는 현실에 여러 방식으로 도전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기후 위기와 기후 정책이 중요한 부분이다.
투표를 몇 주 앞둔 지금, 기후 위기는 거대한 허리케인 형태로 미국 해안에 상륙하고 있지만, 후보들은 이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고 있다. 최근 허리케인 과학자 제프 마스터스 박사는 트위터에 9월 26일 저녁에 상륙한 허리케인 헬렌의 재앙적인 4등급 상륙이 “미국에 지난 8년(2017-2024) 동안 대서양에서 4등급 또는 5등급 허리케인이 8번 상륙한 기록을 남겼다"라고 말했다. 이 중 7번은 미국 본토에 상륙했으며, 이는 지난 57년 동안 발생한 4등급과 5등급 허리케인 상륙 수와 맞먹는 수치다.
헬렌이 초래한 피해의 상당수는 멕시코만에서 끌어온 20조 갤런의 물이 애팔래치아 지역을 비롯한 준비되지 않은 내륙 지역에 강력한 힘으로 쏟아져 발생한 것이었다.
즉각적인 귀속 연구는 기후 변화와 강수량의 강도 사이의 연관성을 추적했다.
그러나 대선 토론을 지켜볼 인내가 있었다면, 기후에 관한 진지한 논의가 완전히 배제된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컬럼비아 기후스쿨의 과학사학자 리아 아로노스키(Leah Aronowsky)는 "어젯밤 우리가 배운 것은 이번 가을 투표에 기후 문제가 실제로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것이 부정인가, 아니면 다른 무언가인가?
부분적으로 이는 선거 수학에 기인한다. 트럼프는 기후 위기를 현실이 아닌 것으로 일축하며 해수면 상승을 농담 삼아 이야기한다. 그는 2015년 파리 협정에서 다시 탈퇴하고,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며, 에너지 집약적 성장을 위한 화석 연료 생산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의 개인적 견해와 상관없이, 그가 이 노선을 전적으로 지지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봤을 것임은 분명하다.
단 11%의 트럼프 지지자들만이 기후 변화가 투표 결정을 내리는 데 중요하다고 답했고, 그중 기후 문제 때문에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길이 없다.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서 기후 문제는 열 가지 주요 관심사 중 최하위에 위치하며, 이는 단순히 관심 부족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거부의 표현이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기후 문제가 자유주의적 주제임을 알고 있다. 이들 중 90%가 중요하지 않다고 답한 것은 그러한 의제에 대한 경멸을 표현한 것이다. 또 다른 "자유주의적" 이슈인 인종 및 민족 불평등 문제도 비슷한 순위에 있다.
한편 해리스는 "기후표"를 이미 확보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기후를 우선시하는 사람이라면 어차피 그에게 투표할 것이고, 어떤 정책을 채택하든 항상 덜 나쁜 선택지가 될 것이다. 하지만 해리스는 펜실베이니아에서 승리해야 하며, 프래킹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것은 위험을 감수하는 일임을 알고 있다. 펜실베이니아는 화석 연료 산업이 주를 이루는 주이기 때문이다.
출처: Fractracker
그래서 해리스는 2019년에 표현했던 프래킹 반대 입장을 철회했다. 이제 그는 바이든 행정부의 강력한 석유 및 가스 생산 기록을 지지하고 있다.
출처: Center on Global Energy Policy Columbia
차트는 생산량 증가를 보여준다. 바이든 정부 하에서 석유와 가스의 생산 증가율은 초기 프래킹 붐의 전성기와 비교하면 둔화되었다. 하지만 2009년 이후 확장된 규모를 합산하면 미국은 이제 세계 최대의 화석 연료 생산국이 되었다. 재생 에너지를 둘러싼 소란에도 불구하고, 지난 세 대통령 아래에서 미국의 에너지 정책은 화석 연료에서 벗어나기보다는 오히려 석유와 가스에 대한 의존을 지역적, 국가적, 글로벌 차원에서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르몽드의 아르노 르파멘티에(Arnaud Leparmentier)는 흥미로운 분석에서 “해리스는 역설적인 상황에 처했다. 에너지 전환 정책을 주장하면서도, 국가 독립을 명분으로 사상 최대의 석유 시추를 자랑해야 했다”고 언급했다.
이것이 정말 역설일까? 아니면 트럼프와 해리스 간에 기본적인 합의가 있는 것일까? 두 사람 모두 미국이 필요로 하는 것은 더 많은 에너지라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 해리스에게 있어 더 저렴한 전기를 제공하는 청정 에너지의 풍요로운 약속이 이 역설을 해결해준다. 둘 사이의 논쟁이 있다면, 그것은 누가 더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제공할 것인지, 그리고 그 에너지가 어떤 형태로 제공될 것인지에 관한 것이다.
2016년에 트럼프는 석탄 주들에 대한 지원 약속으로 강력한 선거 운동을 벌였지만, 석탄 산업의 하락세를 멈출 수 없었다. 석탄은 2008년 50% 이상의 전력 생산 비중을 차지했으나 이제는 16%로 떨어졌다. 트럼프에 대한 의문 중 하나는 그가 일관성 있는 정책에 관심이 있는지 여부이다. 적절한 로비가 있다면, 석탄 산업의 추가적인 하락을 늦추기 위한 방어적 조치와 규제 완화에 대해 개방적일 가능성도 있다.
에너지와 성장에 대한 합의는 저탄소 에너지원을 배제하지 않으며, 이는 정당의 경계를 넘어선다. 한편 민주당과 연계된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촉발한 투자를 내세우며 이를 강조한다.
출처: Jack Conness
반면, “레드 스테이트” 텍사스가 현지 공화당 의원들의 방해 노력에도 불구하고 재생 에너지의 챔피언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 태양광 발전은 이탈리아 경제보다 큰 텍사스 경제를 지탱하며 자율적인 텍사스 전력망에 점점 더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대규모 배터리 투자도 안정성을 제공할 예정이다.
출처: Jesse Peltan
민간 우주 사업과 전기차(EV) 산업을 모두 지지하는 일론 머스크는 트럼프의 가장 열성적이고 후한 후원자다. 회의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전기차 보급은 멈추지 않았으며, 2024년 테슬라와 다른 제조업체들의 판매량은 다시 강하게 증가했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을 구매할 수 있는 미국의 상류 중산층 가정들은 점차 내연기관 차량에서 전환하고 있다.
또 다른 교차 지점은 주식시장의 총아인 AI 기업들이다. 이들은 데이터 센터가 막대한 전력을 소모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탄소 없는 전력 공급을 대폭 확대하지 않는 한, 이들의 ‘캘리포니아적’ 탄소 중립 이상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데이터 센터의 전력 수요 문제는 실제 규모에 비해 과도한 관심을 받고 있다.
데이터 센터는 큰 전력 소비자이며 앞으로 수요가 더욱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증가하는 전력 수요를 일으키는 여러 요인 중 하나에 불과하다. 에너지 전환의 구호인 "모든 것을 전기화하자" 과정에서 산업, 가정, 운송 부문에서 훨씬 더 큰 전력 수요가 발생할 전망이다. 그리고 미국의 논의가 명확히 인식하고 있듯이, 핵심 문제는 전력 전달이다. "전송 없이는 전환도 없다"는 구호가 등장하는 이유다. 이로 인해 정치적 구도가 혼란스러워졌는데, 기후 위기의 시급성을 인식하는 이들이 종종 새 전력선 건설에 반대하는 “환경” 운동가들과 허울 좋은 이유로 대립하는 경우가 많다.
데이터 센터 전력 문제에 특별한 색채를 더하는 것은 안정적인 전력이 필요하다는 점으로, 이에 따라 원자력 계약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빅테크, AI, 원자력 중심의 생태 현대주의자 연합이 형성되고 있는 듯하다. 독일의 원자력 정책에 대해 해리스 행정부, 그리고 더욱이 트럼프 측은 전혀 공감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원자력의 매력 중 하나는 미국이 여전히 이 기술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몇 년간 바이든 행정부만큼 원자력을 지지한 행정부도 없었다고 캠페인 관계자들은 강조한다. 이제 문제는 기존 원자력 산업이나 새롭게 등장한 에너지 스타트업들이 이번에는 그들의 약속을 실현할 수 있을지 여부다. 최소한 현재로서는 원자력 로비의 활력이 되살아난 상태다.
에너지와 성장에 대한 양당 합의가 좌절된 동일한 분위기는 재생 에너지 분야에도 은밀하게 확산되고 있다. 이 글을 시작하며 인용한 저명한 에너지 및 기후 운동가 제시 젠킨스의 진심 어린 외침은, JD 밴스가 미국 내 태양광 패널 생산 확대를 주장했던 부통령 토론 이후에 나왔다. 젠킨스를 비롯한 운동가들의 반응은 다음과 같다.
기후 전문 기자 마이클 토마스(Michael Thomas)는 즉각 관련 데이터를 제공했는데, 미국의 태양광 모듈 생산 능력이 27GW로 급격히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중국의 생산 능력과 비교하면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지만, 운동가들의 좌절감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출처: 마이클 토마스
젠킨스: “나도 토론 중에 TV를 보며 이 말을 외쳤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산 태양광 패널(그리고 전기차, 배터리 등)에 대해 상당한 관세를 다시 부과했다. 우리는 중국에서 태양광 패널을 전혀 수입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어서 젠킨스는 이렇게 말했다:
"미국은 또한 중국 기업들이 동남아 국가들(말레이시아, 태국 등)에서 생산한 태양광 패널에도 '불공정 무역 관행'을 방지하고 자국의 태양광 제조업을 보호하기 위해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바이든-해리스 행정부는 JD 밴스가 좋은 정책이라 생각하는 것을 정확히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젠킨스는 정치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는 밴스가 사실을 무시하고 현재 진행 중인 에너지 전환의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 것에 분노하고 있다. 정책 논의에 뛰어난 기여를 해온 젠킨스는 녹색 에너지를 국가 산업 정책의 우선 과제로 삼으면서도, 수입 전기차의 가격을 올려 미국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주는 복잡한 절충안을 분명히 이해하고 있다. 젠킨스와 로빈슨 메이어, 그리고 전기차 및 중국 전문가 일라리아 마조코가 출연한 팟캐스트에서는 이 주제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을 들을 수 있다.
또한, 젠킨스는 공공서비스의 일환으로 프린스턴 대학에서 진행한 자신의 전기 강의를 온라인에 공개했다.
젠킨스의 토론 분석은 미국 대선이 기후 위기를 다루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공화당 지도부의 '탈진실'적 태도로 인해 미국 사회와 정치가 강력한 국가주의적 신에너지 연합, 즉 "빅 텐트 IRA"라 불릴 수 있는 전국적 연합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명백한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연합은 새로운 방식으로 새로운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키려는 목표를 중심으로 결집되어 있다. 그러나 이것을 일관된 기후 정책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민주당과 공화당 행정부 모두 화석 연료 부문의 확장을 추진해 온 것이 이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연합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미국 내 신에너지 확장에 새로운 추진력과 장기적 신뢰를 부여할 수 있다. 누가 당선되든, 이 연합의 전반적인 성장에 있어 결정적인 요소가 될 가능성은 낮다. 다만, 이를 얼마나 조직화하고 관리하느냐가 핵심이다.
해리스와 그의 팀은 바이든 행정부의 노력을 계속 이어가면서, 블루 스테이트와 레드 스테이트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에너지 연합을 확대하고 강화하려 할 것이다. 반면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성장 속도는 느려지고 일관성도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현장을 무시하거나, 토론에서 볼 수 있듯 더 변덕스럽고 분열적인 분위기가 연출될 가능성도 있다. 아마도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은 공화당이 미국 경제와 사회의 새로운 현실에 점차 적응해 나가는 것이다. 에너지 시스템은 이들이 좋아하든 이해하든 상관없이 변화하고 있다.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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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투즈(Adam Tooze)는 컬럼비아대학 교수이며 경제, 지정학 및 역사에 관한 차트북을 발행하고 있다. ⟪붕괴(Crashed)⟫, ⟪대격변(The Deluge)⟫, ⟪셧다운(Shutdown)⟫의 저자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