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연차 총회 연설에서 세계은행 총재 로버트 맥나마라(Robert McNamara)는 "절대 빈곤"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며 이를 "인간 존엄성을 모욕할 만큼 비참하면서도 개발도상국 인구의 약 40%가 겪고 있는 흔한 삶의 상태"로 묘사했다. 이어 그는 어려운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이를 완화할 능력이 우리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빈곤을 방치하는 우리가, 문명인들이 태초부터 받아들여 온 근본적인 의무를 저버리는 것은 아닌가?" 이 상징적인 연설을 통해 당시 세계은행의 새로운 목표가 확고히 다져졌으며, 이는 경제 성장을 가속화하고 빈곤을 줄이는 것이었다.
- 제노니 라크너(Genoni Larkner), 2024년 세계은행
1973년이었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세계은행의 수많은 보고서는 절대 빈곤과의 싸움이 새로운 그리고 긴급한 역사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전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경제 발전은 절대 빈곤을 종식하려는 목표에 큰 진전을 가져왔다. 그러나 그 진전은 10년 전 멈추고 말았다.
2015년 이후 세계 인구를 최악의 빈곤 상태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노력이 정체되고 말았다. 세계은행 저자들에 따르면 우리는 “세계 빈곤 퇴치에 있어 잃어버린 10년을 맞이하고 있다"고 한다.
2015년 이후 거의 진전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세계은행의 빈곤·번영·지구 보고서가 "폴리크라이시스"라 부르는 사태의 발생으로 추가적인 진전은 더욱 요원해지고 있다. 한 블로그 게시물에서는 이를 강조하며 다음과 같이 전했다.
현재 우리는 거의 모든 지역에서 생명과 생계를 위협하는 중첩되고 서로 연결된 위기에 직면해 있다. 경제 성장 둔화, 갈등과 불안정성 증가, 지속적인 불평등, 그리고 극단적인 기상 재해가 결합된 효과가 전 세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고소득 경제국들은 회복력을 보이고 있지만, 저소득 경제국들과 취약국의 전망은 여전히 심각하게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더 큰 낙관이 가능했다. 1990년부터 2015년 사이 지속 가능한 발전에 있어 상당한 진전이 이루어졌고, 10억 명 이상이 극빈에서 벗어나는 기념비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이는 주로 중국과 인도의 강력한 경제 성장 덕분이었고, 이를 통해 가장 부유한 국가들과 가장 가난한 국가들의 소득 격차가 좁혀졌다. 그러나 빈곤을 완전히 근절할 수 있을 것 같던 길은 이후 흐려지고 말았다. 현재 전 세계 빈곤율은 겨우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었으나, 앞으로 몇 년간의 전망은 암울하기 그지없다. 세계 인구의 거의 절반인 약 35억 명이 하루 6.85달러 이하로 생활하고 있으며, 이는 중상위 소득국의 빈곤선에 해당한다. 더욱 극단적으로는 약 7억 명이 하루 2.15달러 이하로 생활하고 있으며, 이는 저소득 국가의 빈곤선에 해당한다. 극빈은 점점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나 분쟁과 불안정에 시달리는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
전 세계 데이터를 지역별로 나눠 보면 격차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가장 심각한 절대 빈곤에 초점을 맞추면, 전 세계 빈곤 수치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상대적인 변화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이를 더 구체적으로 이해하려면 개별 국가들을 살펴보는 방법이 있다. 1987년 아프리카와 아시아에는 51개의 극빈국이 존재했으나, 그중 29개국이 빈곤에서 벗어나 중간소득국 대열에 합류했다. 여전히 22개국은 극도로 낙후된 상태로 남아 있는데, 그중 하나는 아프가니스탄이고 나머지 21개국은 모두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 있다.
세계 다른 지역이 성장하는 동안, 대부분의 아프리카 저소득 국가들은 지난 반세기 동안 1인당 소득에서 눈에 띄는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국가 경제에서 빈곤 인구 수로 초점을 옮겨보면, 하루 2.15달러 이하로 생활하는 절대 빈곤층의 비율은 전 세계적으로 감소했다. 또한, 아시아에서는 절대 빈곤층의 수가 급감했다. 그러나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절대 빈곤층의 수가 오히려 급증했다.
2013년까지 전 세계 극빈층 감소는 중국의 급격한 경제 성장에 의해 주도되었으며, 이로 인해 지난 30년간 8억 명 이상의 인구가 극빈에서 벗어났다. 1990년부터 2024년까지 동아시아 및 태평양 지역에서도 2억 1천만 명이 극빈에서 벗어나며 눈부신 성과를 거두었고, 남아시아에서도 극빈이 크게 감소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도 지난 30년간 극빈율이 하락했으나, 다른 지역에 비해 속도가 훨씬 느렸으며 이 지역의 극빈층 인구는 거의 두 배 가까이 증가해 1990년 2억 8,200만 명에서 2024년 4억 6,400만 명에 이르렀다.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에서도 극빈층이 1990년 1,500만 명에서 2024년 3,000만 명으로 두 배 증가했는데, 이는 2014년 이후 불안정, 분쟁,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극빈층 급증이 주된 원인이었다.
현재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절대 빈곤 인구는 남아시아의 세 배에 달한다.
1990년 동아시아 및 태평양 지역의 빈곤율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보다 높았고, 남아시아의 빈곤율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비슷했다.
2000년에는 극빈층의 4분의 1만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나 분쟁 및 불안정 상태(FCS)에 있는 국가에서 살았다. 그러나 2014년에는 극빈층 두 명 중 한 명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나 FCS에 거주하게 되었다. 이후 2010년대 후반에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내 FCS 국가에서 극빈층 비율이 급격히 증가했는데, 이는 예를 들어 니제르나 나이지리아처럼 대규모 빈곤 인구를 가진 국가들이 불안정해졌기 때문이다. 2024년에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나 FCS에 거주하는 극빈층 비율이 전체의 4분의 3으로 증가했고, 전 세계 극빈층의 42%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내 FCS에 거주하게 되었다.
세계은행이 계속해서 언급하길: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는 국제개발협회(IDA) 국가의 약 절반이 있는 지역으로, 특히 2015년 이후 경제 성장이 빈곤을 크게 줄일 만큼 충분히 크거나 포용적이지 않았다(Wu 외, 2024). 1990년부터 2022년까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1인당 GDP는 연평균 0.7% 성장하는 데 그쳤으며(세계 평균 1.6%와 비교), IDA 국가들의 GDP 성장률은 2024~2025년에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팬데믹 이전 10년보다는 여전히 낮을 전망이다(World Bank 2024d).
나이지리아는 이러한 상황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국가 기준으로 저소득 국가에서 저중소득 국가로 발돋움했지만, 현재는 인도와 콩고민주공화국(DRC)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절대 빈곤 인구를 보유하고 있다. 관광지로 유명한 탄자니아는 하루 2.15달러 이하로 생활하는 인구가 가장 많은 국가 목록에서 네 번째로 자리하고 있다.
아프리카 전역에서, 혜택을 받은 도시 지역과 시골 지역 간의 큰 소득 격차는 흔한 일이다.
예를 들어, 중상위 소득국인 나미비아의 일부 지역에서는 인구의 30% 이상이 하루 2.15달러 미만으로 생활하고 있다. 이 나라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들은 인구 밀도가 낮고 다른 지역과의 연결성이 떨어진다. 또한 중상위 소득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이스턴케이프 주의 빈곤율이 36%에 달하며, 이는 웨스턴케이프와 가우텡의 빈곤율보다 다섯 배 높고 기니비사우나 레소토 지역의 빈곤율과 비슷하다. 차드의 수도 지역에서는 인구의 3%만이 하루 2.15달러 미만으로 생활하지만, 국가 전체의 빈곤율은 31%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극빈은 도시보다는 농촌 지역에서 더 흔하다. 도시 빈민가의 상황이 어렵더라도 개선에 대한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수천만 명이 시골에서 도시로 이동하고 있다.
2022년 전 세계 극빈층의 4분의 3 이상이 농촌에 살고 있었으며, 전 세계 극빈층의 절반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농촌 지역에 집중되어 있었다. 거의 모든 지역에서 농촌 빈곤율이 도시 빈곤율보다 높으며, 전 세계적으로 농촌 빈곤율은 16%, 도시 빈곤율은 5%이다. 특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농촌 빈곤율이 46%로, 도시 빈곤율 20%에 비해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빈곤의 원인은 다각적이며 서로 얽혀 심화된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분쟁 및 불안정 국가(FCS) 인구의 약 절반은 전기나 위생 시설이 부족하다. 교육 격차도 여전히 크다. 자료가 있는 20개의 저소득 국가에서는 초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90% 이상의 어린이가 기본적인 글을 읽거나 이해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소득 국가들의 교육 투자는 매우 저조하다. 2021년 저소득 국가들은 학생 한 명당 연간 평균 54달러만을 지출했는데, 이는 고소득 국가의 평균 8,500달러에 크게 못 미친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최빈국들에서는 응답자의 20%만이 부모 세대보다 더 높은 교육 수준을 달성했으며, 이는 동아시아의 80%와 대조적이다.
가장 빈곤한 국가에서는 빈곤과 결핍이 다요인적이어서 2.15달러 기준과 같은 순수한 금전적 척도로는 그들의 결핍 수준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기본적인 전기와 위생 인프라의 부족이 금전적 수치가 보여주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이것이 지난 반세기 개발 흐름의 결론이다. 아시아의 놀라운 성장 덕분에 절대 빈곤은 더 이상 전 세계적인 문제가 아니게 되었다. 현재 절대 빈곤은 서아프리카, 사헬 지대, 중앙 및 동아프리카를 가로질러 아프리카의 뿔(Horn of Africa)까지 이어지는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이 광대한 지역에서는 인구가 급속히 증가해 곧 5억 명을 넘길 것으로 예상되며, 점점 더 가혹하고 예측 불가능한 환경 속에서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들은 기본적인 인프라와 서비스조차 제공하지 못하는 국가들에 의해 오히려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나이지리아에 대한 최근 연구에서 보여지듯 환경적 충격이 공동체 간 폭력을 증폭시키고 있다.
분쟁, 폭력, 정치적 불안정은 공공 또는 민간 차원에서 빈곤 탈출을 위한 노력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세계은행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향후 빈곤 감소에 있어 안정의 중요성은 서아프리카 및 중부 아프리카 지역을 분석한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다. 베냉, 카보베르데, 가봉, 가나, 적도 기니, 세네갈 등 불안정을 피한 국가들은 빈곤을 꾸준히 감소시켜 왔다. 현재 불안정한 상태에 있는 국가들이나 불안정 상태를 오가던 국가들에 비해, 안정적인 국가들은 빈곤율을 추가로 15~20% 포인트 더 낮출 수 있었다. 여기서 안정성은 단순히 평화를 유지하는 능력을 넘어선다. 거시 재정과 부채의 지속 가능성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며, 최근 외채에 대해 디폴트를 선언한 가나가 이를 보여주는 안타까운 사례다. 가나의 빈곤율(2.15달러 기준)은 2020년 25%에서 2023년 33%로 증가했다.
그 의미는 명확하다. 앞으로의 빈곤 감소는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능력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될 것이다. 안정은 경제 성장과 빈곤 감소의 전제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갈등과 불안정이 증가하고 부채 문제가 심화되는 세계에서 이는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며, 가까운 시일 내에 빈곤을 종식하려는 국제 사회의 능력에 나쁜 소식이다.
이는 반세기 전 맥나마라(Robert McNamara)가 제창했던 문명적 언어와는 거리가 멀다.
[출처] Chartbook 330: Africa & absolute poverty in an era of polycrisis.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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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투즈(Adam Tooze)는 컬럼비아대학 교수이며 경제, 지정학 및 역사에 관한 차트북을 발행하고 있다. ⟪붕괴(Crashed)⟫, ⟪대격변(The Deluge)⟫, ⟪셧다운(Shutdown)⟫의 저자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