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에도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날, 사람들 발걸음은 부산한데 황단보도 앞 양버즘나무 가로수에 몸을 기댄 채 콩 몇 되, 나물 몇 줄기와 모과 몇 개를 늘어놓고 팔고 있는 할머니는 나무와 하나가 된 듯 그대로 멈추어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 주고 받으며 어울려 힘쓰다 보면 언젠가 함께 밥 먹고 웃으며 춤을 출 수 있는 해방 세상, 대동 세상이 오는 게 아닐까요?
서울은 오래 살아도 여전히 낯선 곳이다. 서울서 나서 자란 사람조차도 서울은 타향 같다. 서울은 항상 공사 중이다.
주말농장은 김장 배추나 무로 옷을 갈아입었다. 배추는 서툰 도시 농사꾼이 갖는 바람과 달리 잘 자라 주지 않는다. 배추가 시름시름 시들어가는 밭들이 듬섬듬성 보인다. 작은 땅을 너무 혹사했나 보다. 결국 약도 뿌리고 비료도 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떠들썩하던 말매미 소리가 청승맞은 늦털매미 소리로 바뀌어 갈 때, 길에서 가장 흔히 만나게 되는 풀이 붉은서나물이다.
여름 끝자락에서 쥐꼬리망초 꽃이 핀다. 길가에서는 별꽃아재비, 까마중과 어울려 꽃 피고, 밭둑에서는 개여뀌와 깨풀 사이에서 꽃 피고 있다. 산기슭 공원 쥐꼬리망초는 뽕모시풀, 모시물통이, 쇠무릎과 함께 꽃 피고 있다.
길을 따라 길게 심어 놓은 회양목 아래서 자라는 마디풀과 바로 한 뼘 옆 보도블록 틈에서 자라는 마디풀은 도저히 같은 종이라고 볼 수 없을 만큼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논둑, 밭둑을 따라 수천 만 개의 촛불이 켜졌다. 뚝새풀 이삭이 자라올라 꽃을 피웠다. 연한 녹색의 이삭에 흰색, 갈색 꽃밥이 덮여 촛불처럼 꽃이 피었다. 뚝새풀은 두해살이풀이다.
모란 아래에는 지질이 궁상맞은 잡초들이 봄 잔치를 벌이고 있다. 모란을 가꾸면서 뽑고 베어 내도 잡초들은 또 다시 자라나서 저희들끼리 신 나는 봄꽃 잔치를 벌인다.
그런데 이런 풍경이 언제부터인가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조경용으로 쓰려고 심어서 기른 것 같지 않은 저 많은 소나무들은 대체 어디에서 가져다 심은 것일까, 하는 의문이 생기면서부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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