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굳어 가는 거예요. 그러니까 처음에는 허리가 너무 아팠고, 다리도 이상하고. 굳어 가는 걸 언제 느끼냐면 걸을 때요. 내 마음대로 걸을 수가 없고 뭔가가 막 더딘 거예요. 마비가 팔까지 왔는데도 회사를 다녔어요.” 대학병원 몇 곳을 거친 뒤에 ‘다발신경병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반도체 분위기가 딱 나면 답답해요. 꿈속에서도. 엄청나게 답답하면서 나를 압박해 와요. 근데 그 꿈속에서도 돈을 벌어야 되는데 갈 곳이 없는 거예요. ‘갈 곳이 없어서 내가 여기 또 왔구나. 여기서 다시 아프면 어쩌지.’ 그 꿈에서도 계속 그랬던 기억이 나요. 반도체가 저한테 기쁨으로 있지는 않아요. 아픈 게 진행 중이니까.”
반도체특별법이 ‘여야 합의’로 국회 본회의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노동시민사회는 해당 법안이 “재벌특혜, 반노동, 반환경 악법”이라며 줄곧 우려를 제기해왔으나 여야는 이를 무시한 채 “산업계 민원 해결”을 위해 손을 잡고 특별법 강행 처리에 힘을 쏟고 있다.
지금 한국은 ‘첨단산업이 미래를 연다’는 믿음 아래, 반도체와 AI를 거의 성역화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게 되는지에 대한 성찰은 사라졌다. 반도체특별법에 대한 논쟁은 단순히 산업정책, 노동정책의 문제를 넘어서, 한국 사회가 기술·자본·국가 관계를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라는 질문과 직결되어 있다.
반도체 산업의 확장에 대해 국가는 “미래”를 말하지만, 미래를 살아갈 이들의 건강을 앗아가는 정책은 미래가 아니다. 기업의 이윤 뒤에 숨은 위험을 청소년에게,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산업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반도체는 이미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다. 지금 당장 반도체산업을 멈추자는 주장은 현실적이지 않을 테다. 그러나 지금의 문제적인 반도체 산업을 무한정 확장할 수 있게 하는 반도체특별법에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도 없다. 기후위기가 심화하며 물·전력·토지라는 기본 자원의 불안정성이 커지는 현실 앞에서, 산업의 확장만을 추진하는 것 또한 현실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제한도 없이 필수 공공재들을 기업의 사적 이익을 위해 무한정 빨아들이도록 허가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재벌 특혜이자 기후 부정의이다. 이런 법이 그대로 통과되면 인근 지역 주민과 노동자들의 건강권과 삶까지 파괴하고 기후위기를 앞당기게 될 것임이 너무도 분명하다.
공항 노동자들의 파업 투쟁이 장기화하고 있다. “안전한 일터, 안전한 공항”을 위한 현장 노동자들의 요구에 대해 자회사 노사는 합의를 이뤘고, 실질적 책임 주체인 원청 모회사 공항공사들도 이미 수년 전부터 관련 제도 개선을 약속한 바 있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진짜 사용자”인 정부는 “소극적 중재자” 역할을 자임할 뿐,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 조치에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죽음의 공항을 멈추는” 파업에 나선 노동자들이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공항 노동자들의 안전은 공항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안전과 직결되어 있다며 고된 투쟁을 이어온 공항 공사 자회사 소속 노동자들은 무기한 전면 파업과 집중교섭에도 불구하고 모회사의 입장 변화가 없자, 곡기를 끊고 생을 건 분투를 시작했다.
반도체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세상에서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에 반도체 노동자들과 지역, 국가는 외면하기 힘든 주제다. 국가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목적으로 발의 된 반도체 특별법이 노동자, 지역 그리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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