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박기범의 단식일지] 무서운 그리고 부러운, 비참한 2004년 9월 8일
평화를 만나러 가는 길 단식순례를 시작한 거야 9월 3일이지만 나로서는 울진순례 기간이 어디를 떠난 건 아니었다. 오늘부터야말로 짐을 싸들고 길을 나서게 된다. 울진순례 기간에 쓴 일지들을 추려서 정리하는 일을 하기로 했는데 그걸 다 하고 나니 아침 여덟 시가 되었다. 밤을 꼬박 새웠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짐을 꾸렸다. 이주일 동안 입고 다닐 옷가지들, 그 사이에 없으면 아쉬워질 소지품 따위. 짐을 꾸리고 집 정리를 하고, 잠깐이라도 눈을 붙이고 나가야지 했는데 그럴 새가 없다. 안동에 네 시에 닿으려면 적어도 12시에는 출발해야 한다. 빠뜨린 것이 없는지 한 번 더 살폈다. 죽염, 효소, 껌, 전화기 충전기, 속옷, 겉옷, 양말, 수건……. 순례단이 머물고 있는 한터울 숙소에 가니 벌써 떠날 준비를 다 마쳤다. 출발이다. 평화유랑단의 꽃마차 한 대와 봉고차 한 대가 움직였고 수사님과 나는 버스를 탔다. 봉고차 한 대에 타는 사람도 많고, 저마다 짐이 많아 힘이 들 테니 버스를 타고 움직이겠다는 거였다. 그래서 나도 따라 나서서 수사님과 함께 버스를 탔다. 울진에서 영덕으로, 그리고 영덕에서 갈아타고 다시 영주로.
국제
박기범[동화작가]
2004.09.09 1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