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주간노동자의 힘] [노동자의 시]겨울초

[주간노동자의 힘] [노동자의 시]겨울초

겨울초 안윤길 착취와 고용불안만이 세상을 지탱하고 저흴 지켜줄 유일한 무기라 여기는 놈들이야 고급주둥이에 너란 존재를 느끼겠냐만… 너는, 흔히 식탁에 올라와 뭇사람 입을 즐겁게 해주는 너는 농부들 손에서만 자라는 게 아니었구나 언제부턴가 이 땅 곳곳에서는 공장 담벼락에 엉겨붙어 겨울을 나는 너를 흔히 볼 수 있구나 아느냐 너는 노동을 빼앗기고 긴 겨울을 천막 속에서 기계소리 그리워하며 오직 공장으로 돌아갈 날만 기다리는 겨울초들을 아느냐 북풍한설 따위 느낄 겨를도 없이 그들은 살아남아야 한단다 무조건 살아남아야 한단다 저만치에서 성큼성큼 봄은 다가오고 있는데

[주간노동자의 힘] [노동자의 시]공구파는 아저씨 어디갔냐 묻거든

[주간노동자의 힘] [노동자의 시]공구파는 아저씨 어디갔냐 묻거든

- 노점상 박봉규 열사 영전에

[주간노동자의 힘] [노동자의 시]노동자는 하나인가-김혁

[주간노동자의 힘] [노동자의 시]노동자는 하나인가-김혁

노동자는 하나인가 김혁 폐허로 변한 노동조합에서 부서진 잔해를 꾹꾹 밟아가며 아프게 물어본다 노동자는 하나인가 분열로 찢기워진 상처를 보듬어안고 미어지는 가슴을 부둥켜안고 다시 한 번 물어본다 노동자는 하나인가 아니다 거짓이다 노동자는 하나가 아니다 수백일 넘게 살을 부대꼈지만 살부대껴가며 투쟁했지만 여전히 노동자는 하나가 아니다 가슴을 뚫고 무수히 짓밟혀 절망이 가득찬 가슴을 뚫고 그 틈새에서도 자본의 씨앗은 자라나고 있었기에 왕성히 자라나고 있었기에 노동자는 하나가 아니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수 없기에 차마 부끄러워하면서도 다시금 물어본다 노동자는 하나인가 좁디좁은 시냇물이 바다로 흐르듯 올망졸망한 봉우리들도 큰 산맥으로 흐르듯 노동자들의 가슴도 언젠가 단결의 샘물로 넘쳐날거라 믿는 것이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라 생각하며 또다시 아프게 물어본다 노동자는 하나인가 2002.8.14

[주간노동자의 힘] [노동자의 시]소원-안윤길

[주간노동자의 힘] [노동자의 시]소원-안윤길

소원 안윤길 바라는 꿈 하나있네 내 노동 내 싸움이 끝나면 나 돌아갈 곳 한적한 시골에 논밭 갈고 남새 가꾸며 늙으신 어무이 모시고 함께 늙어 가는 꿈 꿈만 꾸면 자꾸만 눈가에 물안개 피어오르는 아득한 그리움이네 어나 백 날을 꿈 꿔도 꿈은 꿈일 뿐 그런 세상 없다네 없다네 오랜 파쇼의 하늘아래 만신창이 된 시골엔 죽을 날만 기다리는 쭈구렁 할마씨 영감탱이들 개망초 흐드러진 묵정밭 자본의 농약냄새에 찌든 기업이 된 농촌뿐이라네 이젠 헛된 꿈 다신 꾸지 않으리 기왕에 노동자 되었으니 여기서 끝장을 봐야지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지 그렇게 세월 흘러 다행히 다행히도 내 싸움이 승리로 끝나 자연의 순리가 나를 시골로 이끈다면 그렇게 이끈다면… 아아 한적한 시골이여! 해방된 세상이여! 2002.5.20.

[주간노동자의 힘] [노동자의 시]조선소-미포만 병원에는(안윤길)

[주간노동자의 힘] [노동자의 시]조선소-미포만 병원에는(안윤길)

조선소 ―미포만 병원에는 안윤길 울산동구 미포만 각 병원에는 늘 환자들이 득실대는구나 저 환자들 알고보면 대부분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구나 병원에 득실대는 환자들 산재환자들도 많지만 공상치료 환자들이 더욱 많고 그들은 주로 외주노동자들이구나 미포만에 자리잡은 현대중공업 보자 저 안에 뭔 일들 벌어지고 있는지 3만 명이 일하는 거대한 조선소 안에는 각종 부당노동행위 산재은폐 판을 치고 날로 높아 가는 노동강도에 하루에도 수십 명씩 다쳐 나오는구나 가끔씩, 가끔씩 구급차에 실려 영안실로 직행하기도 하는구나 고풍스런 기와담장 둘러싼 현대중공업 저 담장에 흐드러진 장미꽃 색깔 핏빛이구나 2002. 5. 11.

[주간노동자의 힘] [노동자의 시]조선소-차이(안윤길)

[주간노동자의 힘] [노동자의 시]조선소-차이(안윤길)

조선소 – 차이(差異) 안윤길 씨불헐, 시상 참 엿 같아 언눔은 인삼먹고 언눔은 무시먹나 같은 일을 하믄서 아무리 쌔빠지게 해도 직영 받는 돈 반밖에 몬받아가니 우리가 직영만큼 몬한 거이 뭐 있노 증말 더러버서 몬해먹겠구만 당신 말이 맞소 헌데 불평만 한다고 누가 돈을 더 준답디까 당신들은 뒷전에 가만히 있고 노조만 나서서 당신들 권익 찾아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당신들도 뭉쳐서 노조와 함께 싸울 생각은 해 봤습니까 …… 헛소리들 말더라고 이 회사에 평생 몸바친 우리와 같은 대우받길 바라나 당신들도 늙은 우리처지가 돼 봐 자녀들 학자금 등등 회사에 매인 게 많은 우리가 선뜻 당신들을 위해 목소리 높일 수 있겠냐구 당신 말도 맞소 헌데 그렇게 당신들 구경만 하는 사이 직영은 줄어들고 외주만 자꾸 불어나는데 당신만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오? 이 담에 당신 자녀들도 직영노동자 된다는 보장 있소? …… 그래야지 암 그래야지 우리의 신묘한 분할정책에 제깢 것들이 별 수 있나 흐흐흐∼ 2002. 5.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