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는 하나인가

김혁

폐허로 변한 노동조합에서

부서진 잔해를 꾹꾹 밟아가며

아프게 물어본다

노동자는 하나인가

분열로 찢기워진 상처를 보듬어안고

미어지는 가슴을 부둥켜안고

다시 한 번 물어본다

노동자는 하나인가

아니다 거짓이다

노동자는 하나가 아니다

수백일 넘게 살을 부대꼈지만

살부대껴가며 투쟁했지만

여전히 노동자는 하나가 아니다

가슴을 뚫고

무수히 짓밟혀 절망이 가득찬

가슴을 뚫고

그 틈새에서도 자본의 씨앗은

자라나고 있었기에

왕성히 자라나고 있었기에

노동자는 하나가 아니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수 없기에

차마 부끄러워하면서도

다시금 물어본다

노동자는 하나인가

좁디좁은 시냇물이 바다로 흐르듯

올망졸망한 봉우리들도 큰 산맥으로 흐르듯

노동자들의 가슴도 언젠가

단결의 샘물로 넘쳐날거라 믿는 것이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라 생각하며

또다시 아프게 물어본다

노동자는 하나인가

2002.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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