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파업이 길어지고 있을 때는 정규직 조합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었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희생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파업이 끝난 후에도 일부에선 그런 불만들이 남아 있었다.
이경옥만이 이 시대의 디아스포라는 아닐 것이다. 쫓겨남이 일상화되고 떠도는 걸 상식처럼 여기는 대한민국에서, 국가는 있는 걸까? 국민은 있는 걸까? 또 의문이 든다. 과연 정규직이 있는 걸까? 자신이 현재 정규직이라고 해서 지금 자신이 안정된 일터에서 일한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과장이 나서서 조합에 가입을 해야 한다고 ‘설치고’ 돌아다니니 경영진 입장에서는 ‘환장할 노릇’이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중간 관리자들은 승진승급에 누락될까 노심초사하며 몸을 사리며, 상사의 지시에 꼬박꼬박 따르는데, 김경욱은 ‘별난 인물’에 속했다.
이경옥은 근무시간이 끝나면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조합’의 전임 활동가로 화려하게 변신하였다. 이젠 가장으로 살아야 하는 이경옥. 스스로 자신을 지켜야 했고, 가족도 자신이 지켜야 했다. 당연히 자신의 일터도 자신이 지켜야 한다고 결심했다.
1박2일 농성이 20일이 되었고, 20일을 싸우면 해결될 줄 알았던 싸움은 해를 넘겨 오백 날을 싸우게 했다. 가을이 오면 끝나겠지 했던 싸움은 추석 지나고 연말이 되어도 계속 되었다. 해를 넘겨 설날 전에는 끝나겠지 했는데 봄이 되었다. 끝나기는커녕 황사가 몰아친 듯 눈앞은 뿌옇기만 했다.
이경옥은 2007년 비정규직법이 시행되면서 숱한 이의 기억에 자리 잡은 사람이다. 그해 7월, 홈에버 월드컵점에서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다 질질 끌려 나갔던 그는 이랜드일반노조 부위원장이었다.
그녀들도 울지 않는다. 슬픔보다는 더 열심히 해서 “조합원들이 복귀하니 회사가 더 잘 되네”, “역시 노조가 있어야 해”라는 소리를 듣고 싶은 결의가 더 크다.
하지만 500이 돈이 아니라 날짜라면? 닷새도 아니고 50일도 아니고 500일이라면? 그리고 500일 동안 펀들펀들 논 것도 아니고 절에 들어가 고시 공부를 한 것도 아니며 애인과 연애를 한 것도 아니라면? 생업을 다 제쳐둔 채 노동자들이 파업을 해온 지가 500일이라면?
지난 9월 홈에버가 홈플러스로 매각이 완료됨에 따라 이랜드일반노조와 홈플러스와 교섭이 시작됐다. 비정규직 처우 문제에서는 노사가 어느 정도 의견접근을 보았지만, 해고자 복직과 파업 조합원 처우 문제로 교섭은 좀처럼 타결되지 못하고 있다.
20일, 홈플러스는 삼성동 코엑스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기존 홈플러스 직원 및 인수한 홈에버 직원 400여 명을 모아 \’홈플러스 새가족 비전 컨퍼런스\’를 열었다. 이에 이랜드일반노조는 기자회견을 갖고 \”장기파업사태를 해결해야 진정한 노사화합이 가능하다\”라며 홈플러스 측의 적극적인 대화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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