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그의 MAGA 운동은 미국을 극우 권위주의 국가로 전환하기 위해 재벌들과 공모하고 있다. 노동운동은 이에 맞서 싸우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미국의 전국 우편 배달원들이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우정공사(USPS)의 독립성을 박탈하고 민영화할 가능성에 맞서기 위해 집결했다. 출처: Jim West/UCG/Universal Images Group via Getty Images
민주당 주류와 대부분의 조직 노동 지도자들이 직면한 주요 문제 중 하나는, 정상 상태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근본적인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상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결과, 전략적 마비가 발생했고, 민주당이나 노동조합 지도부가 '방 안의 어른' 역할을 하면 공화당을 부끄럽게 만들어 선의의 행동을 유도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자리잡았다. 그러나 실제는 그렇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운동의 등장은 광범위한 우익 포퓰리즘 운동이 헌정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파시스트 운동으로 전환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현재 일론 머스크가 주도하는 ‘정부 효율성부(DOGE)’를 통한 연방정부의 숙청은 도둑정치를 허용하고 MAGA의 반동적 비전에 충성하도록 만들려는 목적을 동시에 담고 있다.
물론 MAGA를 파시스트(또는 포스트파시스트) 운동으로 규정할 수는 있지만, 아직 ‘완전한 파시즘’이 권력을 장악한 것은 아니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은 오히려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정권이나, 궁극적으로는 푸틴식의 극우 권위주의 체제에 더 가깝다. 그렇다고 해도 트럼프 정권의 목표는 실질적이든 잠재적이든 모든 반대 세력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데 있다.
MAGA는 하나의 운동으로서 자본가 계급 중 일부, 즉 흔히 ‘재벌(oligarchs)’이라고 불리는 집단의 목표와 결합했다. 특히 첨단기술 분야에 집중된 이 자본가 그룹은 핵심적인 온라인 및 통신 시스템을 장악함으로써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대체로 민주당과 손잡았지만, 이들 재벌은 자신들이 정부를 운영해야 하는 ‘우월한 존재’라고 여기며, 마치 기업처럼 국가를 운영하려 하고 있다. 여기에는 단순한 부의 증식뿐 아니라, 머스크처럼 지구를 떠나 화성이나 인공위성에 정착하려는 공상과학적 비전을 가진 자들의 프로젝트 추진도 포함된다. 이들과 함께하는 또 다른 기업가 계층은 단순히 연방정부 자금을 약탈하려 하며, 이는 결국 도둑정치의 출현으로 이어진다.
과거에는 노동자 계급이 쟁취한 성과를 자본가 계급이 되돌리려 할 때 “자본의 공세”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지금 벌어지는 일은 그보다 훨씬 더 극적인 사건이다. 이는 일부 자본 세력이 대중적인 극우 운동과 연합해 벌이는 일종의 ‘번개전(blitzkrieg)’이다. 현재의 공세가 특히 위험한 이유는, 수백만 명의 충성스러운 MAGA 지지자들이 단순한 방관자가 아니라 실제로 트럼프의 보병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재벌의 목표에 모순된 감정을 느끼면서도 결국 그 전략을 뒷받침하고 있다.
조직 노동 진영 내부에서는 이 공세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의견이 갈라져 있다. 대략 세 가지 범주로 나뉜다: 협력자, 타조, 그리고 저항자. '협력자'는 트럼프의 의제에 동조하는 노조들이다. '타조'는 갈등을 피하며 향후 4년을 무난히 넘기려는 노조들이다. '저항자'는 MAGA와 현재의 공세를 거부하려는 노조들이다. 이들 범주는 매우 불균형적이며, 각각의 접근법에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저항자들은 다른 단체들과 일정 부분 연대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독자적인 행동에만 머무르려는 경향도 있다. 연방 부문 노조들은 집단적 행동보다는 주로 소송과 로비에 의존하고 있으며, 대중적인 파업 같은 집단 행동에는 익숙하지 않거나 준비되지 않은 모습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100만 명에 가까운 연방 노동자들의 단체교섭권을 말살하려 들면 이 역학은 곧 변화할 수 있다.
조직 노동 내부에서의 접근 방식 차이는 단순한 전술적 의견 차이가 아니다. 그것은 현재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대한 근본적인 관점 차이에서 비롯된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기는 파시즘 세력이 진군하고 있는 시기다. 그렇기 때문에 단지 악화되는 노동환경이나 생활조건 문제만으로 MAGA에 맞서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트럼프 정권은 20세기 동안 이뤄낸 모든 진보를 되돌리려 하며, 정치적 반대세력을 어디서든 제거하려 하고 있다. 이는 모든 세력이 총동원되어야 할 상황이다. 지금은 거짓된 양당 협치를 시도할 때가 아니라, 트럼프 정권의 극우적 목표를 막기 위한 저항과 방해를 조직해야 할 시기다.
우리 노조의 조합원들이 이 위기의 본질과 그에 따른 함의를 제대로 이해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이는 회원 교육을 대대적으로 진행하는 것에서 출발하며, 동시에 노동자들이 실제로 겪고 있는 공격—일자리 상실, 노조 인정 박탈, 이주민에 대한 탄압, 사회 안전망 축소, 자연재해에 대한 무대응, 정치적 표현에 대한 탄압 등—에 맞서는 투쟁과 병행되어야 한다. 노동계급 지도자들의 과제는 이러한 위협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내는 것이다. 즉, 트럼프의 동맹들과 재벌들이 대다수 국민의 것을 훔쳐 백인 기독교 민족주의적 권위주의 국가, 즉 소수 지배 체제를 구축하려 공모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한다.
MAGA에 맞서는 투쟁은 노동운동의 투쟁성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여기에 날카롭고 창의적인 전술이 동반되어야 하며, 동시에 극우 권위주의에 대한 대안적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많은 이들이 ‘제3의 재건’이라고 부르는 이 비전은 아래로부터 다인종 민주주의 운동을 통해 이루어지는 정치적 재정렬을 의미한다. 이는 도전적인 과제이지만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왜냐하면 이 나라의 많은 사람들은 헌정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뿐 아니라, 지속적인 진보적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희망조차도 잃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관주의를 되돌리는 것이 노동운동의 생존에 핵심이다. 이는 기존의 전통적 노동조합뿐 아니라, 보다 비전통적인 형태의 노동조직에도 해당된다. 노동자들은 우리가 이 어둠을 밀어내고 승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신해야 한다. 실제로 우리의 모든 활동은, 두려움 없는 미래를 위한 투쟁이라는 믿음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출처] Unions as a 21st Century Anti-Fascist Force - In These Times
[번역] 하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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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플레처 주니어(Bill Fletcher, Jr.)는 토크쇼 진행자이자 작가, 활동가, 그리고 노동조합 운동가다. 트위터, 페이스북, 그리고 www.billfletcherjr.com에서 그를 팔로우할 수 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