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미국은 이런 방식으로 무역에 대응하는가

글로보틱스 쇼크, 실패한 사회정책, 그리고 중산층의 분노

트럼프의 무역 정책이 지진이라면미국 중산층이 오랫동안 겪어 온 고통은 그 지진을 불가피하게 만든 지각판의 움직임이다미국도 다른 모든 선진국처럼 세계화와 로봇 기술의 충격을 맞았지만다른 선진국들과 달리 뉴딜 시대의 도움의 손길’ 정책이 사라진 이후로 노동자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 못했다이에 따라 경제적 좌절과 은근한 분노가 쌓였고결국 노골적인 보호무역주의자의 당선을 초래했다그러나 관세는 해결책으로 사용되고 있지 않다관세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조치(예를 들어 캐나다식 사회정책)를 시행하지 않기 위한 핑계로 활용되고 있다그런 정책은 더 높은 세금과 더 큰 정부를 요구하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실현 불가능하다.

출처: 원문 페이지

요즘 미국의 무역 정책을 이해하기란 어렵다하지만 미국 중산층의 불만과 그것이 민주당과 공화당 양쪽 아래에서 수십 년에 걸쳐 어떻게 누적해 왔는지 이해하지 못하면이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전통적인 민주당과 공화당이 실패한 흔적을 읽어내는 데는 약간의 노력과 심지어 불편함도 필요하지만일단 그 노력을 기울이면 미국의 새로운 태도가 얼마나 지속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요약하자면중산층의 무력감과 그로 인한 분노는 오바마 1기 때 미국이 무역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로 전환하게 만들었다그 신중함은 트럼프 1기에서 적대로 바뀌었고그의 2기에서는 거의 고립주의에 가까운 방향으로 변했다.

왜 미국 중산층이 그렇게 분노했는지를 묻기는 쉽지만그에 답하는 것은 훨씬 어렵다다음 단락에서는 이 질문에 대한 나의 답변을 시작으로그 분노가 수년에 걸쳐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살펴본다.

왜 미국 중산층은 이토록 분노하는가?

경제적 현실과 지위 불안정이 중산층의 분노를 부추기고 있다

미국 중산층 사이에 들끓는 분노는 비합리적인 감정이 아니다그것은 경제적 현실이다많은 미국인들은 자신이 자라온 집을 다시 구입할 수 있다는 꿈조차 꾸지 못하고 있다부모 세대가 당연하게 여겼던 고용 안정성을 지금 세대는 전혀 기대할 수 없다오늘날의 중산층 소득으로는 중산층다운 삶을 영위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단지 지출과 지갑 속 액수에 그치지 않는다자존심도 중요하다지난 수십 년 동안미국 노동자들의 자긍심은 크게 상처받았고 자신감은 흔들렸다그들 중 많은 이들이특히 대학을 가지 않은 사람들그리고 대학을 졸업한 이들조차도자신들이 믿어왔던 '아메리칸 드림'이 무너지는 것을 경험했다.

아메리칸 드림은 당신이 반드시 잘 살게 될 것이라는 약속이 아니다그것은 믿음이고희망이다매일 출근하고열심히 일하며 최선을 다하면배경에 상관없이 누구나 가족을 위해 더 나은 삶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이다아메리칸 드림의 핵심은어떤 충격이나 변화가 오더라도 자신에게도 승자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믿음이었다.

다음 링크에는 미국 중산층이 겪는 사회경제적 고통을 보여주는 퓨 리서치(Pew Research)의 다양한 차트들이 포함되어 있다이 차트들은 아메리칸 드림이 항상 공허한 구호만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미국은 어떻게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대공황 이후 중산층의 기적

대공황의 폐허 이후 미국 중산층이 부상한 것은 말 그대로 기적이라 할 만하다물론 출발점은 암울했다(Milanovic 2016, Stiglitz 2019).

대공황은 미국 경제와 중산층을 철저히 붕괴시켰고당시 워싱턴 정계가 따랐던 캘빈 쿨리지(Calvin Coolidge)식의 시장에 대한 맹목적 신뢰 역시 정책 대응에 있어 재앙을 불러왔다이 상황은 프랭클린 D. 루스벨트의 뉴딜 정책으로 전환되면서 달라졌다뉴딜은 사회의 약자들과 뒤처진 이들을 돕기 위해 고안된 정책들이었다.

FDR의 뉴딜 정책 하에서 정부는 약자의 편에 서야 했다정부는 경제의 안정성을 유지하고완전 고용을 제공하며독점 자본가들과 정치적 조작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해야 했다이 시기에 사회보장제도와 실업보험이 만들어졌고노동조합과 단체교섭권이 합법화되었다공정근로기준법은 작업장의 기본 조건에 하한선을 설정했다.

예컨대 로널드 레이건이 자라던 미국에서는사람들은 정부가 작은 사람들을 돕기 위해 존재한다고 믿었다공공 투자금융 규제사회 보호 제도를 활용해 미국 연방정부는 경제를 회복시켰고국민의 경제에 대한 신뢰와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믿음을 다시 세웠다.

사회 정책의 축소: ‘도움의 손에서 보이지 않는 손으로

그러고 나서 레이거노믹스가 등장했다. 1980년대부터 미국은 정부를 보호자로 보는 루스벨트의 시각에서 벗어나로널드 레이건의 공급측 경제학(supply-side economics)과 낙수효과(trickle-down theory)로 방향을 틀었다레이건이 1981년에 대통령에 취임했을 당시최고 한계소득세율은 약 70%였는데, 10년 뒤에는 약 40%로 낮아졌다그리고 이 수치는 지난 35년 동안 민주당이나 공화당 정권에서도 그대로 유지해 왔다.

이러한 감세는 공짜가 아니었다그 대가는 미국의 사회정책을 깎아내리는 방식으로 지불했다정부는 모든 사회정책을 없애지는 않았다많은 정책들이 대중적으로 너무 인기가 있어 폐지하기에는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하지만 정부가 제공하던 눈에 보이는 도움의 손은 점차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대체되었고그 과정에서 노동자 가정이 어려운 시기에 의지할 수 있었던 안전망이 약화했다.

보호받지 못한 중산층을 강타한 글로보틱스 쇼크

사회 정책이 약화하던 시기또 하나의 지각변동이 동시에 일어났다바로 정보통신기술(ICT) 혁명이었다. ICT 혁명은 1970년대부터 산업 자동화를 가속화했고, 1980년대 후반부터는 세계화를 폭발적으로 확산시켰다이 두 충격이 결합한 경제적 영향—내가 글로보틱스 쇼크(globotics shock)’라고 부르는 것(Baldwin 2019)—은 모든 선진국에서 대규모 노동력 이동을 일으켰다이 중 세계화 부분은 흔히 중국 충격이라고 불린다(Autor et al. 2016, 또는 Piketty 2020).

ICT는 고학력자와 저학력자에게 다르게 작용했다기술의 뒤틀림(Skills Twist)

정보통신기술(ICT)의 급격한 발전—즉 ICT 혁명—은 특히 중간 숙련의 육체노동자들에게 불균형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다여기서 말하는 직업은레이건이 젊었을 당시에는 좋은 일자리로 여겨졌던 일들이다그 이유는 무엇일까?

ICT의 발전은 중간 숙련의 육체노동자들을 대체할 수 있는 더 나은 대안(주로 산업 자동화를 통해)을 만들어냈다특히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그 영향을 크게 받았다그 결과이들의 임금 상승은 정체되었고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기회의 폭이 좁아졌다이것이 바로 글로보틱스의 기술 충격이 중산층의 소득과 일자리 전망을 어떻게 약화했는지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정반대의 일이 고학력 노동자들에게는 일어났다대학 학위를 가지고 지식 집약적 직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ICT 혁명으로부터 혜택을 누렸다이들에게 발전된 ICT는 더 나은 작업 도구가 되어 주었다데스크탑과 노트북 컴퓨터사용하기 쉬운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문서 작성 도구그리고 엑셀 같은 분석 툴이 그것이다.

이런 날카로운 대비는 기술의 뒤틀림(skills twist)’으로 표현할 수 있다. ICT는 중간 숙련 노동자들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들어냈고동시에 고학력 노동자들에게는 더 나은 도구를 제공했다그 결과, 1973년 컴퓨터 칩이 발명된 이래로 불평등은 뚜렷하게 심화했다.

ICT는 세계화와 오프쇼어링을 가속화했다

ICT 혁명이 미국 제조업 노동자들에게 미친 영향은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났다이 시기, ICT는 산업 일자리를 자동화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 후반부터는 ICT 혁명이 미국 노동자들에게 또 다른 방식으로 타격을 가했다산업 일자리를 저임금 국가로 이전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핵심은 ICT가 생산 공정을 여러 단계로 분리할 수 있게 했다는 점이다이러한 분리 덕분에 미국 기업들은 생산 단계를 멀리 떨어진 신흥국들로 이전하면서도 전체 제조 공정을 조율할 수 있었다. ICT는 오프쇼어링을 가능하게 만들었고거대한 임금 격차는 그것을 수익성 있는 전략으로 만들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중요한 사실은이 오프쇼어링이 단순히 일자리를 이동시킨 게 아니라미국 기업들(테슬라)의 첨단 제조 기술 자체를 신흥국으로 옮겼다는 점이다이 기술은 저임금 노동력과 결합되어, ‘고기술+저임금이라는 새로운 고성능 경쟁 조합을 만들어냈다이로 인해 고기술+고임금이라는 조합을 가진 선진국 노동자들은 경쟁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비슷한 문제는 오프쇼어링의 수혜를 받지 못한 신흥국의 산업 노동자들에게도 나타났다그들은 저기술+저임금이라는 조건으로 경쟁해야 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고기술+저임금’ 조합을 갖춘 국가들—특히 중국—은 세계 제조업 점유율을 급격히 늘렸다반면 고기술+고임금’ 국가들의 점유율은 감소했고, ‘저기술+저임금’ 국가들의 점유율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중요한 점은이 글로보틱스 쇼크가 디지털 기술에 의해 구동되었기 때문에 세계 경제를 전례 없는 속도로 강타했다는 사실이다디지털 기술은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초래된 파괴미국 사회의 병리 현상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도움의 손길이 낙수효과의 차가운 어깨로 대체되면서미국 중산층은 글로보틱스 쇼크를 혼자서 감당해야 했다.

이러한 충격은 안전망 없이 중산층을 강타했고그 결과는 미국 역사상 유례없는 방식으로 나타났다학교 총기 난사 사건이 빈번해졌고오피오이드 중독 사태가 터졌으며비만이 유행병처럼 번졌다의료 파산이 급증했고산모 사망률은 높아졌으며학자금 부채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치솟았다미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수감율을 기록했고노년층 빈곤율도 높았다노숙자 수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고저학력 중산층 사이에서는 자살률이 상승했다이 외에도 다양한 절망의 죽음’ 현상이 나타났다(Case and Denton 2020). 이러한 사회적 병리 현상은 다른 선진국들에서는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난 적이 없다.

중산층의 좌절부자들은 멀어지고가난한 이들은 따라잡는 가운데

그 모든 동안중산층은 한쪽에서는 부유층이 자신들보다 점점 멀어지는 모습을다른 한쪽에서는 저소득층이 점점 따라잡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존 번머독(John Burn-Murdoch)이 최근 데이터 포인츠(Data Points)’ 칼럼에서 보여준 바와 같다(Burn-Murdoch 2025). 이 상황을 곱씹어 보면아메리칸 드림이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단중산층을 제외한 모두에게만.

사회정책이 없는 상태에서의 충격은오늘날 미국 사회를 다음과 같은 모습으로 만들었다지금의 미국 아이들은그들의 부모가 불조심 훈련을 했던 바로 그 학교에서총기 난사 대피 훈련을 하고 있다기이하게도아무도 미국의 정치 시스템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지 않고심지어 시도해야 한다고조차 생각하지 않는다그 결과경제적·사회적 격변이 일어났고이는 깊고 오래가는 중산층의 무기력을 만들어냈다.

미국의 불만과 반발

중산층이 분노하게 된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그것은 깊고정당한 분노였다미국인들은 4년마다 전통적인 민주당 후보나 공화당 후보를 뽑았지만그 누구도 실질적인 구제를 제공하지 않았다그들은 미국의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계획조차 제시하지 못했다왜냐하면 필요한 사회정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더 높은 세금이 필요했고그건 미국 정치 안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들로 인해 이미 정치적으로 불가능해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 모든 상황을 고려할 때포퓰리즘적 반발은 거의 불가피한 일이었다.

40년에 걸친 중산층 무기력의 누적과 아무런 실질적 해결책도 없는 가운데미국인들은 억만장자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그는 중산층의 몰락을 세계화와 워크니스(wokeness)’ 탓으로 돌렸다이 억만장자는 더 많은 사회정책을 철회하고기업과 부유층에 대한 세금을 감면함으로써 중산층을 돕겠다고 약속했다이 전략이 어떻게 미국 중산층에게 매력적으로 비쳤는지는 이해하기 어렵지만실제로 효과를 냈다.

내 해석은 이렇다수십 년 동안 자신들을 실망시킨 전통적인 민주당과 공화당에 대한 분노가중산층으로 하여금 "기존과는 다른 무언가"를 시도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뭔가 바뀌어야 했다. "때가 오면영웅도 온다"는 말처럼 말이다적어도 2016년과 2024년 11월에 일어난 정치적 대격변을 이해하는 한 가지 방식은 이렇다.

왜 반무역 성향이 나타나는가?

포퓰리즘과 대중의 반발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여전히 남는 의문은 있다왜 오늘날의 포퓰리즘은 이토록 반무역적인가?

먼저 중요한 것은겉보기에 자연스럽고 그럴듯해 보이는 해석이 사실은 틀렸다는 점이다흔한 해석은 이렇다. ‘도움의 손길’ 사회정책이 없는 상태에서 무역이 중산층 문제를 야기했으니반무역 정책이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그런데 왜 이 해석이 잘못됐을까?

관세는—사실상 절대로—미국 중산층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없다그것은 문자 그대로 불가능하다.

· 관세는 상품을 생산하는 부문을 보호하지만미국인들 중 그 부문에서 일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제조업은 약 8%, 농업은 약 2% 정도이고대부분의 사람들은 서비스업에서 일하고 있다.

· 서비스 수입에는 관세를 부과할 수 없다관세는 물품이 세관을 통과할 때 붙지만서비스는 세관을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그래서 서비스업에는 관세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는 관세가 대부분의 중산층 노동자들에게 해를 끼친다는 뜻이다관세는 상품 가격을 올리면서도 서비스업 일자리에 대해 추가적인 보호를 전혀 제공하지 않는다나는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중산층 노동자들이관세 때문에 월마트에서 매주 사는 물건들의 가격이 오르는 것을 목격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 지켜보고 있다.

효과적인 정책을 시행하지 않기 위한 핑계로서의 반무역 정책

그러니까관세는 중산층을 도울 수 없다동시에다른 선진국들이 중산층을 돕기 위해 사용했던 해결책들도 미국에서는 통하지 않는다왜냐하면 미국의 중간 유권자들은 '정부의 역할 확대'나 '세금 인상'이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고는 전혀 믿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효과적이면서 정치적으로 실현 가능한 해결책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미국의 정치권—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은 오랜 전통의 플랜 B’로 돌아섰다유권자들에게 이건 우리 잘못이 아니다라고 설득하는 것이다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정치인들이 깨닫게 되면다음으로 하는 일은 누구든 탓할 대상을 찾는 것이다.

미국 정책결정자 전반은 외국인과 상품 무역을 희생양으로 삼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특히 중국이 그 역할을 맡기에 적격하다고 판단했다.

요약과 결론

미국 중산층이 오랜 시간에 걸쳐 겪어 온 점진적 고통은도널드 트럼프와 그의 관세 정책이 권력을 잡게 된 반발의 근본 원인이었다하지만 미국 중산층의 어려움은 기술 발전이나 세계화 충격만으로 생긴 것도 아니고그렇다고 중산층 자체의 잘못도 아니다내 생각에중산층의 무기력은 과거에는 충격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조정 정책들이 사라진 사회에 글로보틱스 충격이 직격하면서 생겨난 결과다.

이와 같은 미국의 상황은다른 선진국들의 경험과 비교할 때 사라진 사회정책의 역할이 얼마나 결정적인지를 더 뚜렷하게 보여준다다른 선진국들도 동일한 글로보틱스 충격을 겪었지만그들의 정부는 도움의 손길에 해당하는 정책들을 유지하면서 경제적 조정 과정을 가능하게 만들었다그 결과 중산층의 반발은 있었지만훨씬 완화된 수준이었고반발의 초점도 무역이 아니라 이민 문제에 맞춰졌다.

내가 보기에 관세는 미국 정치인들에게 중산층 무기력을 해결하는 검증된 해법이기 때문에 인기 있는 것이 아니다오히려 정치적으로 인기를 끌지 못하는그러나 실제로 효과 있는 정책들을 회피하기 위한 대체 수단이기 때문에 관세가 인기를 얻고 있다그리고 관세는 부수적으로마치 중산층의 문제들이 미국산 문제가 아니라” 외부로부터 온 것처럼 보이게 만들어주는 효과까지 제공한다하지만 실제로는 그 문제들은 모두 ‘Made in America’였다.

이 모든 일이 세계 무역에 대해 어떤 의미를 갖는가나는 언제나 그렇듯세 가지로 요약해 보겠다.

첫째미국 중산층의 무기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무역 정책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그 이유는 단 하나만 들어도 충분하다중산층의 대다수는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고관세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기는커녕 해를 끼치기 때문이다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은 더 높은 세금을 필요로 하지만현재의 미국 정치 환경에서는 그런 정책이 정치적으로 실현 불가능하다.

둘째미국의 반무역 또는 무역 신중 노선은 트럼프가 아니라 오바마 때부터 시작되었으며이 태도는 트럼프의 대통령직이 끝난 이후에도 오랫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미국의 정책 결정 집단 전체는 외국인과 상품 무역—특히 중국—을 책임 전가의 이상적인 대상으로 선택했다경제적으로 효과적이고 정치적으로 실현 가능한 정책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당분간 미국에서는 무역이 계속해서 희생양이 될 것이다.

셋째미국 중산층의 무기력이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 무역 체제의 종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미국은 전 세계 무역에서 15% 미만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다른 나라들이 미국의 노선을 따라가지 않고 서로 간의 무역 관계를 유지한다면전체적인 무역은 괜찮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Autor, D. H., Dorn, D., & Hanson, G. H. (2016). 중국 충격대규모 무역 변화에 대한 노동 시장의 조정에서 배우기 (The China Shock: Learning from Labor Market Adjustment to Large Changes in Trade), Annual Review of Economics, 8: 205240.

Baldwin, R. (2019). 글로보틱스 격변세계화로봇 기술그리고 일의 미래 (The Globotics Upheaval: Globalisation, Robotics and the Future of Work), Oxford University Press.

Burn-Murdoch, J. (2025). 불평등은 심화되지 않았다그렇게 느껴지는 이유 (Inequality hasn’t risen. Here’s why it feels like it has), Financial Times Data Points, 1월 2.

Case, A., & Deaton, A. (2020). 절망의 죽음과 자본주의의 미래 (Deaths of Despair and the Future of Capitalism), Princeton University Press.

Milanovic, B. (2016). 세계 불평등세계화 시대를 위한 새로운 접근법 (Global Inequality: A New Approach for the Age of Globalization), Harvard University Press.

Pew Research Center (2024). 미국 중산층의 현주소 (The State of the American Middle Class), Pew Research Report.

Piketty, T. (2020). 자본과 이데올로기 (Capital and Ideology), Belknap Press.

Rodrik, D. (2018). 포퓰리즘과 세계화의 경제학 (Populism and the Economics of Globalization), Journal of International Business Policy, 1(12): 1233.

Stiglitz, J. E. (2019). 사람권력그리고 이윤불만의 시대를 위한 진보적 자본주의 (People, Power, and Profits: Progressive Capitalism for an Age of Discontent), W. W. Norton & Company.

[출처] Why America is acting this way on trade: A globotics shock, a failed social policy, and middle-class fury | CEPR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리처드 볼드윈(Richard Baldwin)은 스위스 로잔에 위치한 IMD 비즈니스 스쿨(IMD Business School)의 국제경제학 교수이며, 세계적인 경제 정책 논의 플랫폼인 VoxEU의 창립자이자 편집장(Editor-in-Chief)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태그

포퓰리즘 오프쇼어링 미국 중산층 분노 글로보틱스 쇼크 실패한 사회정책 ICT 혁명 반무역

의견 쓰기

댓글 0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