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죽음에도 계속되는 "법무부의 인간사냥"

정부가 14일부터 77일간,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합동단속을 실시한다. 전국의 이주인권단체들은 정부의 "반인권적이고 폭력적인" 단속추방 과정에서 수 많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다치고 목숨을 잃고 있다면서, "인간사냥, 살인행위"와 다름없는 합동단속을 중단하고 "우리의 이웃이자 동료"인 이주민의 인권과 체류권을 보장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불법 사람은 없다! 인간사냥 단속추장 즉각 중단하라!". 참세상 

법무부는 이달 14일부터 6월 29일까지 77일간 '25년 1차 불법체류 외국인 정부합동단속'을 실시한다고 지난 9일 밝혔다. 이번 단속에는 경찰청,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해양경찰청 등 관계부처가 참여한다. 이에 전국의 이주인권단체들은 15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반인권적이고 폭력적인 정부 합동단속"을 규탄했다. 

"인간사냥, 살인행위, 국가 폭력 중단해야" 

이주인권단체들에 따르면 지난 1월 31일 인천의 한 공장에서 출입국 단속을 피하다 나무 저장고에 숨었던 베트남 출신 이주노동자가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 3월 26일에는 경기 파주지역 제조업체 단속 과정에서 에티오피아 이주노동자가 단속을 피해 대형 기계장치 안에 몸을 숨겼다가 기계가 작동하여 오른쪽 발목이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단체들은 이 노동자가 "난민 신청 중으로 일을 하지 못하게 하는 정부의 잘못된 난민 정책의 피해자"이기도 하다고 짚었다. 

2월에는 경기 화성지역 제조업체 단속 중 카자흐스탄 출신 여성 노동자가 3층에서 추락하여 온몸에 골절상을 입었고 8일간 의식불명에 빠졌다. 경북 경산지역 제조업체 단속으로는 7명이 중경상을 입었고 그 중 베트남 노동자 한 명은 척추가 부러지는 중상을 당했다. 경기 남양주 마석지역에서는 16명이 단속되었고 이 가운데는 미등록 이주아동 구제대책을 신청한 부모도 있어 체류신청허가 서류를 보여줬음에도 심사 중인 상황에서 일을 했다는 이유로 잡혀갔다고 전해졌다. 3월 경기 파주지역 제조업체 단속 과정에서는 25명의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무더기로 단속되었고, 이들 중 사업주가 숨겨줬던 베트남 노동자가 크게 다치는 일도 있었다. 

단속 과정에서 골절 상을 입은 베트남 여성 이주노동자. 대구경북이주연대회의 제공 사진 

김연주 이주구금대응네트워크와 난민인권센터 활동가는 이날 기자회견 발언에서 "과거 이주노동자 한 분이 단속과정에서 사망하신 사건을 계기로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미 2019년 단속 시 인명피해가 없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고, 강압적 조치를 자제하며 안전매뉴얼을 만들도록 하는 권고"를 한 바 있으나 "단속 현장에서 안전매뉴얼은 지켜지지 않고, 이주노동자에 대한 강압적 조치가 심각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여전히 수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목숨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희은 경기이주평등연대 집행위원장은 "법무부 출입국 단속반원들에게 미등록이주노동자 강제단속은 무법천지의 권한을 부여받은 것 같고, 이주노동자들을 사람이 아닌 짐승처럼 대하며 사냥하는 것 같다"면서 "미등록이주노동자에 대한 강제단속은 잔인한 국가 폭력의 한 형태"로 "당장 중단하지 않는다면 출입국 단속과정에서 이주노동자들이 크게 다치거나 죽는 상황은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서 그는 "법무부는 당장 합동단속을 중단해야 한다. 인간사냥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미등록으로 내모는 이주노동・체류정책부터 바꿔야"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은 "정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왜 미등록이 되는지는 생각하지 않고, 그 책임을 이주노동자에게만 떠넘기고 있다"면서 "이주노동자들이 미등록 된 데는 강제 노동을 강요하는 고용허가제를 비롯한 모든 잘못된 이주노동제도와 체류 정책에 책임이 있다"고 짚었다. 

우다야 라이 위원장에 따르면 "모든 이주노동 제도에서 막강한 권리는 사장에게만 있고, 이주노동자는 (사업주의) 착취와 차별에 복종하지 않으면 비자를 잃을 수도 있어, 사업주의 협박과 강제노동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동자가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는" 현실이다. 이주노동자가 견디다 못해 "사업장에서 이탈"하면 미등록이 되고, "부당한 처우에 항의하거나 노동부에 신고하면 사업주는 괘씸죄로 노동자를 이탈신고해" 미등록이 되는 경우도 있다. "고용노동부가 구직등록 안내를 제대로 안 해서, 구직기간 내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서" 미등록이 되는 사례도 여럿이다. 고용허가제 등으로 입국한 이주노동자뿐만 아니라 결혼이주민이나 유학생 등도 체류비자를 유지하는 것이 "너무나 까다롭고 매우 어렵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이제는 정부가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추방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잘못된 법제도부터 바꿔야 한다"면서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일할 권리, 살아갈 권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노동권과 사회권을 보장해야 한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들도 이 사회 구성원이고 산업현장에 일하는 노동자로, 이들은 처음에 한국 정부가 만든 제도로 들어온 것"이라 강조했다. 

존스 갈랑 필리핀노동자공동체 카사마코(KASAMMA-KO) 활동가도 '한국 내 미등록 이주민 단속에 대한 카사마코의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이주노동자는 동의가 필요하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도 고용주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같은 맥락에서 계절노동자는 비자 신분에 제한을 받고 가사노동자는 일터에서 노예 취급을 받는다"면서 "법이 이주노동자의 권리와 복지를 적절히 보호한다면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될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 짚었다. 

함재규 민주노총 부위원장 역시 "미등록 이주민이 생기는 원인은 이주민의 체류권을 보장하지 않는 정부의 잘못된 출입국 정책과 이주노동자 사업장 변경을 제한하는 고용허가제 등 착취와 차별로 억압하며, 폭력으로 불안과 공포를 일으키는 강제이주노동제도 때문"이라면서 "원인을 개선하지 않으면서 미등록 이주민을 예비범죄자 취급하고 토끼몰이식 때려잡는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함 부위원장은 이어서 "불법적인 사람은 없다. 문제는 체류자격 기한이나 서류절차라는 행정적인 문제를 범죄 취급하여 영장도 없이 체포・구금하고 추방하는 대한민국의 제도가 문제이고 이주민의 인권을 짓밟는 대한민국의 국가폭력이 심각한 문제"라며 "더 이상의 비극과 인권침해, 폭력을 막고 미등록 이주민이 인간답게 평온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정부 합동단속을 중단하고 체류권을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기자회견 현장 발언 영상. 참세상 

"불법인 존재 없다"..."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체류권 보장해야" 

전국이주인권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지난 수십 년 간의 한국사회 이주민 역사에서 단속은 정부가 바라는 미등록 이주민 숫자 축소도 달성하지 못했고 가장 취약한 미등록 이주민 인권 상황을 개선하는 데도 실패했다"면서 "정부는 미등록 이주민을 발생시키는 기존의 법제도 개선을 하지는 않고 사후적으로 미등록 이주민만 때려잡는다. 신 이민정책을 표방하면서 한편에서는 이주민 유입 숫자를 늘리고 각 지자체별로 경쟁적으로 이주민 유치에 나서고 있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이렇게 국내에서 기존에 일하고 살아온 미등록 이주민을 단속해서 쫓아내는데 골몰하고 있는 것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정책"이라 비판했다. 

이주인권단체들은 또한 "미등록 이주민은 불법 사람이 아니다"라면서 이들을 "단속 추방의 대상으로만 삼을 것이 아니라, 과감한 사면 정책, 체류권 부여 정책을 통해 법 테두리 내로 포함해서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고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선진적이고 발전적인 정책"이라 제언했다. 단체들은 이어서 "단속 추방 정책 중단과 미등록 이주민 체류 대책 마련을 강력하게 촉구"하는 한편 "정부 합동단속을 각 지역에서 규탄하고 감시하며 미등록 이주민 권리 보장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 밝혔다. 

이날 참여자들은 "반인권적이고 폭력적인 정부 합동단속 중단하라! 불법 사람은 없다! 미등록 이주민 인권 보장하라! 단속추방 중단하고 미등록 이주민 체류권 보장하라!" 함께 외치며 기자회견을 마무리하고 법무부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정부 합동단속 규탄 기자회견. 참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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