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팔레스타인 지지 운동 단속 속에 수백 건의 학생비자 취소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내 팔레스타인 지지 운동에 대한 단속을 확대하는 가운데, 수백 건의 학생비자를 취소했다.
최근 며칠 사이, 다수의 대학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가혹한 조치가 자교 학생들을 겨냥했다고 발표했다. 그 명단에는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 UCLA, 스탠퍼드 대학교, 오하이오주립대학교, 미네소타주립대학교, 켄터키 대학교, 노스이스턴 대학교, 하버드 대학교 등이 포함된다.
지난달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자신이 취임 이후 약 300건의 비자를 취소했다고 추정했다.
루비오는 기자들에게 “솔직히 말해 그것들이 주로 학생비자인지는 잘 모르겠다”라며 “그것은 다양한 비자들이 섞인 것이다. 그들은 미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이다. 그들이 우리의 외교 정책이나 국가 이익에 반하는 활동을 한다면, 우리는 비자를 취소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내 기준은 이렇다. 우리가 그들에 대한 이런 정보를 비자를 발급하기 전에 알고 있었다면, 과연 입국을 허용했을까? 그 대답이 ‘아니오’라면, 비자를 취소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팔레스타인 운동가이자 컬럼비아 대학생인 마흐무드 칼릴의 구금에 항의하는 토마스 페인 공원에서의 시위. 출처 : SWinxy
“캠퍼스 관계자들은 우리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들이 법에 따라 보장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지원을 하겠다는 입장이다,”라며 “이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대학은 관련된 모든 주 및 연방법을 계속해서 준수할 것이다.”라고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는 성명에서 밝혔다.
“우리는 이번 비자 취소의 구체적인 사안이나 그 사유에 대해 알지 못하지만, 전국의 여러 기관에서도 비슷한 시기 비슷한 수의 학생과 연구자들이 유사한 신분 변화(status changes)를 겪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다,”고 하버드국제교류처(Harvard International Office)는 말했다.
“지금은 불안한 시기이며, 이 상황은 우리가 이전에 겪어본 적 없는 전례 없는 일이다,”라고 미네소타주립대학교 총장 에드워드 인치(Edward Inch)는 학생들과 교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밝혔다.
애리조나주립대학교의 학생들을 대리하는 변호사 에이미 허치슨(Ami Hutchinson)은, 해당 학교에서 최소 50명의 학생이 비자를 취소당했다고 밝혔다. 그녀는 또한 전체적으로 약 1,000건에 달하는 학생비자가 취소되었을 것으로 추정하며, 이는 루비오 장관의 주장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허치슨은 많은 학생들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한다.
“학생들은 여전히 누군가가 실수를 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런 일이 일어날 이유가 없었고, 그냥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믿고 있다,”라며 “그들은 정말, 정말로 두려워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학생 시위 단속
3월 8일, 가자지구 활동가이자 컬럼비아대학교 전 졸업생인 마흐무드 칼릴(Mahmoud Khalil)이 체포 및 구금된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다수의 학생 시위자들의 학생비자를 취소했다. 그러나 이번 대규모 비자 취소 사태와 이 사건이 얼마나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한, 예컨대 남수단 정부가 자국민 송환 협조에 응하지 않은 사실과 같은 다른 정치적 사안들을 이유로 학생들을 표적 삼기 시작했다.
그러나 미국의 외교 정책에 대한 잠재적인 위협이 학생 억압 확대의 주요 동기인 것으로 보인다.
루비오는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는 너희에게 비자를 준 이유가 공부하고 학위를 받으라고 준 것이다. 우리 대학 캠퍼스를 망가뜨리는 사회운동가가 되라고 준 게 아니다. 우리가 비자를 줬는데 네가 그런 행동을 선택했다면, 우리는 비자를 회수할 것이다. 우리는 그런 걸 우리나라에서 원하지 않는다. 그런 행동은 네 나라로 돌아가서 해라. 하지만 여기서는 절대 못 한다.”
지난주 터프츠대학교는 구금된 학생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첫 번째 대학이 되었다. 학교는 이스라엘에 대한 투자 철회를 촉구하는 기고문을 썼다는 이유로 ICE(이민세관단속국)에 의해 구금된 루메이사 외즈투르크(Rumeysa Ozturk)를 위해 연방법원에 구제를 요청하는 진술서를 제출했다.
외즈투르크는 현재 루이지애나에 있는 한 이민 구금시설에 구금되어 있다.
해당 진술서는 터프츠대학교 총장 수닐 쿠마르(Sunil Kumar)가 제출한 것으로, 외즈투르크가 성실한 학생이며, 학교는 그가 체포될 만한 어떤 활동에 연루되었다는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쿠마르는 또한 외즈투르크의 기고문이 터프츠대학교의 정책을 위반하지 않았으며, 2009년 학교 이사회가 채택한 표현의 자유 선언과도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터프츠와 달리 학생들을 옹호하지 않는 다른 대학들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컬럼비아대학교 4학년 학생 마리얌 알완(Maryam Alwan)은 다음과 같이 트윗했다.
“마흐무드 칼릴은 거의 한 달째 납치된 상태다. 터프츠는 자교 학생을 위해 법적 지원을 했지만, 컬럼비아 학생들은 우리 행정부가 직접 그를 넘겼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철조망에 스스로를 묶어야 했다. 컬럼비아는 아직도 그의 이름조차 이메일에서 언급하지 않았다.”
언론인 내털리 슈어(Natalie Shure)는 이렇게 썼다.
“정치범으로 구금된 자교 학생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일은 기준이 그리 높지 않다. 그런데도 그 기준을 넘긴 학교는 터프츠가 유일하다.”
미디어 비평가 사나 사이드(Sana Saeed)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터프츠는 납치되어 ICE에 넘겨진 외국인 학생을 지원하기 위해 법적 힘을 행사한 첫 번째 학교인가? 대학들이 단지 ‘어… 몰랐네, 아 진짜 안타깝다.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게 거의 없네’ 같은 성명만 내는 걸 넘어서 뭔가 더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정말 놀랍다.” “정치범으로 구금된 자교 학생을 지지한다고 밝히는 건 최소한의 기준이어야 한다.”
데모크라이 나우!(Democracy Now!)에 출연한 전직 컬럼비아 법대 교수 캐서린 프랭키(Katherine Franke)는, 자신이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으로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던 바 있는데, 이번 학생비자 취소와 불법 구금 사태는 일종의 인종적 정화라고 지적했다.
“우리 학생들이 얼마나 공포에 떨고 있는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며 “그리고 그건 단지 비자나 영주권을 가진 학생들만이 아니다. 다른 나라에서 온 모든 학생들이 두려움에 빠져 있다. 심지어 지금은 미국 시민권을 가진 경우조차도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이 행정부가 어떤 방식으로든 법을 시험하고 위반하면서 정화를 진행하는 데는 한계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리 캠퍼스에서 벌어지는 일종의 인종적·민족적 정화처럼 느껴진다.”라고 프랭키는 말했다.
“내가 컬럼비아 교수로서 일하는 걸 사랑했던 이유 중 하나는, 많은 수업에서 학생의 절반 정도가 다른 나라에서 온 학생들이었기 때문이다. … 그런데 지금 동료들과 이야기해보면, 그 학생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고 들린다. 어떤 학생들은 아예 캠퍼스에 들어오지조차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은 잡혀갈까 봐, 그리고 학교 행정이 자기들의 휴대폰이나 집 주소를 넘겨줄까 봐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업에서 그들의 목소리와 몸이 실제로 사라지고 있다.”
[출처] Crackdown: Hundreds of Student Visas Cancelled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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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아리아(Michael Arria)는 미국 내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대학 내 반전·반식민주의 시위,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문제들을 주로 다루는 언론인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