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의 대우차 인수포기 언저리>
해외매각 심각성 드러났는데도 사실상 GM에 넘길 방침
노동현장 불안감 최고조…공기업화로 자체정상화가 최선
노동계의 거듭된 경고와 투쟁에도 졸속적인 해외매각정책을 고집해오던 정부와 채권단이 결국 한국경제와 자동차산업을 수렁에 빠뜨리고 말았다.
정부·채권단이 지난 6월29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포드자동차가 9월15일 갑자기 대우·쌍용자동차의 인수를 포기한 것이다. 이에 영향을 받은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시장은 연일 연중최저치를 경신하며 우리 경제를 뿌리째 흔들어 놓고 있다. 외신과 포드쪽은 인수포기를 대우차 내부문제 탓으로 돌리는 후안무치한 태도를 보이고 있고, 정부·채권단은 포드차에 장착하는 파이어스톤 타이어 리콜문제와 유가폭등 때문이라며 책임전가에 급급하고 있다.
16일 금속산업연맹(위원장 문성현)과 자동차공대위는 성명을 통해 “이번 사태는 단순히 포드의 내부사정이 낳은 우연한 결과가 아니라 해외매각정책이 지닌 근본적 문제”라며 “외국의 어떤 자본이 인수하더라도 언제든지 헌신짝처럼 버릴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포드사가 인수를 포기한 것은 대우자동차보다는 포드사 내부문제가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조돈문 교수(가톨릭대·사회학)는 “타이어 리콜문제, 엔진결함 은폐의혹 등 내부문제가 겹쳐 주식이 폭락한 포드로서는 주가안정이 최우선과제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중남미, 유럽시장의 변변찮은 실적을 미국시장의 이윤으로 메워온 포드가 미국시장 매출감소 등 타격을 받을 경우 기업전체의 위기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얘기다. 중도에 계약을 포기해도 거리낄 게 없는 상황에서, 대우차에 대한 자료를 충분히 빼내고 한국의 시장상황도 적잖이 파악한 포드로서는 부담 없이 입찰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채권단은 선인수-후정산 허용을 비롯해 GM-피아트, 현대-다임러크라이슬러 두 컨소시엄을 대상으로 한 달안에 인수자를 최종결정하겠다고 밝히는 등 졸속 해외매각방침을 다시 들고 나왔다. 대우사태 초기부터 해외매각 입장을 밝혀온 정부는 다임러크라이슬러가 인수에 관심이 없는 상황에서 사실상 GM-피아트에 넘길 의도를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정부가 무조건 해외매각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이면에는 자동차산업에 대한 정책적 판단 없이 채권단의 채권회수와 미국의 통상압력만을 고려하고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조돈문 교수는 “GM이 대우차를 인수할 경우 하청기지화, 생산량 감축, 공장의 부분 혹은 전면폐쇄가 불가피하다”며 “공기업화를 통한 자체정상화 말고는 답이 없다”고 말했다. GM은 현재 막강한 독일 오펠, 피아트와 중소형 차종을 함께 하고 있고, 기술개발시스템을 통합하고 있는 일본3사를 갖고 있다. 역시 중소형 플랫폼을 주로 하는 대우자동차는 이들 회사에 밀려 핵심기술 개발부문에서 제외됨은 물론 그동안 강세를 보이던 동구권시장을 잃고 아시아시장을 새로 개척하기도 어려운 사면초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편 포드의 인수포기로 인해 커진 불안은 벌써 현장을 엄습하고 있다. 대우자동차노조 양재성 법규부장은 “당혹스럽다”며 “조합원들은 새로운 인수자가 나선다손 치더라도 인수가격차 때문에 인원정리에 나서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대우자동차노조는 9월말로 예정된 신임위원장 선거 때문에 당장 대응에 나서기 어려운 형편이다. 유만종 쌍용자동차노조 위원장도 “고유가로 하반기에 차가 안 팔릴 것이라는 회사쪽의 공세가 벌써 시작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철 leecc@kctu.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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