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5일 오후4시. 모처럼 민주노총 회의실이 가득 찼다. 남녀고용평등법상 모든 사업장에서 꼭 하도록 돼 있는 ‘성희롱 방지 교육’을 총연맹에서도 실시했기 때문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사람 몇 명만 ‘사유서’를 제출하고서야 ‘결석’을 인정받을 수 있었고, 상근임원과 사무총국 거의 모두가 참가했다. 또 공공, 금속, 대학, 병원노련의 여성사업 담당자까지 참가해 회의실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날 강사는 조순경 이화여대(여성학) 교수.
조교수는 강의에서 무엇보다 ‘노조가 성차별 해소에 적극적이어야 하는 이유’를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위기는 부분적으로 남성정규직, 대기업 중심의 노조운동, 그리고 그것이 야기한 여성노동의 주변화에서 비롯됐다. 이런 분석이 타당하다면 향후 노조운동의 활성화는 노조의 조직, 구조, 의제선택, 그리고 운영방식이 얼마나 여성들의 이해를 수렴해 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는 게 조교수의 논지였다.
이와 함께 조 교수는 민주노총에도 ‘성차별’이 적지 않다며 조목조목 사례를 들어 지적했다. 조교수는 “생계비모형을 남성가장이 생계부양자라는 가부장적 모델로 설정하고 있으며, 조합원 중 여성비율(18%)에 비해 대의원대회(6.24%), 중앙위(6.97%), 중집(4.34%), 상집(0%) 등 각급 회의단위의 여성비율이 크게 낮다”고 지적했다. 조교수는 이와 함께 “외부에서 민주노총이 진보적이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며 “민주노총에 걸맞는 진보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성차별’ 해소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의가 끝나자 진지하게 듣고 있던 참가자들은 “기업내 성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는 얼마나 시행되고 있는가”, “생계비 산출방식의 대안이 무엇인가”, “민주노총 집회문화를 어떻게 보는가”, “노조의 여러 진보적인 사업 중 특히 여성문제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등 질문을 쏟아내며, 조교수와 두 시간여 동안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한 참가자의 “여성할당제는 효율성의 측면에서 어렵기도 하거니와 역차별을 가져올 위험이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조교수는 “기업의 논리인 효율성을 근거로 ‘민주노총’이 ‘차별’을 유지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날 교육을 받은 주진우국장은 “성차별에 대한 문제를 보다 깊게 고민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단,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지만 미흡한 부분도 있었다”며 “제도나 정책도 중요하지만 다음에는 생활속에 습관화된 성차별 의식이나 관념들에 대해 다루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이황미 leehm@kctu.org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