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평화와인권]이 뽑은 2000년 전북지역 10대 인권뉴스

2000년 전북지역에 무슨 일이 있었나?

1. 군산 대명동 매매춘거리 화재참사

9월 19일 군산 대명동 매매춘 거리에 있는 한 3층 건물에서 난 화재로 5명의 여성들이 목숨을 잃었다. 20분만에 진화된 가벼운 화재였음에도 5명의 여성들이 모두 목숨을 잃은데는 이들이 2중 3중의 감금장치에 갇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들의 죽음을 통해 ‘인신매매’와 ‘감금매춘’의 현실이 그대로 세상에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을 경악하게 했다. 또한 매춘업으로 돈을 버는 세력과 경찰 등 공무원과 오랜 세월 지속돼온 유착관계 등이 수사를 통해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기도 했다.

12월 현재 이 사건은 전주지검 군산지원에서 관련포주 등 11명과 관련경찰·공무원 등 9명이 구속되어 재판을 받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민간단체들과 유족들이 따로 고소장을 제출해 전주지검에서 이에 대한 조사가 진행중이다.

2. 새만금간척사업 반대운동 본격화

새만금지역 주민이 직접 나서서 만든 ‘새만금사업을 반대하는 부안사람들'(아래 부안사람들)에서 시작된 전북지역의 새만금사업 반대 운동은 지역주민이 배제된 개발논리의 허구를 전국적으로 폭로하는 계기가 됐다. 부안사람들의 싸움은 곧 전북지역 60여개 사회단체를 아우르는 ‘새만금사업 즉각 중단을 위한 전북사람들'(전북사람들)을 탄생하게 했고 서울지역 사회단체, 종교계 등으로 새만금 투쟁을 확장하기에 이르렀다. 이들은 특히 새만금사업이 단순히 환경문제만이 아니라 지역어민들의 생존권과 정작 그 땅의 진로에 대해 결정할 권리가 있는 주민의 의견이 배제된 개발은 소수 개발업자들과 일부 정치권만을 위한 것임을 인식하게 해줬다.

이 과정에 이르기까지 전북사람들은 전북과 서울을 오가며 다양한 집회를 열어 새만금사업에 대해 잠자고 있던 여론을 다시 일어서게 했고 이어 9월 한달 동안 추석명절도 마다 않고 전주시내 객사앞에서 천막농성을 진행하는 강력한 투쟁을 전개했다.

이들의 이러한 투쟁의 결과 지난 12월 19일 국회예산결산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26명은 새만금사업 예산을 전면삭감할 것을 건의하는 건의문을 국회에 제출했다.

3. 전북지역언론 새만금 왜곡·편향보도 일관

전북지역언론은 2천년 한 해 동안 새만금사업에서 만큼은 그 정도가 심각할 정도로 왜곡·편파보도로 일관해왔다. 새만금사업 반대 활동이 ‘지역발전음해’ 세력으로 매도되고 또 새만금사업에 관련한 여러 정보들이 도민들에게 왜곡되어 전달됐다. 때로는 사실이 아닌 거짓기사마저 도내 일간지 1면 기사로 버젓이 내보내는 모습까지 보였다.

이는 한편으로 지방자치시대 관과 토착자본과 유착돼 있는 지역언론의 실상을 그대로 드러냈다. 지역언론은 새만금사업에서 만큼은 정확한 정보에 대한 도민의 ‘알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해왔다.

4. 진안군청 공무원에 의한 여성공공근로자 성폭행 사건

진안군청에서 공공근로 근무를 하던 한 여성이 군청 공무원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단순한 성폭력 사건으로 종료될 수 있었던 이 사건은 수사를 담당한 검찰이 지나치게 가해자의 진술만을 증거로 삼고 심지어 가해자가 성폭행 사실을 일부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무혐의 처리함으로써 사태를 확산시켰다.

성폭력예방치료센타 등 도내 여성단체들은 곧바로 대책위를 꾸리고 수사검찰이 상식에도 미치지 못하는 시각으로 성폭력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담당검찰의 파면을 요구하고 항고장을 제출했다.

이 사건은 성폭력 사건에 있어 우리사회 경찰과 검찰이 그릇된 남성주의적 시각을 여실히 드러내는 한편 성폭력을 당한 피해여성이 실제로 수사과정에서 거듭 피해를 당하는 현실을 보여줬다.

5. 일진소재산업 노동조합 공권력 투입과 이에 맞선 노동자 투쟁

기본급 52만원, 잔업 월 200시간을 더해야 겨우 월급 1백만원. 이런 현실을 개선해보려 2천년 3월 4일 노동조합을 만든 익산에 있는 일진소재산업 노동자들. 노동조합 설립 초기부터 조합 간부에 대한 징계와 해고 등으로 노동조합 깨기에 일관한 일진소재산업.

그러나 경찰은 약한 자의 편이거나 정의의 편은커녕 공정하지조차 않았다. 지난 5월 3일 회사가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기 위해 직장폐쇄를 선언하자마자 익산경찰은 기다렸다는 듯이 불과 몇 십 명밖에 없는 일진소재산업 노동조합 사무실로 300여명의 경찰을 투입해 노동자들을 폭력연행해갔다. 경찰은 연행된 노동자들에게 ‘다시는 집회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요구하는 불법행위도 일삼았다.

약한 자에게는 곤봉으로, 돈 가진 자들을 위해 언제나 ‘대기’하고 있는 한국 경찰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일진소재노조 공권력 투입사건.

노동자들은 이후 90여일 동안 흐트러지지 않는 파업투쟁으로 자신들의 기본권을 지킬 수 있었다.

6. 한국통신 전주전화국 30대 과장 목매 자살

IMF이후 1만2천명의 감원으로 인해 과중해진 업무와 스트레스, 계속되는 감원위협에 시달리던 한국통신 노동자 이요범(37·전주전화국 데이터영업팀 과장대리)씨가 이를 견디지 못하고 지난 5월 12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씨는 ‘회사일이 추스릴 수 없을 정도로 번잡해져 하루하루

가 괴롭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신의 집에서 목을 매 숨졌다.

부인 정씨에 따르면 남편 이씨는 2000년 2월 이후 휴일도 쉬지 못하고 계속 일을 했고 이씨가 “명예퇴직자가 늘어 일이 많아졌다”고 자주 말해왔다고 한다. 이씨가 숨지기 전 지난 3-4월께에도 이 회사 영업부장이 과로로 쓰러져 숨진 사실이 있고 또 익산전화국에서 근무하던 이씨의 동료가 근무하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국통신측은 숨진 이씨의 가족에게 몇 푼의 위로금을 주는 것으로 책임을 회피했다. 또한 한국통신은 이에 아랑곳않고 12월 현재 전국 계약직 노동자 7천여명에게 해고통보를 한 것을 비롯 정규직 노동자 3천여명을 감원할 계획을 갖고 있다.

7. 하반기 2차 구조조정 앞두고 공안정국 부활

노동자대회 참가자 잇단 연행공안대책협의회 부활 / 경찰 유언비어 단속 발표

오로지 노동자들의 희생만으로 1차 구조조정을 마친 김대중 정부가 또다시 이를 반복하는 2차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반발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사전에 짓밟기 위한 ‘공안정국’을 연출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1월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노동자대회에 참석한 노동자들을 잇달아 연행하는가 하면 그와 동시에 지난해 조폐공사의 파업유도 사건으로 잠자고 있던 ‘공안대책협의회’를 부

활시켰다. 또한 이어서 경찰청은 박정희 유신정권에나 있을법한 ‘유언비어 단속’ 운운하며 노동자 농민 시민사회단체들의 ‘유인물’까지 단속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우리는 김대중 정부가 노동자 농민의 생존권을 박탈하기 위해 이들의 ‘저항권’마저 억압하는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

8. 삼례노인강도치사 범인조작의혹

삼례 나라수퍼 노인 강도치사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복역중인 재소자가 경찰의 강압수사와 알리바이 조작으로 살인범으로 몰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이들이 체포돼 검찰조사를 받던 지난 2월 또다른 용의자들이 부산지검에 검거된 뒤 자신들이 진범이라고 범행일체를 자백한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불구하고 전주지방법원에서 재심청구가 기각돼 ‘강압수사’에 대한 의혹이 더욱 불거지고 있다.

천주교정의구현전주교구 사제단은 지난 11월 27일 광주고법에 재심을 촉구하는 진정을 냈다. 이 사건은 특히 이들의 억울한 사연을 알고 구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민간인들의 활동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9. 거리로 나선지 600여일, 천막농성 360여일.

군산 개정병원 노동자들의 질긴 투쟁

지난해 4월부터 시작됐던 임금체불과 부당노동행위에 맞선 군산개정병원 노동자들의 투쟁이 어느덧 2년째를 맞고 있다. 적자에 시달리던 병원을 정상화시키겠다며 지난해 1월초 위탁운영자로 나선 이상용 이사장은 알고 보니 경영이 어려운 병원에 위탁운영자로 들어가 노동자를 전부 내쫓고 자신의 병원으로 새로 개원하는 형식으로 몇 개의 병원을 삼킨 바 있는 병원브로커였다.

그러나 이상용씨는 개정병원에 와서야 노동자들의 저항으로 자신의 프로그램에 제동이 걸린 것을 알게 됐다. 30억에 달하는 임금체불과 불법적인 파견근로, 부당해고 등 숱한 혐의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이씨는 지난 11월 노동자들의 오랜 투쟁의 결과로 구속되기에 이르렀다.

개정병원의 40여명의 노동자들은 지난 1월 2일 군산시청 앞에 설치한 천막농성을 꼬박 1년을 채우며 아직도 이씨를 몰아내기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고 있다.

10. 김제 신공항건설 반대투쟁 – 지역주민이 원하지 않는 개발 난무

지방자치체 시행후 전국 곳곳이 개발바람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들 개발사업의 대부분이 지역주민들의 반발에 부딪치고 있는데도 지방정부들은 이를 아랑곳않고 강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김제 신공항건설 사업이 그것. 김제시민들은 신공항 건설얘기가 나오던 초기부터 이 사업을 반대하고 김제지역 50여개 사회단체들이 ‘전주권신공항건설반대투쟁위원회’를 만들어 2년여 동안 꾸준히 반대활동을 펼쳐왔다. 뿐만아니라 김제시장과 김제시의원을 비롯해 지역 국회의원까지도 이 사업을 막아내기 위해 팔을 벗고 나서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라북도는 전체 김제시민의 의견을 완전히 외면하면서까지 이 사업을 밀어부치려 하고 있다.

새만금사업을 비롯해 김제 신공항 건설 반대투쟁은 지역발전이라는 미명으로 이뤄지는 무분별한 개발에 대해 제동을 걸고 소수를 위한 개발보다 주민들의 생존과 지역공동체, 환경이라는 가치가 더 소중함을 일깨우고 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