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혁명인가, 디지털 신(新)계급사회인가
성별·연령별·지역별 정보화 격차 현격 … 요란한 ‘정보화’ 구호 속 소외계층 증가
국내 인터넷 사용자 2000만 명 넘어서’, ‘초등학생 있는 가정 95%가 PC 보유’
연일 보도되는 인터넷 관련 기사들을 보면 인터넷이 우리들의 삶에 깊숙이 침투해 있을 뿐 아니라 일반화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니, 굳이 이런 뉴스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문화는 살아가는 방식을 바꿔놓을 정도로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4일 발표된 정보화 지수는 이같은 보도가 얼마나 과장되어 있으며 ‘공허한’ 구호에 지나지 않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문화센터의 발표에 따르면 남녀간 정보화 격차 지수가 100대 80.9로 나타나는 등 성별, 연령별, 지역별 정보화 격차가 현격히 드러나고 있다. 이 조사에서 우리나라 국민의 연령별 정보화 불평등은 10대를 100으로 할 때 40대는 52.1, 50대 이상은 30.9이고 교육별 기준으로 보면 대졸 이상을 100으로 할 때 고졸 56.6, 중졸이하 25.7인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직업별로 볼 때 대학생을 100으로 할 경우 농·어업인은 25.3, 주부 35.0, 화이트칼라 81.3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고 소득별로 월 소득 300만-400만원을 100으로 할 때 100만원 미만은 57.7로 나타났다. 아울러 지역별로는 대도시를 100으로 할 때 읍·면 지역은 83.9로 조사됐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해 연령별이나 직업별로 나타난 정보 격차 수치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다. 특히 직업과 소득별로 나타난 정보 격차가 더욱 커짐으로써 디지털 정보화에 따른 계층간 소득 수준의 차이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돈 있는 사람들은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새로운 부와 권력을 만들고 상대적으로 정보화 사회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은 사회에서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는 사회 구조가 형성되고 있어, ‘정보격차’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한 초등학생이 컴퓨터가 없어서 반 친구들의 대화에 낄 수 없는 것을 비관한 나머지 자살했던 사건은 이를 충격적으로 보여준다. 이와 유사한 사건이 또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정부는 저소득 주민을 위한 컴퓨터 보급이나 인터넷 무료사용 지원을 한다고 하지만 시 교육청이나 해당 시설관계자들에 따르면 저소득층 자녀의 선정과정에서의 공정성 등으로 선정 자체가 미뤄지거나 지연되고 있으며 컴퓨터 보급 자체도 전무한 실정이다. 장애인이나 노인들도 손쉽게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기술개발이나 보급 수준도 미비한 수준이며 시각이나 청각 장애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나 인터넷 사용도구의 개발을 꿈꾸는 것은 과도한 욕심으로 보인다.
차를 타고 가면서 인터넷으로 업무를 처리하고, 버튼 하나로 모든 집안 일을 해결하는 편리한 꿈의 세상은 ‘누구나’ 꿈꿀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은 없는 자의 억지가 아니다. 정보 격차의 가장 큰 문제는 부가 편중되고 새로운 계층이 형성되는 것이라는 점은 공공연하게 지적되고 있는 사실. 통신질서확립법이나 인터넷등급제와 같이 사람을 옥죄는 법 ‘따위’가 아니라 정보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절실한 때이다.
이현주 / lhj@left.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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