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 일상화 속 업체들 알아서 협조도
국가권력 “국민을 내 손바닥 위에”
전국연합 홈페이지를 호스팅(서버 컴퓨터의 하드디스크 일정공간을 제공하는 서비스)하고 있는 인스정보기술 변창수 대표는 지난달 11일 웹호스팅을 의뢰하는 50대 후반의 ‘김사장’이라는 남자한테 전화를 받고 다음날 오전 10시에 만나서 얘기하기로 약속을 잡았다.
다음날 장안평역에서 만난 김사장이라는 사람은 자기가 경찰이라고 밝히고 변씨를 사복경찰인듯한 사람이 지키고 서 있는 인근의 건물로 데리고 들어갔다. 이 형사는 “북한자료를 전국연합 홈페이지에 올리는 사람을 추적하고 있다. 국가정보원과 검찰에서도 조사를 시작했는데 다른 사람에게는 절대 말하지 말고 자료를 올린 사람의 IP주소(인터넷 등 다른 컴퓨터와의 통신을 위해 개인용 컴퓨터에 부여된 번호)를 나한테만 이야기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나우누리에서는 핸드폰으로 특정 IP주소를 문자 메세지로 보내준다. 당신도 그렇게 해 줄 수 있느냐”며 자신의 핸드폰을 변씨에게 보여줬는데 핸드폰에는 “나우콤 ××× FROM 000.00….”형태로 아이디와 IP주소가 적혀있었다. 변씨는 IP주소를 보내주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지만 형사는 변씨의 인적사항을 ‘협조자카드’에 기입하며 “전국연합 홈페이지를 별도로 운영하면 좋겠다”, “필요하면 서버와 컴퓨터도 준비해 주겠다” “월 50만원씩 보내줄테니 입금 계좌번호를 알려달라”는 말을 하고 변씨를 돌려보냈다.
이틀후 이 형사는 다시 변씨에게 전화를 걸어 다음날 장안평역에서 다시 만나자며 “나하고 만난 것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 한 적이 있냐”고 물었다. 몇 분 후 다시 전화가 왔는데 이 형사는 “전국연합에서 알고 있는 것 같다. 내일 올테면 오고 말테면 말라”며 전화를 끊었다.
사이버공간 일상적 감시 시도
이 사례는 경찰이 일상적으로 사회단체의 홈페이지를 감시하는 것이 폭로된 최근의 사례이다. 그동안 경찰이 수사를 위해 특정 게시물이 어느 컴퓨터에서 전송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IP를 추적하는 경우가 있지만 전국연합 사례는 경찰이 일상적으로 사회단체 홈페이지를 검열하려는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형사가 “나우누리에서 특정 IP를 핸드폰 문자메시지로 보내준다”고 언급한 것은 일상적인 ‘네티즌 감시’가 이미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어서 더욱 충격적이다. 하지만 나우콤의 관계자는 “우리는 수사기관에 IP주소를 제공하지 않는다”며 이같은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통신사업자와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에서 수사기관에 지나칠 정도로 협조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최근 인터넷 포털 사이트 가운데 하나인 넷츠고가 가입자들이 만든 ‘국가보안법 철폐동호회’에 대해 “현행법에 저촉”, “모임의 주제가 특정 정당 또는 정치인과 관련” 등의 이유를 대며 운영자의 아이디를 사용 정지시킨 사례는 검열이 서비스업체에 의해 일상화, 내면화되고 있는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국가권력에게 모든 네티즌은 잠재적 범죄자로 비치고 있다. 얼마 전 경찰청이 피시방에 있는 모든 컴퓨터의 IP주소를 관할 경찰서에 신고하도록 행정지도를 한 바 있다. 이같은 경찰의 IP주소 수집은 신속한 검거를 목적으로 한 것이라지만 법적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김기중 변호사는 “일상적인 감시활동을 목적으로 벌어지는 것으로 국민의 일반적인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사이버검열뿐 아니라 국가권력은 현실에서도 개인정보를 통합관리하며 국민들을 감시, 통제하고 있다.
개인정보가 쌓이고 있다
우리가 아무생각 없이 몸에 지니고 다니고 있는 주민등록증. 겉으로 봐서야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사진, 지문 등 5개의 정보만이 새겨져 있지만 주민등록증을 만들 때 작성하는 주민등록표에는 혼인여부, 혈액형, 본적변경사유, 예비군교육훈련사항, 학력 등 무려 1백41개 항목에 달하는 개인정보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이와 관련 김기중 변호사는 “은행거래를 위해서는 주민등록번호 확인이 필요한 것처럼 이미 행자부의 주민등록정보망이 금융정보망과 연동되어 개인정보가 금융기관에 제공되고 있는데 앞으로는 금융정보망뿐 아니라 경찰청이나 안기부가 관리하고 있는 공안정보망, 국세청정보망 등과 연동되어 개인정보가 서로 교환되고 있는 추세”라며 “행자부로부터 주민등록번호와 실명확인을 받은 신용카드회사가 온라인 성인유료정보사이트에 이 개인정보를 다시 제공하는 식으로, 공공기관이 관리하고 있는 정보망이 개별 기업체에까지 넘겨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더욱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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