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주민 접촉신고 불허에 따른 성명서

제목 : 북한주민접촉승인신청 불허처분에 대한 의견

전민특위 법률지원단 소속 변호사들은 지난 5. 28. 통일부에 북한주민접촉승인신청을 하였으나, 통일부는 그에 대하여 6. 11.자로 불허처분을 하였는바, 이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의견을 밝히는 바입니다.

다 음

1. 2001 코리아국제전범재판 개최의 의미

미군이 한국전쟁 시기에 노근리 주민들에 대한 살상을 비롯하여 한반도의 남쪽에서나 북쪽에서나 전투행위와는 무관한 죄없는 평화적 민간인들을 수많이 살상하했다는 사실은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역사적 사실로 드러나 있다. 미군은 공인된 제네바협약이나 헤이그협약 등의 국제법은 물론 최소한의 인륜과 도덕을 무참히 유린하고 우리 민족에 대하여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것다. 노근리 사건과 관련하여서는 미군의 잔인한 범죄의 실상을 접한 우리 국민들과 전 세계 평화 애호 민중들의 규탄의 소리가 높아가자 미국의 클린톤 전 대통령이 유감표명 수준에서 머물고 있으며 여전히 한반도 전역에서 벌어졌던 나머지 학살만행에 대하여는 어떻게든 그 진상을 은폐하고 자신들이 저질렀던 범죄의 책임에서 벗어나보려 하고 있다. 이에 미군이 저질렀던 전쟁범죄, 반인도적 범죄의 피해자와 그 유족들을 중심으로 양심적 인사나 시민사회단체등이 앞장서고, 국제적으로 명망있는 양심적 법률가, 정치가, 사회단체 등이 후원하여 미군이 저질렀던 범죄의 실상을 체계적으로 밝히고, 미국의 법적, 도덕적 책임을 묻는 민간재판을 개최하려 하고 있다. 이 재판을 통하여 미군의 범죄는 다시 한 번 낱낱이 드러날 것이며, 미국이 져야 할 책임은 더 이상의 회피할 수 없는 의무로 규정될 것이다. 비록 이 재판이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것이 되지는 못하지만, 미군이 저지른 만행에 대한 진상 규명, 사과와 배상,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조치의 실현 등 유족들의 비원이자 전 민족의 요구이며, 세계 평화를 염원하는 전 인류의 희망을 실현하는 출발이 될 것이다.

2. 남북이 공동으로 참여하여야 할 당위성

2001 코리아국제전범재판은 반드시 남북이 협력하여 공동으로 참여하고 운영하여야 할 거족적 사업이다. 미군은 한반도 전역에서 평화적 주민들에 대해 살상 등의 범죄를 저질렀으며, 이에 남과 북이 공동의 피해자의 입장에서 미군을 공동으로 법정에 세우는 것은 필연적인 것이다. 그런데 미군은 한국전쟁 당시 국군의 지휘권을 가지고 북의 인민군과 교전을 벌였기 때문에 미군이 저지른 민간인 학살에 대하여도 남과 북이 따로 그 해결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그러나 비록 우리 민족이 한국전쟁 당시에는 남과 북으로 갈라져 대결하는 불행한 과거를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그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청산작업이 일단락된 것은 아니지만, 당시 미군의 전쟁범죄에 대하여 공동의 피해자가 된다는 데 대하여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남과 북이 한국전쟁이라는 비극 속에서 갈라져 대립하였으나 이제 다시는 그와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어서는 안된다는 교훈에는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으며, 그러한 전쟁의 상흔을 씻고, 민족통일의 길로 함께 나아가는 길에서 남과 북이 공동으로 미군이 저지른 범죄를 단죄하는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남북의 협력과 화해, 단합에 커다란 기여를 할 것이다. 더구나 미국은 한반도를 분단하여 우리 민족을 분열시키고 서로 대립하게 만드는 데 결정적인 책임이 있기 때문에 그 점에서도 남과 북은 반드시 공동으로 재판을 성사시켜야 할 당위성이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2000년 12월에 동경에서 일본이 저지른 정신대문제 해결을 위한 성노예국제법정이 열렸을 때 남과 북은 같은 피해자라는 처지에 착안하여 공동으로 일본을 피고인으로 기소하였던 경험이 있으며, 그 사업을 통해서 우리 민족은 같은 피를 나눈 혈육이며, 형제임을 진한 감동을 가지고 확인한 바 있다.

3. 정부의 역할에 대하여

원래 우리 국민의 생명이 불법적으로 유린당한 사태에 대하여 정부는 마땅히 그 진상을 규명하고 사과와 배상을 받고, 책임자를 인도받아 처벌하며, 재발방지조치를 시행토록 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위와 같이 미군이 저지른 범죄 사실들이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지고 유족을 포함한 내외 양심적 인사들, 시민사회단체들이 광범하게 미군의 극악무도한 학살만행을 규탄하며 그에 대해 마땅히 책임을 질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와 관련한 아무런 가시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국민적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난하여도 어떠한 변명도 하기 어렵다 할 것이다.

그런 마당에 통일부는 전민특위 법률지원단 소속 변호사들이 지난 5. 28. 코리아전범재판에서 남북이 공동으로 기소장을 작성하는 문제와, 재판을 원활히 운영하기 위한 절차 등의 문제들을 협의하기 위해 북의 조선민주법률가협회 소속 법률가들을 북경에서 만나기로 하고 북한주민접촉승인신청을 하였으나, 그에 대하여 6. 11.자로 불허처분을 하였는바, 이는 자신의 임무를 망각한 처사로서 피눈물로 반백년을 보내고 뒤늦게나마 미국에 엄중히 죄책을 물어 맺힌 한을 풀어보려 몸부림치는 피해자들과 유족들의 노력을 방해하고, 여전히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 남북의 화해와 단합을 더욱 공고히 하려는 거족적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무책임하고 몰역사적인 행위로밖에 될 수 없는 것이다. 이제라도 정부는 우선 유족을 중심으로 하여 민간이 나서 미군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데 대하여 최대한의 성의를 가지고 도와야 한다. 또한 정부는 이 사업이 민족의 화해와 단합의 증진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남북이 협력하여 사업을 진행하는 데에 최대한의 편의를 제공하여야 한다. 정부는 현재 2001 코리아국제전범재판과 관련하여 남북의 공동기소문제와 재판운영절차를 협의하기 위하여 남측의 법률지원단이 북측의 법률가들과 만나 회의를 개최하기 위해 북한주민접촉승인신청을 한 데 대해 정부는 기존의 결정을 폐기하고 지체없이 승인조치를 취하여야 할 것이다. 남북의 법률가들이 힘을 합쳐 우리 민족의 통일을 위하여 작은 보탬이 되는 일이나마 하려는 데 대하여 우리 정부가 상응한 역할을 하여 줄 것을 간곡히 요망하는 바이다.

2001. 6. 12.

미군의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전민족조사특별위원회 법률지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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