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검찰이 우릴 도와준다고? 웃기지 마쇼”
종로통 상인들 이야기
“솔직히 데모 많이 해서 속상하죠. 매출에 차이가 있어요. 그런데 (검찰이)집회 주최측에 손해배상소송을 우리 상인들이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준다구요. 그게 말이 되나요. 손해난 걸 어떻게 산출해서 제출할 수 있죠. 만약 우리가 손해액을 제출하면 검찰이 타당성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말인가요.”
종로 4가 ‘세운귀금속프라자’에서 장사를 하는 이은수(52)씨가 냉소적인 표정으로 하는 말.
검찰이 시위로 인해 피해를 입은 시민들이 실질적인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전국 전국검찰청에 ‘불법집단행동 피해신고센터’를 설치해 소송을 지원하겠다는 발표가 있을 후 지난 30일 종로에서 상인들을 만나봤다.
이날은 ‘개혁파탄 노동탄압 규탄 시국대회’가 열린 날이기도 하다. 상인들의 대부분은 집회로 인한 피해가 있다고 말하면서도 이번 경찰의 ‘소송지원’에 대해서는 “말도 안 된다”는 식으로 반응했다.
종로 4가에서 레코드가게를 하는 어전경(31)씨는 이번 검찰의 소송지원에 대해서는 기자에게 처음 들었다며 전혀 가능성이 없는 발상이라고 고개를 내저었다.
“가게마다 업종이 다른데 어떻게 하라는 건지 이해할 수 없네요. 집회가 있어서 매출이 떨어졌다고 가정해요, 그런데 집회뿐만 아니라 날씨도 매출에 영향을 줄 수가 있거든요. 비오는 날 집회를 하면 비 때문에 손님이 없어서 손해본 것하고 집회 때문에 손해본 것하고 어떻게 구분해서 신고를 해야 하나요. 이건 상인들에게 생색내려고 만든 거죠.”
어씨는 자신이 생각한 대안이라며 “말도 안 되는 걸 만들어서 (상인들에게)사탕발림하려고 하지 말고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집회를 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고 진지하게 말했다. 이날 취재결과 많은 상인들이 여의도에서 대규모 집회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줘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게 나왔다.
“저 사람들이 외치는 걸 들어야 하는 사람들은 사실 정치권사람들입니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어디 있습니까. 아, 여의도에 있지 않아요. 그런데 여의도는 큰 데모를 할 수 있는 장소가 없다고 들었어요. 그러면 국회의사당에서 데모를 할 수 있게 해야죠. 국민들 목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종로3가 대보귀금속 김범상(33)씨가 시위 때문에 피해를 보는 건 사실이지만 검찰의 소송지원은 대안이 될 수 없다며 하는 말이다. 김씨는 근본적인 치유로 ‘정치권의 각성’을 들었다.
집회가 끝나고 행진이 시작됐다. 1천여명의 시위대가 종묘공원을 빠져나와 명동성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장사를 하는 상인들도 시위대의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다.
종로 4가에서 필름도매업(세기판매)을 하는 유승(38)씨는 이번 검찰의 ‘불법집단행동 피해신고센터’설치에 대해 다른 상인들과는 조금 다른 의견을 내 놓았다.
“이건 간접적으로 민주노총을 탄압하는 겁니다. 물론 집회를 하면 주변에 있는 가게들에게 피해가 없을리 없죠. 하지만 민주국가에서 데모가 없다는 것이 말이 됩니다. 우리들을 앞에 내세워서 민주노총을 탄압하고 집회차체를 없애려는 겁니다.”
이날 집회는 이전의 집회보다 훨씬 적은 규모였다. 대략 1천여명이 채 안 되는 시위대가 행진을 하고 있었다. 경찰이 한 개 차선만을 내준 것도 참석자들이 적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무장한 경찰병력이 시위대를 따라 인도로 이동하고 있어 통행에 큰 불편을 주었다.
종로 2가 파고다 공원부근. 전투경찰이 골목을 꽉 막고 대기하고 있다. 그런 경찰을 보고 있는 음식점 ‘가마고을’ 주인 홍순홍(54)씨.
“경찰 때문에 일어나는 피해도 많아요. 골목을 막고 있으니 무서워서 누가 들어오려고 하겠어요.”
‘경찰피해’를 하소연하는 건 홍씨뿐이 아니다. 종로2가에서 명동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광교약국 약사 이종인(40)씨도 경찰 때문에 얻는 피해가 훨씬 많다고 주장한다.
“경찰이 막고 있어서 사람이 다니질 않아요. 집회를 하면 교통경찰만 있고 전투경찰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몽둥이를 든 전투경찰이 인도를 따라 이동하는데 누가 얼씬거릴 수 있겠어요. 경찰이 과잉방어를 하는 것이 오히려 더 문제예요.”
시위대가 명동성당에 도착했다. 명동성당은 경찰들로 에워싸여져 있었다. 시위대는 경찰의 저지로 명동성당에 들어가지 못한 채 정리집회를 가졌다. 정리집회를 갖는 동안 명동성당 바로 옆 ‘도투루 커피솦’은 경찰에 의해 둘러싸여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누가 커피를 마시러 들어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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