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맘대로 “민주세대”인가
며칠전 잘 아는 당원들을 만날 일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내년 대선 얘기가 나왔는데 노무현, 김근태와 같은 인사가 나온다면 우리당은 심각하게 정책연합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
그들이 당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있고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는 평당원들이라는 점에서 고민이 되는 자리였다.
이와 관련해 최근 몇몇 홈페이지에 의미있는 논쟁이 있었다. 전대협 동우회의 핵심멤버들이 민주당의 당선 가능한 후보 지지를 위해 외곽단체를 만든다는 방침을 정하자, 이를 ‘십수년간이나 이어져온 당선가능한 야당(여당)후보 지지론’이라고 비판하고 이에 대한 반비판과 또 다른 비판이 꼬리를 문 논쟁이다.
이 논쟁에는 구체적 인물인 노무현, 김근태 등의 인사와 더불어 우리당 대표의 이름도 올라와 있었다.
특히, 이 외곽단체가 표방하는 논리 중에 ‘민주세대 10만 양정론’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그 핵심은 70~80년대 민주화운동을 추진했던 세대가 정치적인 세력으로 결집해 노무현, 김근태와 같은 개혁적인 지도자를 지원하고 이를 통해 한국정치의 세대를 교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논리를 보면서 느낀 것은 그 약효가 거의 다 떨어진 ‘비판적 지지론’과 386수혈론 등으로 대표되는 해묵은 ‘세대론’의 재판이라는 것이었다.
한국사회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은 없이 30~40대를 그저 ‘민주세대’라는 말로 뭉뚱그려 이들 모두가 동일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 착각하는 듯한 모습에서 착찹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10만의 범위에는 노동운동을 하다가, 빈민운동을 하다가, 또 사회운동을 하다가 김대중 정부 하에서 구속되고 탄압받은 많은 운동가들도 포함될텐데 이들은 그 10만에서 제외되는 별종일 것인가.
최근의 ‘당선가능한 (개혁)후보 지지론’을 보며 1900년 보수당과 자유당의 틈바구니에서 노동당의 창당을 감행했던 영국 노동자들의 역사적 결단을 생각하게 된다.
그때는 자유당에 상대적으로 개혁적인 후보가 없었겠나. 또한, 매번 ‘상대적으로 나은’ 민주당과의 정책연합만을 고집하다 극심한 빈부불평등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미국 노동자계급과 그들의 지도부대인 미국노총 AFL-CIO를 떠올리게 된다.
노동자·민중에게는 최악의 상황보다 조금 나은 ‘먹이’를 갖다주는 보수여당이 필요한 게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찾을 수 있는 무기, 즉 ‘진보정당’과 그 후보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김종철/민주노동당 부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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