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노는 시간 생각했다 점점 진지해져”

질못 인정하지 않는 기성세대에 반감 표시하기도

전교조 경기지부에서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반부패 공동수업을 취재하기로 결정한 후 경기도에 위치한 모 고등학교 교사에게 취재 허락을 받았다. 지난 14일 의정부에서 한 시간 떨어진 고등학교를 찾았다. 2교시로 예정된 반부패 수업에 맞춰 도착했지만 상황은 변해있었다. 반부패수업 교안을 들고 나타난 교사는 “(경기도)교육청에서 조사가 들어가 공개 수업을 하기가 곤란하다”며 기자에게 미안함을 표시했다.

결국 반부패 수업내용을 교사가 직접 써서 <진보정치>에 보내주기로 하고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현 경기도 교육감의 처남이 교직 장사(교육장, 장학사, 교장직을 수뢰 알선한 혐의)를 3년간이나 하다가 덜미를 잡혔다. 당연히 경기도 교육청의 최고 인사권자인 매형과의 연루가 의심되게 마련이다. 이런 인사비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교육계 안에서는 공공연하게 나돌던 얘기였다. 왜 자꾸 생기는가? 불투명하게 주먹구구로 운영되는 제도를 바꾸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구조적인 문제이다. 즉 잘못을 잘못으로 인정하지 않는 ‘잘못’ 때문인 것이다.

이번에 전교조 경기지부가 대대적으로 실시한 경기도교육청 인사비리에 대한 반부패 수업에 대해 도교육청은 ‘단체 행동이다, 교육과정 위반이다, 무죄추정의 원칙 위반이다’ 하며 으름장을 놓더니 더하여 언론에 드러난 교사들에 대해 경위서 작성을 요구하고 조사를 실시하는 등 징계를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 한마디로 어이가 없는 일이다.

이에 대해 나는 경기도교육청의 위와 같은 문제 제기가 터무니없다는 것을 널리 알리기 위해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사건과 인사비리문제를 묶어 ‘잘못하고도 잘못인 줄 모르는 것이 더 큰 잘못이다’는 주제로 수업을 진행했다.

수업에 들어가자 학생들은 반부패 수업으로 한시간 그냥 놀게 됐다는 식으로 반응을 했다.

그러나 부정부패의 실태에 대한 논의가 진행 될수록 학생들의 표정은 달라졌다. 돈을 가지고 관직(혹은 직위)를 산다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다는 것을 역사적으로 설명했다.

조선후기 부정부패가 극으로 달했던 시대에 매관매직이 성행했으며 이 결과 나라가 일본에 합병됐다는 대목은 학생들에게 “부정부패는 곧 망국의 지름길”이라는 인식을 하게 만들었다.

학생들은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기성세대들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을 지을 때도 많았다.

“분명히 부정부패를 저질렀는데 그걸 교훈삼아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상식이 아니냐, 그런데 왜 자꾸 덮어두려는 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는 말도 나왔다.

어찌보면 학생들의 그런 물음은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이런 지극히 당연한 일을 가지고 수업을 한다는 자체가 이상하게 느껴진 학생들도 있었을 지 모른다.

교사의 입장에서 “이 나라의 기성세대들이 전혀 상식적이지 못한 사람들”이라고 말하기 얼마나 어려운가.

“진정한 명예는 관직의 높낮이에서 나오지 않고 명예에서 나온다”는 내용을 서로간에 공유한 것은 부디 학생들의 가슴속에 오래도록 남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이런 수업이 필요없는 사회가 빨리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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