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맹목적 국제표준 추종 문제 있다”

전철환 한은 총재의 주목할 만한 발언

전철환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7월20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한빛·신한·기업·주택·서울은행 등 5개 은행장과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상당히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시장금리 변동에 따라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으려면 시장금리 연동대출을 확대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

지난 5일 한국은행이 정책금리인 콜금리(은행간 단기대출금리)를 5%에서 4.75%로 낮춘 뒤, 시중은행들이 예금금리는 만기 6개월 미만을 중심으로 내리는 데 반해 대출금리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행태를 에둘러 비판하며 대출금리 인하에 나설 것을 촉구한 것이다.

은행의 주요 수익원의 하나인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 폭을 넓혀야 한다는 게 거스를 수 없는 추세로 여겨져 온 상황에서 그의 이런 발언은 예외적이며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한은이 현재의 경기침체 상황에서 은행의 주요 수익원의 하나인 예대마진에 대해 정부와는 매우 다른 시각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는 진념 부총리가 앞장서서 ‘금융기관’이 아니라 ‘금융회사’라고 불러달라고 요청할 만큼 금융기관의 수익성을 강조해 왔다. 은행들도 예대마진 폭이 적어도 선진국처럼 4~5%대는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은행 평균 대출금리와 평균 예금금리의 차이는 지난 5월 말 현재 연 2.88%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전 총재의 이번 발언은 시장금리 연동대출이 늘어나면 통화정책이 파급되는 효과가 커진다는 명분이 깔려있기는 하지만, 현재의 경기침체 상황에서 은행들은 예대마진을 늘리기보다는 기업과 가계대출을 늘리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콜금리 인하에도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내리지 않는 단기 장삿속이 오히려 은행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전 총재의 이런 판단은 갑작스럽게 형성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는 올해초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 금융기관의 성과가 선진국 수준의 수익구조를 가져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맹목적인 국제표준의 추구가 국내 상황과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 셈이다.

은행들에게 대출금리를 내리라고 촉구한 그의 발언을 진보진영이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도 바로 이런 맥락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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