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버시네트워크 제2차 공동토론회 열려

참세상 뉴스 박종모기자

‘개인정보의 국가 등록, 관리제도의 문제점’을 주제로 프라이버시보호네트워크 제2차 공동토론회가 지난 8월 22일 오후 2시 참여연대 강당에서 열렸다.

하승창 사무처장(함께하는 시민행동)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국민감시와 민주주의(한상희 교수, 건국대학교 법학과), 개인정보 국가등록제도의 문제점(이인호 교수, 중앙대학교 법학과), 개인정보 국가관리제도의 문제점(이은우 변호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을 주제로 진행됐다. 지정토론자로 강동진씨(前민중의료연합 대표)와 최병관 사무관(행정자치부 정보화총괄담당관실)이 참석했다.

가상적 시민 만이 존재

한상희 교수는 발제를 통하여 각국에서 행정효율성과 복지서비스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보화가 “개인의 일상생활을 항시적으로 감시, 감독할 수 있는 터전을 제공한다”며 “현실의 시민이 아닌 ‘가상적 시민’만이 존재하고 이러한 국가감시의 문제는 개인적 기본권의 문제이자 동시에 민주주의 그 자체의 문제”라고 밝혔다.

한교수는 이러한 정보화에 대해 헌법적 문제를 제기하면서 “국가의 의사결정과정에서 자신에 관한 어떠한 정보를 투입할 것인가를 국민 자신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수집, 관리자인 국가의 결정에 일임하게 됨으로써 국민은 정치과정이나 국가과정으로부터 소외되는 현상이 야기될 것”이라며 이러한 현상에 “관료주의적 편의주의가 작용하게 되는 경우 (개인정보가) 취사선택 되거나 왜곡됨으로써 국민생활은 더욱 국가작용으로부터 소외되고 국가는 전례없이 강력한 권력을 장악하는 역작용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러한 감시국가의 등장이 “제한국가의 원리에 입각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질서를 위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승인해야

이인호 교수는 “디지털 정보기술과 통신기술의 결합에 따른 새로운 정보환경의 변화가 개인정보의 수집, 처리와 관련하여 사생활보호라는 새로운 차원의 헌법적 문제를 야기한다”며 “개인에게 자신에 관한 정보를 통제할 수 있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라는 새로운 기본권을 승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인정보분리의 원칙, 정보주체에게 투명하게 공개되는 시스템공개의 원칙, 부당한 목적에 이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이용제한의 원칙을 파생하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종래 국가가 자유롭게 수집할 수 있었던 국민의 개인정보를 정보주체에게 일정한 통제권을 부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디지털화된 가상인격이 실존인격과 일치할 수 있도록 개인정보파일에 대한 정보주체의 열람, 정정요구권 및 불법적인 개인정보에 대한 삭제요구권이 포함된다.

국가에 의한 주민등록번호의 강제부여 및 현재와 같은 주민등록번호 이용관행은 헌법상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는 가능성을 안고 있는 것이다.

이교수는 또 지문날인과 관련하여 “주민등록번호는 정보주체가 공개여부를 결정할 수도 있지만, 지문은 정보주체가 그 공개를 인식하지 않는 상태에서 일상생활 속에서 무한정 공개되고 있다”며 “주민등록번호보다 더 큰 위험성을 가진다”고 강조했다. 손길이 닿는 모든 곳에서 발견될 수 있는 지문을 개인정보 통합을 위한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연결자로 활용하는 경우 개인의 가장 비밀스러운 생활영역마저도 더 이상 존립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이은우 변호사는 ‘공공기관의개인정보보에관한법률’과 ‘전자정부구현을위한행정업무등의전자화촉진에관한법률'(전자정부법)을 중심으로 한 발제에서 현행 법률에 “원칙적으로 법률의 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개인정보를 다른 기관에 제공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광범위한 예외규정을 두어 사실상 행정의 목적을 위해라면 언제라도 개인정보를 다른 기관에 제공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개인정보는 행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무제한적으로 공동이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의료정보 중앙집중 될 필요 없어

발제 이후 토론에서 강동진씨는 “보건복지부가 추진하고 있는 전자건강보험증은 제2의 전자주민카드”라고 강조하고 “주민등록정보와 건강보험, 신용정보까지 포함되어 있어 개인정보 유출과 상업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개인의료정보를 인터넷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 이것은 자신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반면 프라이버시 침해와 유출, 불이익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를 표명하며 “의료정보는 중앙집중 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최병관 사무관은 토론에서 “정부데이터베이스는 보안기술을 통해 통제가 되어 안전하다”며 “정부에는 960여개의 행정정보 데이터베이스가 있어 전자정부법을 통해 이것의 공동이용은 예산절감과 민원처리효율화, 정보화를 촉진하는 기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감시 더 큰 문제

한편 국가의 개인 정보 중앙집중에 의한 국가감시와 더불어 기업의 소비자감시 또한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오늘날 기업의 개인정보 요구관행이 보편화되면서 국가감시에 의해 시민이 통치대상으로 변질되듯이 단순히 소비자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교수는 이러한 소비자감시가 “국가감시의 문제와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며 오히려 “국가감시는 이러한 기업감시의 한 부분으로, 또는 그것에 보조하여 그 기업들을 위하여 이루어지는 양상까지 보인다”고 밝혔다. 한교수는 114안내 민영화 문제를 예로 들면서 사기업이 “민영화를 통해 개인정보를 확보하고 이윤추구의 논리에 이용하고 있다”면서 “국가가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후 민영화를 통해 사기업에 개인정보가 넘어가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국가감시에 대한 대안

한교수는 “아직 우리사회는 비민주적인 요소와 공무원들의 밀실, 편의주의적인 요소가 존재한다”며 “정보화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이러한 국가구조 자체에 위험성이 내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정보화가 가지는 국가감시의 대안으로서 정책결정 및 집행단위의 분산과 그 형식으로서의 지방자치의 대폭적인 강화, 권력 내부적 통제로서 합의제우선, 정보관리, 평가, 정책결정기관의 분산과 분립, 정보처리과정의 공개, 의회의 통제를 제시하였다. 그리고 “국가감시에 대한 시민들의 대항감시의 가능성을 열어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인정보의 보호와 공개는 힘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공개에 대한 지나친 통제는 자칫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요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정보집중에 의한 권력집중과 통제의 문제는 아직은 가능성의 문제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소비를 창출하고 그로부터 이윤을 추구하기 위한 기업의 개인정보 요구관행에서 볼 수 있듯이 국가의 개인정보 수집, 집중, 관리가 권력을 창출하는 도구로 전락할 가능성은 농후하다. 정보화의 문제는 정보화 자체가 아니라 정보의 집중과 감시, 통제에 있는 것이다.

이인호 교수는 경고한다. “정부가 개인정보의 통합처리를 통해서 개인의 일거수 일투족을 빤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상황에서는 개인의 정치적 의사형성과 사회적 자율성은 상실되어 버릴 것이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 5월 24일에 열린 프라이버시네트워크 1차 토론회에 이어 진행된 2차 토론회이다.

프라이버시네트워크 참여단체 :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서울대지문날인반대자모임, 서울대S카드모임, 인권원동사랑방, 주민등록법개정을위한행동연대, 진보네트워크, 참여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함께하는시민행동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댓글 남기기